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 무렵 스크린에서 ‘이중간첩’(김현정 감독·쿠앤필름 제작)을 통해 한석규를 오랜만에 다시 보는 팬들은 아마 놀랄 것이다. 도무지 나이를 먹지 않는 듯, 여전히 청년 같은 모습에 감탄하게 될 테니까. 5년 전 전도연에게 마음을 열던 ‘접속’ 때나, 자신과 같은 남파간첩 고소영을 안쓰러워하는 ‘이중간첩’에서나 그는 세월을 건너뛴 듯 여전하다.
제일 큰 비결은 체중감량이다. 99년 심은하와 호흡을 맞춘 ‘텔 미 썸딩’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한석규는 극중 이중간첩 ‘림병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몸무게를 5㎏쯤 줄였다. 평소 67㎏ 안팎을 가리키던 저울 눈금이 61~62㎏ 사이를 오간다. 이 때문에 촬영장에서 그를 본 영화인들은 “야, 왜 이렇게 말랐느냐”고 한마디씩 한다. 원래 날씬한 체형에서 5㎏이나 줄었으니 살 빠진 티가 확 난다.
한석규가 맡은 림병호는 위장 귀순한 남파간첩으로 변화하는 정세 속에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비운의 혁명전사다. 남측의 신임을 얻기 위해 정보기관에서 일하며 살얼음판 위를 걷는 인물로, 이미지상 한점의 군살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석규가 살을 뺀 주된 이유다.
게다가 림병호는 정확한 나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정황상 30대 초반 이하로 보여야 한다. ‘살’은 나이가 들어보이는 주범. 64년생으로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한석규이지만 추가로 체중을 감량했다.
살빼기는 운동에 의존했다. 평소에 하던 헬스의 강도를 높인 데다 액션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무술훈련을 받다보니 살이 쑥쑥 빠졌다. 촬영이 한창인 요즘은 살이 더 빠질까봐 걱정할 정도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서울 부산 안성 등지에서 빡빡한 촬영일정을 소화해온 한석규는 가족과 꿀맛 같은 추석연휴를 즐겼다. 이어 24일 해외촬영을 위해 체코의 프라하로 떠나 포르투갈을 거쳐 다음달 중순 귀국할 예정이다. 극중 한석규에게 마음을 건네는 남파간첩 ‘윤수미’ 역의 고소영은 포르투갈에서 합류한다.
‘쉬리’를 비롯해 ‘은행나무침대’ ‘넘버3’ ‘쉬리’ 등 출연작마다 대박을 터뜨린 충무로 최고의 흥행메이커 한석규는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소문난 배우. 차기작 선정이 오래 걸린 것도 그 때문이고, 역으로 한석규가 골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중간첩’은 기대작이다. 남과북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었던 조선 인민군 소좌 림병호의 비극적인 종말을 통해 시대의 희생자인 ‘간첩’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