[톱스타 장시원... 그의 새로운 여인은?]
“젠장..”
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시원이 읽던 신문을 내동댕이쳤다.
또 다시 가십거리가 되어버렸다. 일간지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며칠 전 여배우 정신영과 새로운 영화 캐스팅건으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던 것이 와전된 것이었다. 물론 그 둘만의 만남이 아니었지만, 사진은 교묘히 그 둘이 호텔에 드나드는 사이로 보이기에 충분한 각도였다.
하지만, 이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홍이도 그렇게 기사를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홍이와 스케줄을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 정석이긴 했지만, 이것은 비밀리에 강실장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던 스케줄 건이라 홍이도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었다.
이미 기사를 읽었을 홍이의 태도가 오늘따라 더욱 차갑다.
차라리 그에게 어찌 된 일인지, 어찌 된 사정인지 속 시원히 물어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여전히 홍이는 아무런 이야기도 묻지 않는다.
그와 눈빛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 홍이의 태도가 더욱 서운하다.
“진짜... 이건 오해라니까.. 그 강신감독이 새로 크랭크인하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 캐스팅 건으로 만났던 거야.”
오전 내내 홍이의 눈치만을 보다가 용기 내어 그가 한마디 던진다.
“알았어.”
‘알았어..’ 믿음이 섞이지 않은 알았다는 차가운 말 한마디가 다시 그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비즈기획 사무실-강실장]
“형... 나 이 일 그만 둘까봐.”
“뭐라구? 뭐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왜 그래? 장시원답지 않게?”
“장시원다운 거? 장시원 다운 것이 뭔데? 이 여자 저 여자 얽히고 섥혀서 좋을대로 사는 거? 그냥 이런 일 힘드네... 정말 잘못한 일도 없는데, 미안해하고, 그 오해 때문에 힘들어지고..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져서...”
강실장의 방에서 시원이 푸념 섞인 투정을 부리고 있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던 녀석이 은퇴 운운하며 힘들어하고 있다. 전에 말했던 그 감정이 이번에는 진실인가보다.
이번에는 강실장이 모험을 걸기로 했다.
“야... 장시원...내가 알고 있는 사람 맞냐? 많이 약해졌네... 그 많은 여자 후리던 장시원은 어디가고, 이렇게 약한 모습이야?”
“그러니까 그 많은 여자랑 놀아나던 그 일 자체가 다 후회가 된다니까...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더라면 오늘같은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형!! 나 아무래도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오해받고는 잠시도 못 견딜 것 같아.”
시원이 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왜? 결혼발표라도 할라구?”
“형... 지금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시원의 심각한 이야기에 던진 강실장의 이야기가 서운해 시원이 버럭 화를 낸다.
“야! 장시원... 흥분하지 말고 잘들어... 나 물론 비즈기획에서 월급 받는 사람이야. 하지만, 누구보다도 너의 행복을 위하는 사람인 것은 너도 알거라고 생각해. 지난번에 네가 홍이의 마음을 잡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지? 이번 기회를 이용해 보라구...”
“어떻게 이번 기회를 이용하라는 거야? 아주 이번 일로 홍이는 나를 인간 취급도 안 한다구.”
말을 마치고 지끈거리는 두통이 느껴져 머리를 감싸 쥔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만 믿어.. 다 잘될 거야.”
심란한 시원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강실장이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회의를 소집했다.
[비즈기획 사무실-회의실]
정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원진들과 장시원, 그리고 홍이까지 긴급회의에 소집되었다. 회의실 안에는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침묵을 깨고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진홍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담당 매니저로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처리를 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이번 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그만두겠습니다. 아무래도 제 능력을 과신했었던 것 같습니다. 염려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평소 항상 당당하고 강하기만 했던 홍이였다. 그랬던 홍이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임원진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이 터진지 하루 만에 진홍은 이미 그를 떠날 마음을 먹어 버렸다. 그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떠나려는 모양이다. 서운한 감정에, 진홍에 대한 미안함에 테이블 아래 시원의 주먹이 쥐어진다.
