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르다!” 김종학 PD·송지나 작가 콤비의 재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SBS TV 사극 ‘대망’이 ‘퓨전 사극’이란 장르를 새롭게 창조하며 풍성한 화제를 낳고 있다. 현재 시청률은 25% 안팎. 사극으로는 드물게 10~20대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면서 “영화 못잖은 감각적 화면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 무엇이 다른가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원색 중심의 화려한 복식. 이 드라마가 조선 후기 가상의 왕 ‘승조’ 시대를 상정한 것은 고증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노랑, 파랑, 검정, 갈색, 초록 등 신분에 관계 없이 인물마다 개성있는 색깔의 옷을 입는다. 디자인도 마찬가지. 여진은 생활 한복, 여자 무사들은 옷고름 없는 삼국시대 평상복을 입고 화면을 누빈다. 반짝이는 화학섬유를 사용한 옷도 등장한다.
사극에 첫 등장하는 청춘 스타들이 과감한 스킨십과 현대 말투를 구사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특히 극중 연인 여진과 재영은 엄연한 신분 차이에도 “~했잖아” “~했니?” 같은 말투를 쓴다.
매회 등장하는 와이어 액션도 큰 매력. 27일에는 자객들이 가느다란 철사줄을 위에서 달빛을 가르며 날아다니고, 높은 돛대 위에서 칼싸움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무협장면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전권을 맡고 있다.
TV 드라마 사상 최초로 전편 고화질(HD)로 제작돼, 아날로그 TV로도 선명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고속촬영된 필름을 느리게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도 긴장감을 높여준다. 배경 음악에도 국악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바이올린, 기타, 드럼, 신디사이저 위주로 악기가 편성됐다. 주제가 ‘열정’은 완벽한 현대 가요다.
◆ 제작진의 생각 =김 PD는 “몇 십년 사극 역사의 밑둥을 흔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사극들은 역사 인물을 소재로 했던 만큼 새로운 인물 창조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 송 작가는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극중 인물들 대사를 통해 현실 비판의식도 전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암울한 시대 한 줄기 빛처럼 그려질 영웅 재영의 모습은 김·송 콤비 가 갖고있는 현실적 소망의 결집체다. 영화 같은 화면은 이들에게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서득원 촬영감독은 “제작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의 영상미를 능가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한계는 없나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40~50대 시청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시청률이 팍 뛰지 않는 이유다. 경쟁 사극인 KBS 1TV ‘제국의 아침’과 비교해 보면 그런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다. 10, 20대에서는 각각 5, 3.7% 차이로 ‘대망’이 앞서지만, 30, 40대에서는 4.1, 3.4% 차이로 ‘제국의 아침’이 우위다. 정통 사극과 달리 흐름이 너무 빠르고 복선이 많아 사극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젊은 탤런트들 연기도 아직 눈에 설다. 김 PD는 “일반적인 시청 패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