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적막함이 도는 어두운 밤의 적막함을 깨고 뚜벅뚜벅 구두 소리가 현관 안에서부터 시작되어 현관 밖으로 이어져 들려온다. 뚜벅뚜벅 거리는 발소리는 한사람만의 소리는 아닌 듯 복잡하게 얽혀져 들려온다. 발소리의 주인공들은 무언가 찾는것이 있는 듯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집안을 여기저기 휘젖고 다니다 현관 밖으로 걸음을 옮겨 정원을 휘젖고 다니기 시작한다.
뚜벅 뚜벅 들려오는 소란스러움 때문이였을까 나무위에서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소녀의 눈이 떠진다. 소녀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자신의 잠을 깨어나게 만든 소란스러움의 원인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소녀의 눈에 활짝 열려져 있는 현관문이 보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깜깜한 밤에 썬그라스를 끼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놀라움에 소리를 지를뻔 하지만 서둘러 한손으로 입을 막아 나오려는 비명을 집어 삼키게 만든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움직임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던 소녀의 귀에 두런두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소녀의 다른 한손은 덜덜 떨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꽉 움켜 잡고 있다.
“ 박회장님 뜻대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네. ”
“ 그렇지만 저희에겐 거절할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
“ 그나저나 문제는 이 어린 아가씨를 어떻게 찾느냐 하는건데? 어디로 가버린건지? ”
“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겠습.. ”
뚜뚝!!
갑자기 말을 주고받는 남자의 말이 끊기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남자의 시선이 나무를 향하자 나무위에 있던 소녀의 눈이 겁에 질리기 시작한다. 남자의 시선이 나무를 향하고 잠시 흔들린 후 남자는 서둘러 시선을 돌려 버린다. 소녀의 눈엔 남자의 왼쪽 눈 밑으로 길게 뻗어 내린 흉터가 눈에 들어와 머릿속에 박혀 버린다.
“ 왜 그러나? ”
하던 말을 멈추고 두리번 거리는 남자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져 묻는 물음에 남자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잇는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
“ 원 이사람 싱거워서는. 그럼. 그렇지 않으면 내비두자는 말인가? ”
“ 그런건 아니지만. 그 어린 아가씨께서 알아야 얼마를 알겠습니까? 최회장님도 그렇지 뭐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는건지? 돈이 무엇이길래 핏줄까지. ”
“ 말이 지나치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았나? 내 뒤를 이을 사람의 입이 그렇게 가벼워서야 원.. 내 마음 놓고 일을 맞기지를 못하잖는가? ”
두런 두런 나누던 말소리가 점점 멀어져 감에 따라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서서히 고여 가기 시작한다. 소녀가 나무를 움켜잡고 있는 손이 하얗다 못해 퍼렇게 변해가도록 소녀는 손에 쥔 힘을 풀지 않은채 눈물이 고인 눈으로 멀리 사라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말을 주고받던 두 남자의 말뜻을 알아차렸을까? 큰 눈을 깜박임 없이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한방을 주르륵 흘려 내려온다.
소녀는 생각해 본다. 두 사람의 말뜻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
뜻대로 했다는 말은 무엇을 뜻대로 했다는 것인지? 어린 아가씨라는 것은 자신을 뜻하는 것인 듯 하기에 왜 그들이 자신을 찾으려 하는 것인지? 최회장님이라는 사람의 지시에 따른 듯 한 남자들이기에 그들이 말하는 최회장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핏줄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 소녀는 머리를 회전시켜 보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고 다만 엄마 아빠에게 무언가 일이 생겨 버렸다는 것과 자신이 발견되면 위험해 진다는 것만을 알게 되어 밖에 나가버린 엄마 아빠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소녀는 자신이 혼자 집에 남아 그것도 나무위에 올라가 있게 만든 일을 떠올려 본다.
“ 나두 나두 가자~~ ”
한 소녀가 엄마로 보이는 듯한 여인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흔들고 있다. 그런 소녀의 손길에 엄마로 보이는 듯한 여인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후 웃으며 다정하게 이야기 한다.
“ 엄마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이번엔 엄마만 나갔다 올게. ”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녀는 앙증맞게 묶음 양갈래 머리가 흔들리도록 고개를 죄우로 젖는다.
