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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종영한 MBC '현정아 사랑해' 인기 분석

임정익 |2002.11.21 08:54
조회 323 |추천 0

방송사는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드라마의 인기를 구분하지만 시청자들까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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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끝난 MBC 월화드라마 '현정아 사랑해'(극본 정유경.연출 안판석.사진)가 그런 경우다. 같은 시간대 SBS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40%가 넘는데 비해 두달간 평균 시청률은 9.5%.(TNS미디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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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는 "애인이랑 헤어지는 기분"(이귀희) "마음이 편안했어요"(장현주)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조영란)라는 네티즌들의 찬사로 가득하다. 무엇이 이들을 드라마에 열광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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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구조는 재벌 2세와 평범한 처녀가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얘기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난한 신데렐라와 부자 왕자님은 왕궁을 뛰쳐나와 맨주먹으로 새 살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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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 범수(감우성 분)는 단칸방에 도배를 하면서 딱풀을 사용할 정도로 세상물정에 어둡지만 사랑하는 현정(김민선 분)을 먹여살리기위해 당장 번역일을 따오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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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얻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범수의 지론은 요즘 보기 힘든 정정당당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의 남자다움은 현정을 항상 존대어로 부르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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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힘으로 세상과 승부하고 있는 현정의 당당함 역시 되바라짐과 구분된다. 결혼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난 계모와 언니들이 없기 때문에 신데렐라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당찬 면모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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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뭔가 이뤄보려는 이들의 노력은 건강하다. 신데렐라와 다른 약혼녀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왕자나, 왕자를 차지하기 위해 악녀들이 벌이는 갖가지 못된 음모에 질린 시청자들로서는 간만에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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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에서 범수는 "집을 사줄테니 거기서 살아달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끝내 외면한다. 이들 부부가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회사를 이어받고 영원히 행복하게 잘먹고 잘 살 것이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진다. 그 배반감은 미소를 짓게 한다. 사랑을 위해 돈과 권력을 포기한 이들의 얘기는, 비록 드라마일지언정, 미담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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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아 사랑해'는 1998년 '거짓말'(KBS)로 부터 시작돼 최근 '네 멋대로 해라'(MBC)에 이르는, 시청률과 관계없이 소수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른바 '컬트 드라마'의 계보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다양성이야 말로 한국 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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