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많은 여배우들이 여왕으로 등극했던 곳이다. 소년처럼 헝크러진 짧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 녹슬지않는 천진함으로 8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던 멕 라이언. 그 뒤를 이어 늘씬한 다리에 탐스러운 곱슬머리, 큰 입을 한껏 벌리고 웃는 쾌할함으로 만인의 귀여운 여인이 된 줄리아 로버츠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하더니 최근 다소 엽기적이면서 똑 부러져보이는 리즈 위더스푼이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뾰족한 주걱턱에 다소 낮은 코. 서구형 미인의 전형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는 그녀는 지난해 '금발이 너무해'의 성공과 이번해 개봉한 '스위트 알라바마'의 엄청난 흥행 성공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는 소년처럼 천진해보이던 멕 라이언이나 활짝 웃는 모습이 귀여운 줄리아 로버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영화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다소 호들갑스러워 보이고 엽기적인 표정이 일품인데다가 똑 부러져보이는 야무진 모습으로 사람들 마음 속에 각인되었다. 비록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하여 그녀의 입지를 굳혔지만 사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녀가 때깔부터 심상치않은 캐릭터를 옮겨다니는 범상치않은 배우임을 알 수 있다.
<금발이 너무해>에서의 똑똑한 금발 연기처럼 그녀는 작품을 고르는 태도나 사생활에서도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대 배우들의 배우 등용문처럼 여겨지는 호러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등에 출연하는 것을 거절하고 대신 <플레전트빌><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일렉션><아메리칸 사이코> 등 캐릭터가 살아있는 독특한 역할에 도전해왔으며 사생활에서도 일찌감치 (그녀는 이제 26살이다) 스물한살 생일파티에서 만난 라이언 필러피와 결혼하여 쓸데없는 스캔들에 휩싸이지 않는 야무진 면을 보여왔다.
<금발이 너무해>로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리긴 했지만 그녀는 <일렉션>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잘난척이 심해 왕따를 당하는 역을 연기하면서 특유의 고개짓과 얄궂은 표정으로 골든 글로브 노미네이션 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평론가 협회로부터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였다. 그 이후 흑백마을에 사랑과 섹스를 전파하여 마을을 천연색으로 바꾸는 당차고 귀여운 <플레전트 빌>의 제니퍼에서 퇴폐적이고 무기력한 <아메리칸 싸이코>에서의 살인마 약혼녀 역까지 그녀만의 통통 튀는 개성으로 모든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다양한 캐릭터의 도전으로 갈고 닦은 연기력으로 그녀는 처음 상업적으로 성공한 <금발이 너무해>로 2001년 올해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맡아오던 그녀가 <금발이 너무해>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일약 로맨틱 코미디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았다. 사실 <금발이 너무해>나 최근 커다란 성공을 거둔 <스위트 알라바마> 모두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와 우연의 남발, 어거지성이 다분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오직 하나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력과 매력 때문이다.
그녀는 특유의 표정과 연기력으로 잠시도 쉴틈없이 움직이고 떠들며 핑크 패션으로 쭉 빼입고 경쾌한 하이힐 위킹을 선보이는 <금발이 너무해>의 엘이나 야심만만하고 자존심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시골에 사는 친구들을 깔보기까지하는 밉살스러운 <스위트 알라바마>의 멜라니나 모두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성공하였고 그 결과 현재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되어 스크린을 휘젓기 보다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세게를 구축하고 있으니 영리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Type A라는 제작사까지 차려 <허니 웨스트>등에서 주연과 제작을 겸하고 있으며 여교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리덤 라이터즈>, 여자 테니스 선수로 등장할 스포츠 드라마 등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화의 아이디어와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 배역을 선택한다고 하니 로맨틱 코미디에 안주할 배우는 아닌 듯 싶다. 하긴 헐리우드의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들이 자신의 고정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니 처음부터 로맨틱 코미디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선택이 현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그녀를 로맨틱 코미디 제작자들이 가만 둘리 없으니 당분간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종종 젊은 아줌마 리즈 위더스푼을 만날 수 있겠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