" 싫어 싫어. 나도 나도 갈꺼야. 나도 아빠 만나고 싶단말야. "
그런 소녀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일까 엄마의 시선이 흔들리지만 그런일은 없었다는 듯 서둘러 시선을 잡는다.
" 엄마는 인서가 이러는거 너무 싫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게 있다는거 우리 인서. 알아 몰라? "
엄마의 물음에 소녀는 대답을 해야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바닥으로 시선을 고정 시킨 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 대답해야지. "
소녀의 안쓰러운 모습에 한번쯤은 못이긴척 소녀를 데리고 나갈법도 하것만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는 듯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소녀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여인의 모습엔 비장함마져 묻어 나온다.
“ 아… 알아요. ”
고개 숙인 채 마지못한 듯 입을 여는 소녀의 입이 열리고 말이 나오자 여인은 그런 소녀의 모습이 안쓰러운 듯 품에 꼭 안아준다.
“ 이번엔 엄마가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우리 인서한테 그런 모습 아빠가 보이기 싫어 할꺼야. 그래서 그래. 나중에나중에 우리 인서가 엄마도 아빠도 다 이해해 줄때쯤에 엄마가 다 말 할께. 그러니까 우리 인서 그때까지 참아주기다. 알았지? ”
소녀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작게 속삭이는 엄마의 작은 말을 들으면서 묻고 싶었다. 어떤 모습이기에 아빠가 보여주기 싫어할 거라는 건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 일이기에 엄마도 아빠도 나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말하는 것인지. 너무나 묻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흔들리는 목소리에 자신을 안고 있는 엄마의 팔이 조금씩 떨리고 있음을 알기에 소녀는 아무것도 물을수도 없었다. 자신의 궁금증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 두어야 했다.
소녀를 안은 팔을 풀고 소녀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에 아픔이 서려있는 듯 보이는 것은 소녀의 착각이였을까 여인의 그런 눈에 소녀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인다.
“ 아빠 기다리겠다. 빨리 가봐. ”
“ 우리 인서. 엄마 빨리 올테니까 아줌마랑 놀고 있어. 알았지? ”
“ 응. 나 아줌마한테 맛있는거 해달라고 해서 밥 꼭꼭 씹어 먹고 있을테니까 천천히 와. ”
여인의 얼굴에 근심이 사라지고 서서히 미소가 깉들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앞치마를 하고 있는 여인의 얼굴에 갈등의 빛이 나타난다. 짧은시간 찰라의 시간이였기에 인서에게서 아주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여인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함에 아주머니를 향해 소녀를 부탁한다는 듯 말을 건낸다.
“ 아주머니가 수고스럽겠지만 부탁할께요. 우리 인서. ”
“ 사모님 그런말씀 마세요. 아가씨와 있으면 저야 좋지요. 저야…. 행복한 시간이죠. ”
“ 그럼 아주머니만 믿고 갔다 올께요.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을거에요. 부탁드릴께요. ”
왠지모를 불안함에 여인은 계속해서 소녀를 부탁한다는말을 건낸다. 그런 여인의 모습에 소녀는 심통나기 시작한다. 자신을 못믿어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인해서.
“ 쳇. 엄마 나 못 믿어? 내가 사고라도 칠거 같아? 쳇. 아빠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
그런 소녀의 모습이 귀여워서일까 여인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나타난다.
“ 그래 우리 인서 아주머니 말 잘듣고 있어. 엄마 갔다 올게. 사랑해. ”
여인은 소녀를 꼭 안아준 후 늦은 듯 시계를 한번 쳐다본후 걸음을 빨리서 서둘러 현관밖으로 나간다.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인다.
“ 아가씨 뭐 드시고 싶은거 없으세요? ”
“ 아줌마. 아가씨라는말 싫어. 요자 붙이는것도 싫어. 그러는 아줌마 싫어. ”
자신과 눈 높이를 맞추며 물어보는 아주머니의 말투에 맘에 들지 않았을까 소녀는 괜시리 심술을 부린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아주머니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 아줌마 왜그래? 또 생각나? 시원이 또 생각나? 그래서 그래? ”
“ 아니에요. 아니예요. ”
소녀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의 떨림을 알고 있기에 팔을 뻗어 아주머니를 꼭 안아준다. 자신이 울고싶어할 때 아빠가 품에 꼭 안은채 등을 토닥여 주는것처럼 팔을 뻗어 아주머니의 등을 작은 손으로 토닥여 준다.
