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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CF요정에서 영화배우로'

임정익 |2002.11.18 09:24
조회 175 |추천 0

‘내가 아직도 소녀로 보이니?’

김효진(18)은 만나자마자 눈빛으로 이런 얘기를 건네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n세대 요정’이라는 별칭을 철석같이 붙이고 다니던 하이틴 스타였는데(84년생으로 아직 나이는 10대다) 어느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인의 향기를 폴폴 풍겼다.

6개월여 만의 재회다. 지난 봄 MTV 주간극 ‘우리집’을 끝낸 뒤 김효진은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라는 숨바꼭질의 주문에 걸린 듯 두문불출했다. 반년이라는 기간은 짧다면 참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사이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김효진이 공백을 깨고 천년호(千年湖)의 전설 속으로 뛰어든다. 무협멜로영화 ‘천년호’(이광훈 감독·한맥영화 제작)에서 여주인공 ‘자운비’ 역으로 영화에 첫발을 내디딘다. 이름하여 스크린 데뷔식이자 성인 연기자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다.

이 영화의 촬영지가 중국인 터라 김효진은 연말과 연초를 포함해 3개월여 동안 이역살이를 한다.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인터뷰에 응한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두려움 반, 설렘 반”이라고 전했다.

●누군가 “은퇴했느냐”고 묻기에 그냥 웃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패션지 모델로 데뷔해 CF스타로 승승장구한 김효진은 3년여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또래의 10대처럼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이런 그에게 입시의 압박에 짓눌려 있는 ‘고딩’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고 눈총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보다 일찍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 치열한 사회의 생리를 맛본 김효진은 교복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사 먹는 평화로운 일상이 부러웠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한풀이 하듯 교복을 입은 채 친구랑 손잡고 서울 신촌 거리를 종일 누볐다는 그는 “그날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는지 몰라요”라며 왕방울 같은 눈을 더 크게 떴다.

지난 6개월 동안 평범한 대학생(한양대 연극영화과 1년)으로만 살았다. “원래 진득하게 공부에 몰두하는 체질은 아니지만 학교에 꼬박꼬박 다닐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좋았어요.”

김효진이 수업시간마다 나타나니까 동급생 몇몇은 뒤에서 “쟤, 이제 연예인 안 하나봐”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친구 한명이 “은퇴라도 한 거니”라고 묻기에 김효진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아 웃고만 말았다.

김민희 신민아 등 패션지 모델 출신 스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고 기분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조바심이나 샘이라도 났을 것 같아요? 전혀 아니었다면 거짓말이고, 그런 마음이 생길 때마다 꾹꾹 억눌렀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얘기를 받아치는 솜씨나 말에서 묻어나는 생각이 말수 적은 새침데기 소녀같던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멜로 연기, 어렵지 않겠냐고요? 사랑에 문외한은 아니에요

사실 좀더 익명의 존재로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천년호’의 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와락 덤벼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김효진은 고전 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자운비’라는 청초한 여인으로 변신해 ‘비하랑’ 정준호와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을 나눈다. 몸에 악령이 들어가 ‘진성여왕’ 김혜리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일 때는 섬뜩한 모습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영화에 합류하는 데에는 문차일드의 뮤직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춘 정준호의 추천이 한몫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을 때 준호 오빠(정준호)와 많이 친해졌어요. 제게 연기자의 에너지가 보인다는 쑥스러운 칭찬도 해줬고요. 열다섯살이나 많은 준호 오빠와 사랑 연기를 하는 게 좀 어색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의 깊은 맛을 표현하기엔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김효진은 살짝 눈웃음을 쳤다. “저도 사랑이 어떤 건지는 좀 알아요.”

내년 봄 개봉되는 ‘천년호’에서 훌쩍 커버린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 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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