“이 일에 대한 수습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평소와 다른 강실장의 차가운 말투에 홍이 놀랬는지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일이 오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강실장이 홍이에게 건넨 태도에 놀란 것은 오히려 홍이보다도 시원이었다. 그 스캔들 기사의 중심에 함께 있었던 것은 홍이가 아니라 강실장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강실장은 홍이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로 홍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었다. 가자회견을 통해 오해였다고 밝히면 그뿐 아닌가? 시원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강실장이 시원에게 찔끔하며 눈빛을 준다.
“... ...”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진홍...
기다렸다는 듯이 강실장이 그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일을 단순히 오해입니다..라는 기자회견으로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처음 스캔들이었다면 상관없지만, 지금에 와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지금까지 터졌던 장시원의 스캔들은 모두 맞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지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지는 침묵...
“그렇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단순히 이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함이 아닌 무엇인가 터뜨려주어야 하는 기자회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약혼이나, 결혼같은...”
강실장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회의장은 모두 웅성대고 있었다.
아까 강실장이 건넨 의미심장한 말이 마로 이 말이었던가?
아직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는 시원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결혼???
내가 누구랑 결혼을 한단 말인가? 게다가 곁에 홍이를 두고 누구와 결혼하고 약혼하고 하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 가없다. 내 곁에 홍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실 보다 더 싫은 것은, 그리고 더 시원을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그가 결혼을 한다면 홍이 곁에는 시원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게 될 것이다. 에를 들어 김진규 같은 녀석이...
홍이가 시원 자신이 아닌 다른 놈과 손잡고, 마주보고, 사랑하고, 결혼을 한다...
안 될 일이다... 정말 이 일만은 견딜 수 없다.
“아니... 누구랑 시원이 결혼발표를 합니까? 그리고 아직은 나이가 있는데 벌써 결혼 발표라는 것이 이 일을 무마시키기 위한 쇼라는 느낌을 주는 것 아닙니까?”
정대표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음... 그렇기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가 남자 배우에게는 한참 전성기이긴 하지만, 시원이처럼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스캔들을 달고 다니는 상황에서는 솔로라는 것이 인기에 플러스적인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결혼해서 애처가 혹은 공처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존에 장시원이 주었던 플레이 보이라는 이미지를 깨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준비된 강실장의 대사...
“그래.. 이론상으로는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대상을 어디서 구한답니까? 시원씨... 누구 결혼 할 사람 있어요?
한숨 섞인 정대표의 대답이다.
강실장은 주변의 반응을 보면서 일단 안도했다, 모두들 장시원을 결혼시키는 데까지는 동의 한 것이다. 비즈기획에서 가장 거물급인 스타가 결혼으로 인한 인기하락이 될 것을 걱정하는 임원진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강실장은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려나가자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매니저...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고 했지요?”
갑자기 강실장이 진홍에게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네...”
“진매니저가 장시원의 결혼상대가 되어주십시오. 이것은 비즈기획을 대신해 제가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일순간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네? 그게...어..어..”
아무 이야기 못하게 입만 벙긋대는 홍이와 이제 상황이 파악된 듯 시원의 밝은 미소가 교차된다. 이제야 해결점을 찾았다는 듯이 정대표와 임원진들이 박수를 치며 강실장을 치켜 올려 세운다.
그 소란함 속에 아직도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홍이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결혼이라뇨?”
사무실을 서성거리며 강실장과 시원에게 계속 따지고 있는 홍이다. 이런 홍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원은 홍이의 마음은 나 몰라라 마냥 즐겁기만 하다. 오히려 이런 스캔들은 터뜨려준 기자에게 고맙다고 식사라도 한끼 대접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 지경이었다.
“저.. 관두면 관뒀지, 이 일 못합니다.”
“아니... 진매니저, 그럼 어떻게합니까? 이대로 시원이 죽일까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선 기자회견에서는 결혼 이야기까지는 꺼내지 않고, 뭉뚱그려서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다.. 정도로만 이야기를 꺼내기로 합시다. 아마도 기자들이 직업이나 어떻게 만났는지 등을 물어 볼테니까, 그것을 두 분이 동창이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둘러대기 좋지 않습니까?”
흥분해 있는 홍이를 구슬리는 것 역시도 강실장의 몫이었다. 역시 노련한 매니저는 틀리긴 하다..
홍이를 구슬리는 강실장이나... 그것을 할 수 없다는 듯이 받아 들이는 홍이나...
그렇게 강실장의 전략이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