“ 시원이 생각나면 나 안아도 돼. 난 시원이이기도 하니까. ‘
자신을 위로 하려 하는 소녀의 마음을 알았을까 소녀의 작은 팔에 안겨 있는 아주머니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 미얀해요. 미얀… 미얀해요. 미얀해요…. 미얀해요. 아가씨 미얀해요. 미얀해요. 미얀……. ”
소녀는 이해할수 없었다. 자신을 안은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얀하다 말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의아함이 들었다. 누구한테 무슨이유로 하는 말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 나 배고파. ”
“ 먹고 싶은거 있어? ”
소녀의 말을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녀의 작은 팔에 안겨 있는 아주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밝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주머니의 요자가 붙지않은 편한 말투때문이였을까 소녀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걸려진다.
“ 먹고 싶은거. 아줌마가 해주는 해주는 해물스파게티가 먹고 싶어. ”
“ 스파게티? 음… 해물. 당근. 양파.. 다 있는데 면이 없는데 …어쩌지? ”
“ 면 없어? 그럼 못먹어? ”
“ 아니. 금방가서 사올께. 기다리고 있어. ”
“ 응. 아줌마 빨리와. 나 혼자 있는거 싫으니까 금방 와야해? 알았지? ”
소녀의 대답을 뒤로 소녀를 품에서 떼어낸 채 열쇠도 챙기지 않은 채 지갑도 챙기지 않은채 힘든 발걸음을 돌리는 아주머니의 발걸음이 유독 무거워 보이는 것은 소녀의 착각이였을까? 아니면 무슨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지몽 같은 느낌이였을까?
“ 쳇.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아줌마도 없고. 심심해 심심해. 쳇. ”
굳게 닫혀진 현관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을 하는 소녀의 모습이 한없이 귀엽게 느껴지기만 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소녀는 시계를 힐끔 쳐다본후 장난기 가득어린 웃음을 짓는다.
“ 쳇. 나혼자둔 벌이다. 놀래켜야지. ”
소녀는 서둘러 현관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자신의 아지트 아닌 아지트가 되어버린 현관 바로 옆에 있는 잎이 무성한 나무위를 낑낑거리며 올라가 나뭇잎에 자신이 보이지 않도록 몸을 숨긴다.
“ 이러다가 아줌마 오면 으악~ 하면서 뛰어내리는거야. 그럼 놀라겠지? 킥킥. ”
작은 웃음을 터트리는 소녀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느껴진다.
“ 왜? 안오지? 아줌마도. 엄마도 아빠도. 왜 오지 않지? 우함~ 졸리다. 왜 눈이 감기지? 나 자면 안되는데. 놀래켜야 하는데. 나 자면 안돼는데. ”
감겨오는 눈을 감지 않기위해 깜빡깜빡이며 눈에 힘을주며 감지 않으려 한는 소녀의 얼굴에 잠이 가득하다. 깜빡임의 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소녀는 잠속에 빠져들고 만다.
밝아있는 정원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것을 보면 소녀가 나무위에 올라간지 괘 많은 시간이 지난 듯 하다.
굳게 잠겨 있던 대문이 열리고 소녀가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아닌.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아닌 왠 시커먼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성큼 성큼 거리낌없이 구둣발로 온 집안을 헤집고 있다. 소녀는 잠에 취해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남자들 또한 나무위에 잠들어 있는 소녀를 발견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 혹시 서은숙씨가 배신을 한건 아닐까요? ”
갑작스레 들려오는 말소리에 소녀는 과거의 기억속에서 깨어난다. 뚜벅 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자 소녀는 혹시나 자신의 입에서 비명이라도 나오는 것은 아닌지 자신도 모르게 나뭇가지를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두손으로 입을 막은채 숨죽여 벌벌 떨리는 몸을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채 그렇게 두려움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 아닐세. 자식이 걸린일인데. 설마하니 남의 자식으로 자신의 자식을 버릴까. 그건 아닐걸쎄. ”
“ 그럼 대체 어딜 갔단 말입니까? 분명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
“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찾고 있는거 아닌가? 말끔히 처리해야 하것만 왜 이리 일이 꼬여버리는것인지. 당장 서인숙이 잡아 오게. ”
“ 네. ”
왼쪽눈밑에 긴 흉터를 가지고 있는 남자가 고개를 숙여 보인후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대문밖으로 나간다.
