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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끓인 국물에 밥한그릇 뚝딱 ‘추어탕’

김항준 |2002.10.24 22:04
조회 338 |추천 0


△ 광정추어탕에서 주인 아줌마가 걸죽한 전라도식 추어탕을 한뚝배기씩 끓여내고 있다.

옛날 한양에는 포도청에서 인가한 관인 거지 조직인 ‘꼭지’가 있었다. 이 꼭지들은 청계천, 서소문, 염천교 등 그들이 모이는 곳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붙이고서 궁중의 행사나 명문대가의 대소사에 다른 거지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영업권을 독점할 만큼 대단한 세력을 지녔다고 한다.

이들은 나름대로 품위유지를 위한 우월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밥만 빌고 건건이는 빌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었다. 그래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을 끓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발전해 한양의 ‘꼭지탄 해장국’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보양식, 강장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어탕은 고려 말 문헌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소개돼 있어 과연 빼 놓을 수 없는 ‘우리음식’이다.

살이 오른 누런색의 통통한 미꾸라지가 가득한 수족관을 뒤로하고 입구로 들어서면 경상도 사투리가 반기는 오륙도 추어탕(02-445-8226)은 주인부부가 직접 솜씨를 낸 지 19년째다. 연한 얼갈이 배추와 토란대, 체에 뼈를 걸러 내린 살집이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넉넉히 넣고 끓인 이 집의 추어탕(6500원)은 맑은 국물이 특징인 경상도식으로 금새 밥 한 그릇이 빈다.

끓이는 법은 경상도식이지만 이곳 미꾸라지의 고향은 전라도 일대다. 수요가 많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미꾸라지로는 고기의 육질이 달라 체에 걸러 끓여내는 이 집에서는 우리 것을 고집한다. 시장기가 돈다고 허겁지겁 밥을 말아버리거나, 몸에 좋다고 처음부터 다진 마늘을 흠씬 넣어버리면 제 맛을 음미하기 어렵다. 충분히 국물맛을 본 뒤 양념을 넣어가며 먹으면 좋다.

연한 풋고추와 꼴뚜기 젓갈은 추어탕과 궁합이 잘 맞아 사철 상에 오르고, 다른 밑반찬은 깔끔함이 한눈에 들어오고 맛 또한 괜찮다.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 상가내 미도마트 1층에 있다. 2·4주 일요일은 쉰다.

광정 추어탕(02-2296-0367)은 전라도식으로 된장과 들깨즙을 넣어, 걸죽하고 되직한 국물이 입에 척척 붙는다. 추어탕(5000원)을 주문하면 보글거리며 다 먹도록 식지 않는 뚝배기에 1인분씩 내오는데, 미꾸라지는 갈아넣어 흔적이 없고 여기에 무청, 얼갈이, 토란대, 머위대, 버섯 같은 야채가 푸짐하다. 추어탕에 일단 밥을 조금만 넣어 맛이 잘 배인 건더기와 진한 국물을 함께 먹으면 된다.

청양고추를 적당히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개운하고 들깨가루를 더해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한다. 추어탕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산초가루도 필수다. 추어탕을 다 먹고 나면 진하고 고소한 콩국을 후식으로 주는데, 이 맛을 못잊어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영양식이 필요할 때 이곳에서 먹겠다 생각하면 된다.

미꾸라지튀김(6천원∼1만2천원), 통미꾸라지가 듬뿍 든 전골(2만원)은 안주 메뉴다. 왕십리 전풍관광호텔 맞은편 피자헛 뒤편 골목에서 15년째 맛을 내고 있다.

김두라 컨설턴트·foodservice2u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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