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가 나오길래 저도 그냥 푸념 좀 늘어놓고 싶어서요~
전 꼬마 낳고 6개월만에 둘째 낳기는 잠정적으로 포기한 상태랍니다.
애를 처음에는 정말 안 좋아했어요. 특히 애들 버릇 없는 것을 못 참는 케이스라서
애 하나 낳으면 오냐오냐 버릇 없다고 둘째 낳아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었고...
또 정서상 하나보다 둘 이상이 좋다는 교과서적인 이론(?)에 충실했었죠.
오죽하면 꼬마 낳은 당일날 둘째 낳겠다는 헛소리(?)까지 했으니 알만 하시죠?
하지만 현실은 교과서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우선, 남편...당장 애 낳고 힘든 상황이 되니 절 외면하다 못해 힘들게 하더라구요.
꼭 본인 닮은 붕어빵인데도 이쁘지도 않은지 외면 일색에 마구마구 저에게 망언을 했었죠...
"니가 친 사고 뒤따까리를 왜 내가 해야 하냐?" <- 이때 처음으로 <이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함.
"언제 누가 낳으라고 했어?"
<- 이런 사람이 결혼하기 위해서 사고(?) 칠까?라고 말한 적도 있었죠...
발목 잡혀서 결혼하기도 싫었을뿐더러 친정부모님 가슴에 못 박기 싫어서 씹었습니다.
"집에서 노는 주제에...사회도 모르고 뭐도 모르고..."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회사 다닌다고 오만가지 죽는 소리를 다 합니다. 저...돈은 벌어도 변변한 사회생활은 못했지만
사회생활이 뭐라고 무슨 특별하고 대단한 것처럼 말하더라구요.
"돈 없다고? 얼마 빌려줄까?" <- 애 낳고 돈 한푼도 안 줘서 제 비상금 다 썼습니다. 애기용품 등등..
그래서 나중에 그 비상금도 다 쓰고 돈 없다고 하니 저렇게 말하더군요.
원래는 한동안 조용히 돈벌고 애 키운 후에 나중에 공부하고 싶었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제가 번 돈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딴소리 나올 것 같더라구요.
글구 치사하고 더러워서 그 잘난 사회생활 나도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다 돈을 매우 좋아하니 처음에 회사 알아볼때 적극 찬성을 하더라구요.
말은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말이지만...돈도 벌고 집안일도 다 하라는 거지요...
두번째, 시부모님의 태도 돌변(?)과 보수적(?)인 발언들...
"결혼 전에는 그 능력 썩히면 뭐하냐? 공부할 생각 있으면 도와주겠다...
대학원도 다시 다니지 그러니?" <- 시아버님 말씀
"(남편보고) 마누라도 일 하고 하는데 너도 집안 일 좀 해라. 마누라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시어머님 말씀
애 낳고 나니 저런 소리 싹 ~ 들어가더군요. 어헛헛헛...
그러면서 매일 하는 말... "여자의 미덕이 애 낳고 살림하고 가정을 건사하는 일이다."
<-이제 저 소리 들으면 히스테리 부릴 것 같습니다. 가정은 여자 혼자 꾸리는 것인가요?
저도 완전 평등에 반반...애초부터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친정엄마가 할 도리는 하라고 하신 통에...)
하지만 그 집안이 여자만의 집안인지...왜 남자는 그런 것을 받고만 살아야 하는지...
(울 남편의 경우 시어머님의 초인적인 노력(?) 덕에 제대로 뭐 하나 할 줄도 모르는 마마보이입니다.)
"왜 회사 다니려고 그렇게 목숨 거니? 집에서 애 보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정 하려면 파트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봐라. 여자의 행복은 가정에 있다.
돈도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 버는 것이다. 공부는 얼어죽을..."
<-솔직히 시어머님이 사업(?)하고 계셔서 이런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셨는지 애 낳기 전에 몰랐죠.
(공부 많이 하는 것은 안 좋아하셨어요.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것은 배우지 말라고...그건 알지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남녀차별 발언...아주 꼬마였을 때 이 소리 너무 듣기 싫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리 들어도 무기력하게 참는 엄마 모습 보는 것도 싫었구요.
저희 엄마...항상 하시는 말씀이 "여자도 배우고 능력 있어야 한다. 능력 되면 팔자 좋게 혼자 살아라."
그런 차별이 싫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가사도 일부러 싫어했을 정도로요...
하긴...결혼할 때도 엄마가 그렇게 반대반대 했는데...노력하면 다 잘될거라고 시집 온 저였습니다만..
