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서 친구를 조심해라?”
요즘 안방극장에 때 아닌 ‘친구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마다 ‘친구의 애인을 넘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사랑’보다 ‘우정’이 먼저라고 생각한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친구의 애인을 넘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상황이 달라졌다.
김건모의 노래 ‘잘못된 만남’ 속에서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긴 남자의 아픔은 신파조로 들리고,오히려 모 이동통신 CF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명카피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정이냐,사랑이냐’는 새로운 스토리로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를 살펴보았다.
▲“진짜 사랑이 내 친구의 친구였네,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지….”- SBS ‘그 여자 사람잡네’와 KBS 2TV ‘겨울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삼각관계는 ‘사랑’에 있어 가장 큰 골칫덩어리. 그래서 드라마의 소재로 곧잘 등장했지만 이제 그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연인 사이에 새로운 인물이 끼어들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애인에게 버림받는 이의 슬픔을 그리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나 요즘에는 친구의 애인과 운명적인 줄타기에 나선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요즘 시청률이 급상승 중인 SBS 주말극장 ‘그 여자 사람잡네’(극본 문영남·연출 성준기)가 대표적인 케이스. 친구(한고은)의 애인(김태우)과 극적으로 ‘결혼’에 골인한 복녀(강성연)의 성공기가 장안의 화제다. 비록 복녀는 예식장에서 친구의 엄마(윤미라)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테러’(?)를 당했지만 그래도 사랑을 쟁취했기에 이 정도 망신은 이미 각오했다는 태도다.
올해 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KBS 2TV 월화 드라마 ‘겨울연가’도 마찬가지. 시청자는 마술에 걸린 듯 배용준이 박솔미보다 뒤늦게 찾아온 최지우와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사랑은 순간일지라도,우정은 영원하다.”- SBS ‘순수의 시대’
우정을 지키려 가슴 속 사랑을 애써 지워내는 ‘천연기념물’도 있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스페셜 ‘순수의 시대’가 바로 그 경우. 태석(고수)은 마지막회까지 사랑과 우정의 기로에 서 있다가 결국 지윤(김민희)을 친구(박정철)의 품으로 떠밀었다. 그러나 고수와 박정철이 마주한 마지막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는 그 누구도 ‘해피엔딩’이라 말하지 않았다. 결국 우정을 택한 고수의 절박한 심정에 공감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고수와 김민희가 박정철이 없는 먼 곳으로 떠나 사랑을 완성하기를 희망했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