“ 휴~ 이게 잘하는것인지 모르겠네. 자네가… 휴~ ”
혼자 남은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채 띄엄 띄엄 말을 잊는다.
“ 자네 핏줄 아닌가? 이 아이는 자네 핏줄 아닌가? 딸이야 어이없이 보냈다지만 이아인 자네 핏줄아닌가? 꼭 그리 매정하게 해야 하는가? 휴~ 이 사람아… ”
끼익~
닫혀있던 대문이 열리며 한 여인과 방금 나갔던 남자가 들어온다.
“ 서은숙씨 모셔왔습니다. ”
“ 수고했네. 자네는 잠시 나가있고. ”
남자의 말에 왼쪽눈밑에 흉터를 가지고 있는 남자는 발걸음을 돌려 현관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남자의 앞에 남겨지게 된 여인의 고개가 들려지고 얼굴이 보여진다. 그 모습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던 소녀의 눈이 더 이상 커질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소리가 나오지 않게 입을 굳게 막고 있는 손에 더욱더 큰 힘이 들어가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든다. 소녀의 눈에 들어오는 서은숙이라는 여인의 모습은 스파게티의 면이 없다며 사러 갔다 오겠다 약속한채 나갔던 아주머니였기에. 소녀는 이를 악물며 나오려는 비명을 집어 삼켰다.
“ 서은숙씨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
남자의 입이 열리고 물음이 흘러 나왔지만 은숙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채 남자의 등에 보이는 나무만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 서은숙씨. ”
은숙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다시한번 은숙을 부른다. 은숙은 마지못한 듯 나무에서 시선을 돌려 남자를 쳐다본다.
“ 아이 어디있습니까? ”
“ ……모르겠습니다. ”
“ 모르겠다는게 말이 됩니까? 밖으로 나간것입니까?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것입니까? ”
“ …… . ”
남자의 다그치는 듯한 물음에 은숙은 모른다는 말만을 반복할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 서은숙씨 장난합니까? 당신아들 정시원이라는 아이 버려져도 상관없는것입니까? 그런것입니까? 이 아이가 당신 아들보다 더 중요한겁니까? 그런겁니까? ”
남자의 소리침에 은숙은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돌려 남자의 뒤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 밖으로 혼자 나다니는 아이가 아니였습니다. 나갔으려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 그걸 말이라고 하나? ”
“ 혼자 나갔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 당신 아들 정시원 버려져도 되는 것으로 알고 이만 철수 하겠습니다. ”
남자의 사형선고와 같은 말에 은숙이 시선이 흔들린다. 은숙의 몸이 흔들린다. 남자의 멀어져 가는 모습에 은숙은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작은 떨림으로 시작된 은숙의 떨림이 큰 떨림으로 소리죽여 울던 울음은 울부짖음으로 변해간다. 은숙이 간간히 중얼거리는 아가씨 미얀해요. 라는 말이 은숙을 위로하려 내려가려 하는 소녀의 발목을 잡아 소녀는 나무에서 내려가지 못한 채 은숙을 바라본다.
“ 아가씨 미얀해요. 미얀해. 미얀.. 아가씨. 미얀해요. 미얀해. 미얀. 아가씨! 미얀해요!! 미얀해!!! 미얀!!!! ”
은숙의 작은 중얼거림이 외침이 되어 인서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음으로 인서는 굳게 닫았던 눈커플을 들여올린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기 시작한다. 이미 익숙해져 버릴만큼 익숙해진일이지만 인서에겐 매일 매일이 지옥속에서 힘겹게 빠져나온 듯 식은땀으로 온몸이 흥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