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수 PD는 KBS 2TV 미니시리즈 <고독> (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월∼화 오후 9시50분)의 남자주인공 '민영우' 역에 류승범을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 스스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생기고 한눈에 멋있는 사람에게만 매력을 느낀다는 편견. 류승범씨를 캐스팅한 것은 그같은 편견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옆집 청년 같고, 잘 웃는 사람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은 새로운 시도요 도박이다." 많은 사람들 역시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첫인상도 그랬다. 낯을 가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긴장했는지 다리를 떨고 담배를 피워대는 남자에게 과연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매력이 와 닿았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을 순화하지 않고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내내 류승범은 많은 '어록'을 만들어냈다.
#이미지 변신은 꿈도 꾸지 말라
민영우는 독일 유학파이며 유명 벤처기업에 스카우트된 엘리트다. 류승범이 여태껏 해왔던 반항적이고 양아치 기질이 다분한 인물과는 전혀 다르다.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다.
"꿈도 꾸지 마세요. 류승범은 류승범입니다. 어떤 드라마에서나 제 모습은 그대로 보여질 겁니다."
류승범은 요즘 "내가 원래 이런 인간인가 아니면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혼란스럽다.
"그동안 얼마나 까불었는지 모르겠는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소리도 지르고 춤도 춰요.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을 하는 거죠. 다양한 모든 모습이 류승범의 모습이죠. 만들어낸 것은 없습니다."
#난 타고난 배우다
건방진 말이다. 경력 2년째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가 "난 연기 천재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 머리가 나빠서 철저히 계산하면 연기가 안됩니다. 지문에 '눈물을 흘리며 대사를 하라'고 써 있으면 난감해요. 어떻게 두가지를 동시에 하라는 건지. 전 그냥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합니다. 연기는 99% 타고나고 1%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한 중견 연극배우가 모 잡지에 기고한 글이 류승범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다.
"국내에 연극학습을 받지 않아도 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배우가 2명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류승범이다."
#공효진을 건드릴 남자는 없다
"사실 인터뷰는 정말 힘들어요. 그러나 기사화가 되는 것은 아직도 신기해요."
독특한 개성이 조명되면서 류승범은 소위 '뜬' 배우가 됐다. 점차 그의 기사도 많아졌다. 그러나 류승범은 아직도 지면에 본인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무척 신기해하고 기뻐한다. 심지어 연예인이라면 매우 꺼려하는 열애 기사를 읽고도 즐거웠단다.
"가시화됐으니 이제 '공효진을 건드릴 남자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어요."
그러고 보니 류승범은 단 한번도 '공효진과 사귄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안 사귄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 않나요?"라며 또다시 짧게 얼버무렸다.
#저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유명해졌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머리를 공짜로 자를 때도 있고 음식점에 가면 밥도 더 준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 혜택이 참 많은 직업이다. 반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며칠 전 롯데월드에 갔어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옆구리도 찌르고 때리기도 하고 '류승범이다'며 반말도 하는데 딱 이 일을 놓아버리고 싶더라고요."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제발 "건드리지만 말아 달라"는 게 류승범의 당부다.
#우아한 중년 여성에게 반한 적 많다
"안정적이고 우아한 40대 여성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연상의 여인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사랑. 누가 봐도 파격적인 소재다. 류승범은 이런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여자로만 생각하면 사랑이 결코 이뤄질 수 없겠죠. 꼭 키스를 하고 싶은 것도 결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드라마 속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조경민(이미숙)은 20대 풋사랑으로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단 한번도 여자로 살지 못했다. 그에게 삶은 우울한 그늘 그 자체다. 영우는 경민에게 세상이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세상을 복잡하게 생각하도록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왜 저렇게밖에 살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참 답답합니다. 경민이 그런 사람이고 영우는 안타까운 한 인간에게 세상을 달리 사는 법을 조금씩 가르쳐줍니다. 이것도 사랑의 하나죠."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