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 생애 첫 미팅에 나온 아케보노같은 여자분.

긴팔원숭이 |2006.04.10 18:29
조회 666 |추천 0
    평생 미팅 딱 한 번 해 봤는데 한 번 해보고서 크게 데이고는 다시 할 생각이 싹 사라져서였다.   한 7년전인가... 내 친구가 마을버스 좌석에 적혀있던 삐삐번호(그렇다 옜날이다)를 통해 여차저차 연락해 만나게 되었다.(4대 4) 우리 서식지에서 2시간 반은 떨어진 거친 바닷가 마을이었다....음. 밝힌다. 경북 포항시였다.    솔직히 내 외모가 워낙 비루하기에 남의 외모를 볼 때 최대한의 관용과 인내를 통해 본다고 자부하던 바였다.   약속장소인 지하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저 구석에 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약 세명의 사람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하나하나가 압도적인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아... 포항 씨름단이 커피도 마시러 오는구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들이었다.   아뿔사 싶어서는 그냥 도망가려다가 여자들이 불러서 쫄아서 가까이 가니까 얼굴에 담배를 뿜으면서 하는 말이 "졸라게 늦었네..."라는 애교섞인 첫인사였다.   통성명을 하려고 정면에 앉아 있는 여자분을 보니까, 아뿔사, 일본 스모계의 요코즈나, K-1의 열혈 파이터 아케보노인줄 알고 흠칫했다. (참고사진 : http://blog.naver.com/lsjhy110.do?Redirect=Log&logNo=60012530501) 여자분이 걸친 터질 듯한 가디건의 배 쪽이 한 7번 접히는 것을 보니까, 12마리 돼지 쌍둥이 임신한 어미 돼지가 옷을 입으면 저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절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가정교육 잘 받은 나로서도, 소변 본다고 화장실 갔다 오니까, "잘 털었냐?" 라고 대놓고 까대는 말을 듣고 뚜껑이 열리는 듯 했다.   다른 여자분들도 아케보노같은 친구를 둘 수 있을 정도의 배짱과 의지를 외모와 자태에 담고 계셔서 우리 친구들은 사시나무 떨 듯 다리를 떨며 도망갈 궁리만을 모색하게 된 거였다.   밥 먹으러 가자니까 아케보노가 해장해야 된다고 술 먹으러 가자고 했다.(오후 6시에 술로 해장을?) 어제 먹은 소주 10병은 내가 생각해도 심했다고 말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아케보노에게서 순간적으로 살의를 느꼈으면 내가 정신세계가 이상한 놈인가?   다른 여자 한 분이 술이 취했는지 끅끅 우니까, "미친 년, 닥치고 술이나 처무라..." 라는 식의 다정한 발언으로 그녀들간의 끈끈한 우정을 재삼 확인시켜주는 센스 한 가득 발휘하고선.   아케보노의 강요로 마신 술이 2차, 3차 합하여 어느덧 두당 소주 세 네병이 될 때쯤.     그 날...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그 순간이 찾아왔다. 술 절대로 안 취했으면서 취한 듯이 나한테 팔짱을 끼고는(암바를 거는 줄 알았다...)   "터프가이! 나 취했으니까 네가 책임져."   라는 것이 아닌가. (어떤 남자든지 그녀에게는 터프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술먹는 내내 틱틱거렸더만...) 차라리 대형 버스를 이빨로 끄는게 쉽지, 아케보노를 어떻게 업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래서 친구 세 명이 다 붙어서 나와 그녀를 떼 놓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지 한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그녀는 택시를 타고 다른 친구들과 사라져갔다. 그렇게 나의 미팅에 대한 선망도 함께 영원히 사라져 갔었다.   그 분 지금쯤 어떤 씨름판에 챔피언 먹고 있을까 참 궁금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