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시나리오작가 박정우(32·필름매니아 공동대표). 요즘은 그의 이름석자만 듣고서도 영화관으로 향하는 팬층이 생길 정도로 충무로에서 단단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전국관객 2백60만, 2001년 ‘선물’로는 1백26만, 같은해 ‘신라의 달밤’으로 4백50만명의 연이은 대박 행진이 그의 입담에서 나왔다.
지난 7월 개봉한 최신작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도 전국 1백10만관객(8월4일 기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의 작품 관객수가 합계 1천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흥행 성적만큼 높은 억대 고료로도 유명하다. ‘신라의 달밤’ 때부터는 꾸준히 10% 정도의 러닝개런티까지 받고 있다. 그의 이름은 이제 인기브랜드이다. 왜 ‘박정우’일까. 약간은 괴짜스러움으로 포장된 그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라이터를 켜라’로 1백만 관객을 넘긴 소감은.
“내 시나리오 중 제일 재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될 줄 알았다. 사실 더 많이 기대했는데…(웃음)”
-이번 작품이 정치성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사회성을 대놓고 쓰지는 않지만 내 작품에는 그런 면면들이 있다. 공감되는 현실적인 배경을 까는 것도 그래서이다. ‘주유소 습격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몰라주기에 나도 괜히 어려운 이야기로 해석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이제 박정우라는 이름 석자만 듣고 극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망조다(웃음). 사실 내 최종목표는 감독으로 데뷔하는 거다. 그런데 이젠 시나리오 작가로 굳어져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게다가 이전에 쓴 작품들과 스타일이 너무 비슷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 솔직히 7개 작품을 줄창 쓰다보니 조금 바닥났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내 말투, 습관, 스타일을 그대로 담았으니까. 작품에 욕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감독 데뷔 작품은 무엇인가.
“21살에 충무로에 조감독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한다’ 시리즈를 생각해왔다. ‘간다’ ‘쏜다’ ‘난다’. 판타지스펙터클SF…(중략)…버디무비다. 시나리오를 다 쓰긴 했는데”
-당신 작품엔 이상하게 여자 캐릭터들이 없다.‘선물’정도 빼곤.
“맞다. 비중있는 여자가 나온 ‘신라의 달밤’의 경우도 원래 내 아이디어는 아니었으니까. 난 원래 내가 모르는 이야기는 안쓰는데, 여자를 잘 모른다. 영화일 처음 시작했을 때 연애를 하지 말아야 성공한다는 선배 말을 듣고 여자를 멀리한 탓이 크다”
-억대 시나리오 작가로서 자신의 의무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시나리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반드시 작가의 몸값을 억대로 올려놓겠다는 결심을 했다. 영화를 처음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아이디어를 낸 작가의 힘 아닌가.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올려서 몸값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뤄졌다. 그런데 요즘 충무로를 떠도는 시나리오 가운데 제대로 된 게 없다. 진짜 글 잘쓰는 인재들이 아직 충무로에 없다고 봐야겠다”
-차기작 ‘광복절특사’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쓰는데 정말 힘들었다. 설경구씨가 나온다기에 대사도 뭔가 ‘있어’ 보여야 할 것 같아 끙끙 앓다시피 했다. 그런데 다 쓰고 만나본 설경구씨도 이성재·차승원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날라리 배우더라(웃음). 괜히 긴장한 거 같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솔직히 예술가 되긴 그른 것 같다. 이창동 감독 같은 작품을 만들 자신은 없으니까. 하지만 한우물만 꾸준히 파서 ‘장인’의 경지에 이를 자신은 있다”
<매거진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