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게시판에 “일본놈이 좋다”라는 글을 쓴 여자 유학생이 댓글에 상처를 받고 글을 지운 일이 있었습니다. 외국남자와의 연애도 나름대로 좋지만 한국남자와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남자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것이므로, 제 일본인 남자친구를 옛 미국인 남자친구와 비교해서 적겠습니다. 한국여자들이 알아두었으면 하는 “나쁜 점”들을 위주로 적었으니, 오해말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남성다움의 면에서
미국남자는 마쵸맨 기질이 있어서인지 뭐든지 베풀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백인우월주의와 겹치면 역겹다. “자신과 결혼해서 미국에서 사는 것 = 빈곤한 아시아 국가에서 나를 구제하는 것”이란 생각을 은연 중에 한다. 반면, 일본남자한테서 남성다움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혼자서 늙어죽거나 레즈비언이 되는게 속편할 것이다. 일본인 남자친구가 남자답게 느껴진 것은 딱 한번뿐으로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냐”며 내 팔을 낙아챘을 때이다. 자기 친구들과 동전까지 새어가며 더치패이하는 그를 보면, 돈이 없어도 2차 3차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한국남자가 그립다.
인간적인 면에서
일본남자는 "give and take"이 철저하다. 한국남자나 미국남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당히 엎치고 매치면서 의리로 똘똘 뭉치는 사나이들의 세계” 따위는 없는 것 같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동료끼리 속내를 털어놓기는 커녕 서로 말도 잘 안한다. 반면, 미국남자는 너무 인간적이다 못해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어서 같이 수다를 떨어주느라 지칠 때가 있다.
성적인 면에서
미국남자들은 아시아 여자들이 순종적이길 바라고, 자기를 위해 침대에서 뭐든지 다 해줄 거라고 믿는다. 특히 백인들은 다른 인종의 여성들에게 더 그러는 것 같아서 심히 불쾌하다. 반면, 일본남자들은 촐싹대며 밝힌다. 내게 접근하는 일본남자들은 하나같이 “좋아한다”고 고백한 얼마 후에는 “자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한국남자가 “예쁘다, 좋아한다”고 하며 여자를 꼬실 무렵, 미국남자가 “아름답다, 사랑한다”고 하며 접근할 무렵, 일본남자는 이미 혼자서 저만치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남자는 동물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하면서, 오히려 다른나라 남자들이 가식적인 거라고 비난한다. 일본인들이 볼 때, "정신적인 사랑을 하는 커플"은 그저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일 뿐이다. 참고로 결혼 후의 외도는 미국과 일본 모두 많았으며, 모두들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하고 싶어서들 안달이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외도한 미국남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반면 (이혼을 하는 등), 일본남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면서.
삶의 질 면에서
일본인들은 부지런하고 조용하고 깨끗하다. 그러나 안쓰러울 정도로 아끼며, 좁은 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불쌍하게 산다. 그러면서도 가끔 한국이 못 산다고 동정하는데 가관이다. 반면, 미국인들은 통이 커서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으며, 훨씬 행복하게 산다. 일본인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사준 벤츠를, 미국인 남자친구는 자기가 할부로 산 렉서스를 몰았었는데, 전자는 “아버지가 쉽게 사준 것 = 자신은 집안이 좋다”고 자랑한 반면, 후자는 “자기가 어렵게 산 것 = 자신은 자립심이 있다”고 자랑했다. 재산은 일본남자가 훨씬 더 많았지만, 누리는 삶의 질은 미국남자가 훨씬 더 높았다.
배타적인 면에서
일본인들은 독창적인 반면, "자기보다 약한 자는 깔아 뭉개고, 강한 자에게는 알아서 기는” 비굴한 면이 있다. 언젠가 일본인 남자친구가 중국인들은 더럽고 가난하고 시끄러워서 싫다고 했는데, 한국인들도 거의 마찬가지로 수준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서양인들은 추종하는데, 서양남자에게 사족을 못쓰는 일본여자들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일본거리를 걷다 보면 서양남자들이 지겨울 정도로 작업을 걸어온다. 이처럼 서양남자들이 넘치는 자신감으로 일본의 번화가를 장악하게 된 것은 일본여자들이 그만큼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인 남자친구는 내가 백인 남자친구를 버리고 자신을 택했을 때 무척이나 감격스러워했다.
싸울 때
일본남자는 조목조목 따져서 계집애랑 싸우는 것 같다. 그리고 속이 좁아서 잘 삐지는데, 그게 남자로서는 매력 빵점이라는 걸 모른다. 자존심이 강해서 먼저 사과하지도 않는다. 반면, 미국남자는 아무리 화가 났어도 다음날 화해하자며 먼저 다가와서 안아준다. 자고로 여자라는 존재는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도 남자가 사랑으로 다 덮어주기를 바라는 동물이다. 일본남자와 싸울 때마다 한국남자나 미국남자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별 후에
일본인들은 잔 정이 없다. 헤어진 다음에 폐가 될까봐 연락을 안하고, 평생 그 사람 앞에 안 나타난다. 반면, 미국남자는 헤어진 후에도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남아준다. “이 세상에 나만큼 너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한다. 심지어는 그의 부모님이나 친구들까지 헤어진 후에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낸다. 이쯤되면 이별 후에도 이렇게 멀쩡한 남자가 과연 날 사랑하긴 했던건가 살짝 한심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난 “장점이 많은 미국인 남자친구”보다도 “단점투성인 일본인 남자친구”를 더 많이 사랑했다. 일본인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가도 경우에 따라서는 비인간적일 정도로 집단적이어서 공산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미국의 좋은 점"보다는 "일본의 나쁜 점"만 골라서 닮아가는 것 같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에 대한 멸시, 남이 죽든말든 상관하지 않는 개인주의, 강자 앞에서의 비굴함, 줏대없는 성문화 등등 말이다. 난 일본인을 사랑하지만 감정이 메마른 일본이 싫다.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남에게 관심을 기울일 줄 알고, 먼저 베풀 줄 아는, 따뜻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한국사회가 좋다.
추신 - 참고로 저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외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을 적은 것일 뿐입니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일하면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한국여성들을 위해서 쓴 글이니 악플은 삼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