이런 줄 미리 알았으면 결혼을 아마 안 했을 것 같네요. 사실 결혼을 매우 망설이다가...
(연애때도 남편 행동이 썩 미덥지 않아서요. 정말 미운 정으로 못 끊어서 그렇지...)
시부모님의 개방적인(?) 마인드를 보고 결혼해서도 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라는 믿음이 생겨서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는데...지금 생각하면 "내가 내 발등 찍었다." 라는 자괴감 뿐이지요.
(사실 결혼을 조건으로 더 능력좋고 성격 좋은 사람을 소개도 받아보고 했지만
결혼하고 순순하게 살 마음이 애초부터 없어서 거절했어요.
친정엄마도 이런 제 뜻 알아서 선 자리 들어오는 것도 거절했구요.)
처음에 둘째 안 낳겠다는 말은 단순한 협박이었어요. 노조 파업 하듯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시댁과 남편에게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더군요.
(항상 여자는 하등동물 취급하는 발언을 매일 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문제 외에 다른 점에서는 잘 챙겨주시고 돈 문제로 속 썩을 일도 없고...
며느리 밥상 못 받는다고 별 소리도 안 하시고...남편 것만 잘 챙기라고 해서 그러고 있답니다.)
6개월 정도 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임산부 속옷을 다 재활용 쓰레기통에다 내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에 임부복을 다 친구 빌려줘버렸죠...제가 혹여라도 마음이 약해서 둘째 생각할까봐서요.
그 뒤 직장다니면서 별별 사건 다 있었습니다.
시댁 식구들 앞에서 어머님이 힘들다고(사실이긴 합니다) 노래 부르는 통에
완전 저만 눈치없고 싸가지 없는 며느리로 형제들 사이에서 찍혔구요.
(사람 구하라고 해도 안 된다~ 어린이집 보낸다고 해도 안된다~하시다가 애의 사회정서상 보냅니다)
시어머님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제가 궁지에 몰리니 지병으로 몸이 안 좋은 친정엄마가
애 봐줄테니 1달이라도 데리고 오라고..어떻게든 해주겠다고 하셔서
애를 한달만 친정에 맡긴다고 했다가 식구들 앞에서 어머님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니가 날 욕되게 한다고 그간 내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애 봐줬는 줄 아냐고...
(전 아직도 이때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님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셔서 그랬는데...
한마디로 저보고 직장 그만두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휴직계 내고 몇달 쉰다고 까지 했었습니다만
하늘이 절 도우사 다른 문제때문에 휴직계 안 내고 회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회사 다닌지 1년도 안 된 터라 휴직계=실직인데 하도 압박이 심해서 그랬었고요...
이 사건으로 인해서 시부모님에게 항상 가졌던 죄책감은 다 사라져버렸어요.
안달복달하고 항상 미안하고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싸가지 없는 며느리의 길로 접어든 대표적인 사건이죠...-_-;)
또 새해 벽두에 눈치 없는 남편이 시댁에 대해 푸념 늘어놓은 것을
시부모님께 그대로 전달(?)하는 바람에 1주일동안 이유 모를 냉대와 비난에 시달렸었죠.
회사서 승진했다고(?) 기분이 왕창 부풀었었는데 승진했다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분명 승진하면 일이 많아져서 가정에 소홀하니...그만둘때가 되었느니...이런 소리 해서...)
감정이 극도로 달한 때는 어머님이 저에게 욕을 하면서 물건 집어던지고 난리도 아니셨습니다...
저도 나름 귀하게 큰(?) 딸인데 말입니다...(아무리 친정엄마랑 상의해도 이건 말 못하고 있죠.)
저 가운데 앉혀두고 니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라~라는 본인 의사와 상관 없는 인생 플랜도 짜 주시고..
물론 직장 생활을 하는데다 내 살림도 아닌 관계로 집안 일을 해도 아주 미미하고
완벽주의자인 어머님이 보시기에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겠지요.
(밥 좀 해보라고 하도 뭐라고 하셔서 밥이랑 했는데 어머님은 제가 한 음식 절대로 안 드십니다..)
시댁서 살지만 않으면 꾀 좀 부려도 보고 남편도 맘 편히 부려 먹고 사람도 쓰고 편하게 살텐데...
아주 오지게 일 하고 생활비 조로 돈 내고(지금은 액수 줄어서 1달에 100만원) 욕은 욕대로 먹고...
(뭘 해도 전 게으르다는 소리밖에 못 듣습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시어머님이 상상을 초월할만큼
부지런하셔서...동서나 저나...도저히 저러고는 못산다는 데 의견이 일치할 정도...)
