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나영-연기 날개 단 '왕눈이 요정'

임정익 |2002.08.19 10:21
조회 335 |추천 1

가수 변진섭의 89년 히트곡 ‘희망사항’은 ‘청바지가 어울리고,김치볶음밥을 잘 만들며,목젖(울대)이 보이도록 웃는 여자가 좋더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2002년 현재,그 가사는 이렇게 달라져야할지 모른다.‘등심 3인분을 뚝딱 해치우고,술 취한 남자를 번쩍 들쳐업고 데려다주며,버스정류장에서 몇시간동안 남자친구를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또 예전에 사랑하는 남자와 잤다고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여자가 좋더라’라고.

M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 ‘전경’,혹은 이나영(23)이 바로 그런 여자다.

20%에도 못미치는 시청률로만 따지면 ‘네 멋…’은 ‘대박’작품은 아니다.그러나 하루 1백30만명의 어마어마한 네티즌이 홈페이지를 다녀간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이 드라마는 20∼30대의 시청자에게 이상 열기를 낳고 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소매치기의 마지막 사랑을 돌연변이 같은 독특한 화법으로 다룬 청춘물 ‘네 멋…’에서 이나영은 그 사랑의 대상인 인디밴드 키보디스트 ‘전경’역을 맡고 있다.

엉뚱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전경’은 ‘네 멋…’을 향한 열광의 중요 요소다.이에 따라 배역과 이상적인 화음을 빚고 있는 이나영도 마침내 연기자의 날개를 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네 멋…’에 출연하기전만해도 이나영은 대다수의 시청자에게 ‘날마다 새로운 얼굴’을 외치는 화장품 광고 등에서 새콤달콤한 표정을 짓던 ‘왕눈이 CF요정’이었다.98년 CF모델로 데뷔해 몇몇 드라마,시트콤,예능프로그램등을 누볐지만 ‘미완의 그릇’에 머물렀다.

지난 5월 개봉된 영화 ‘후아유’에 이어 미니시리즈로서는 3년만의 출연인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나영은 비로소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그의 연기는 아직 테크닉 면에서는 서툴지만 진심을 불어넣었다는 정직함이 엿보여 감동을 자아내는 힘이 있다.

실제로 자연인 이나영과 전경은 참 비슷하다.특히 ‘외곬’기질이 똑 닮았다.

이나영은 좋아하는 친구나 애인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살갑게 굴지만,타인에게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날 때에도 늘 치킨집만 고집했다.술을 마셔도 가무나 수다를 곁들이는 게 아니라 술에만 집중해 급하게 들이킨다.주량은 약 소주 3분의 2병.요즘엔 DVD 타이틀을 수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브래드 피트,오드리 헵번,스탠리 큐브릭 감독 등의 작품을 세트로 장만했다.

그러나 이나영은 ‘고복수’(양동근)에 대한 본능적이고 집중력있는 전경의 사랑법과 관련해 살포시 자신없는 표정으로 “누군가를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그는 20부 가운데 14부를 소화했다.밤샘 촬영이 거듭되는 살인적인 촬영스케줄을 고려하면 종반부를 향해가고 있는 지금,지칠만도 한데 “체력 하나는 자신있어요.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한걸요”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나영은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는 오드리 헵번의 작품을 거론하면서 ‘마이 페어 레이디’가 제일 맘에 든다고 말했다.‘로마의 휴일’ 등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그저 예쁜 그림처럼 보였는데 ‘…레이디’에서는 연기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처럼 박제된 완벽한 그림같은 광고를 뚫고 나와 연기자로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상투적이지 않는 배역을 연기하고 싶다는 그에게 인터뷰 말미에 ‘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외계인 같이 보일 때가 있다’는 엉뚱한 말을 던졌다.

이나영의 맞장구가 걸작이다.“거울보면서 참 특이하게 생겼다는 생각,스스로 자주 해요.저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요? 가끔은 밤에 별을 쳐다보며 빨리 고향으로 데려가달라고 기도하거든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외계인이라면 전 지구인이 기꺼이 지구에서 같이 살자고 애원할 것이다.

 

스포츠서울




추천수1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