이번에 분가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자기 아들 밥도 못 얻어먹고 기 센 며느리한테 눌릴까봐
여자의 도리, 자질 운운하면서 또 이래저래 딴지를 거시네요.
(솔직히 공부만 한다고 썩 집안일을 잘 하지 못하지만 친정에서 보고 배운 게 있어서 그럭저럭 합니다)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아침마다 꼬박꼬박 밥 해서 남편 챙겨주고(이번엔 안 먹으면 벌금 받기로 함)
제 도시락까지 싸 들고 회사 옵니다. 회사 사람들...도시락 뭐하러 싸오냐고 묻기까지...
(저희 회사의 경우 식대가 나옵니다. 어머님이 식대 청구 못할까 걱정되시는지 단골 식당에서
영수증 한뭉텅이를 얻어오셨습니다...ㅎㅎ...)
전 개인적으로 저희 꼬마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제일 제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는 입장이지만 이 녀석이 제 직장생활을 돕더군요.
건강하게 태어나주고, 잘 안 아프고 튼튼하고, 성격 좋고 순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낯 안 가리고
(죄송...저도 고슴도치 엄마라서요...ㅎㅎ,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새우눈에 고집 세고 똥 많이 싸고..
이 조건 중 하나라도 안 되었으면 전 시부모님의 압력에 굴복(?)해야 했을 겁니다...-_-;
결정적으로 어린이집 다니는 것을 너무도 좋아해서 어린이집 보내지 말라는 시부모님을
무색하게 만들어드리고...(어린이집 가자~라고 말하면 구석에 있는 가방을 꺼내서 매달라고 낑낑...)
전 참 복이 많다는 생각도 들고 애한테 항상 고맙더군요.
현재 남편은 위의 망언을 삼가할 정도로 철(?)이 들었지만
변덕도 심하고 귀도 얇으니 절대 믿지 않습니다. 뭐...가끔 집안 일도 거드는 센스도 발휘합니다만..
1년 동안 와르르 무너진 신뢰가 몇번의 이벤트로 다시 생기기에 제 콩깍지가 확 벗겨졌네요.
(친정엄마가 항상 "XX가 달래주면 금방 풀리고 화해하면서...속도 참 없다."라고 구박했었죠...)
사실 전 저의 사회생활만 보장된다면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둘째를 낳고 싶었습니다.
더 노력해야 된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제 주변 분들-그것도 영향력이 대단하신 분들-의 마인드가 이러시니..
제가 둘째를 낳고 싶겠습니까?
가끔 저희 꼬마를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꼬마 친구는 벌써 동생도 생기고 했는데...
제가 욕심을 부려서 행복할 수 없는 건지...제 욕심 때문에 애가 불쌍한 것은 아닌지 회의도 들구요.
(시어머님의 교육의 성과(?)입니다. 직장 다니고 애를 남의 손에 맡기면 애가 제대로 되겠냐고
지금도 노래를 부르십니다. 그 말 듣다보면 세상의 직장맘들은 다 몹쓸X입니다...에혀...)
저랑 가장 친한 친구 중에 애국자가 하나 있습니다. 힘들어도 애는 둘을 낳아야 한다고 우기는...
말로만 떠든게 아니라 본인도 연년생으로 둘이나 낳는 모범을 보이고 항상 긍정적인 말만 하는 친구...
제 풀 스토리를 다 아는 관계로 저한테는 그런 소리 못하더군요.
조그만 목소리로 "지금은 절대로 낳지 말고 나중에 터울 많이많이 두고 낳아라..."라고 합니다.
제가 둘째 못 낳겠다고 해도 아무 소리 못합니다. 하도 마음 고생한 것 알아서 강조 못하겠데네요.
이렇게 고생하면서 직장 다녀서 뭐하냐고 하시겠지만 사회생활은 저의 어린 시절부터 꿈인 관계로...
거기에 대한 태클은 반사~
시부모님이 애 봐주시고 저희 거둬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은 항상 가지고 있고
제 도리는 최대한 할겁니다만...
친정 부모님이랑 똑같은 애틋함은 진작에 날려버린지 오래지요.
그나마 지금은 아예 만성화가 되어서 시부모님이 원망스럽거나 밉거나 하진 않죠.
다만 시댁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글을 볼때마다 불끈불끈 분노가 솟지요...
대한민국 시댁 전체의 마인드에 대한 성토 같은...
나름대로 턴다고 했는데도 맺힌 게 많아서 글이 또 길어지네요.
오늘도 역시 둘째 낳기에서 마구마구 멀어지고 있는 아스피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