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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그녀 #6. 문자보내기

털난숭어 |2006.04.21 04:32
조회 829 |추천 0

담배 한까치가 다 타들어갔다.

그 동안 내가 내린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담배 피면 생각이 잘 정리 된다더니

다 구라였어.

 

 


"휴..."

 

 

요즘들어 한숨이 늘어난 것 같다.

금연해야지 금연...

 

 


담배 꽁초를 버리기 위해 눈을 돌렸는데.

방 한구석에 버려진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미니 홈피라고 했던가?

 

 


집이 그냥 허전하길래 꾸밀게 없을까 해서 사둔 컴퓨터는...

아직 한번도 시동을 걸어 보지 못한채 방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래도 청소는 열심히 해놔서. 아직 새거처럼 보이긴 하는데...

조심스레 전원을 켜보니 의외로 신속하게 돌아가는 컴퓨터.

 


음... 이건가... 미니홈피가...

 

-딩동! 세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잘들어 갔어요? 아저씨? 헤헤. 기정이는 잘들어왔어요 ^^* "

 


문자 보내지 말라니까...

메시지 도착 시간 밑으로 '답장'키가 보였다.

 

 

한번 써볼까... 문자?

 

타닥.. 타닥...

 

 

 

 

"검색 : 문자 어떻게 치나요?"

 

 

 


오... 놀랍다.

생각보다 쉬운걸?

그러니깐 '어'라고 적을려면 ㅇ 를 누르고 점을 누르고 ㅣ 를 누르고...

 

 

 


순간적으로 내 핸드폰에 '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날 보고 문자도 못보낸다고 놀리던 친구들이 생각나는군.

나중에 얘네들 한테도 답장을 보내야 겠다.

 

 

 

그래도 처음 하는거라. 그런지 쓰는 속도가 무척 느렸다.

 

 

어그래너도잘들어...

 

 

 

 

"이러다가 날 새겠군.. 갔이니깐.... 음.. 쌍시옷은.. 'ㅅ'을 두번 누른다..
 오... 신기하군..."

 


-딩동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순간 핸드폰에 적혀 있던 '어그래너도잘들어가'가

불쾌한 진동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젠장...

확인 버튼을 누르자 그녀의 메시지가 떳다.

 

 

"자요? 벌써? 안자잖아요. 답장좀 보내봐요 아저씨이~ 아니 오빠아~"

 

 

 

후...안자는거 알면 좀 기다리지...

그래 답장...답장...

다시 답장 버튼을 꾹 누른후. 메시지를 입력했다.

 

 

 

 


"보낼려구했는데잘들어갓ㅅ.."

 

 

 


아 또 틀렸네.. 그냥 갓서라고 보내야지.

점누르고....ㅣ....물음표는 또 어떻게 하지?

 

-딩동!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망할...

또 지워졌다.

 

 

 


"아저씨 진짜 문자 계속 씹으면 나 삐질꺼에요? 아 아저씨 문자 받고 싶어라.

 아저씨 아저씨 대답을 해봐요."

 

 

 

 


망할...여자...

 

 

길게도 쓰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쓰지...

 

 

휴... 또 써야 하나...

그래도 몇번해서 인지 속도가 조금 붙은것 같군...

 


"배우고있...."


-딩동!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망할년... 욕을 안할려구해두...

 


"아 나같으면 배워서라도 보내겠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배우고 와도 써먹을 시간을 안주잖아. 니가!!! 이런 망할것아!!

 

 

 

 

 


라고 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엄지손가락에 엔진이 달린 그녀는 그 짧은

사이를 기다려 줄것 같지 않았다.

 

 

 

"어"


전송...

 

-메세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되었습니다.

 

 


휴... 이제까지 했는데 겨우 '어'라니...

그래.. 그래도 처음 배운 글자니깐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지이이잉...

이번엔 메시지가 아니라

그녀의 이름이 떳다....

 


전화다.

갑자기 새삼스럽게

왜 이렇게 떨리는건지...

 

 

사랑이라는게 이래서 좋은건가...?

 

 

험험...


"여보세요?"

 

"문자 쓰는거 배운거에요?"

 

"음...그거 때문에 전화 한거야?"

 

"헤헤 그냥 신기해서요. 우와 진짜 배웠나보네? 설마 막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그러진 않았죠?"

 

 

신기가 내렸나 보다...그녀에게...

혹시.. 그 답변 그녀가 달아 놓은건가?

 

"아...아냐 그냥 뭐 쉽던데 대충보니까..."

 

"살다 살다 남자한테 문자 한번 받기 이렇게 힘든건 처음이네요."

 

"살다가 문자보내기 이렇게 힘든건 처음이네"

 

"풋..방금 나 웃길려고 그런거죠?"

 

"아...아냐"

 

"아 아저씨 너무 변해 가는데? 헤헤... 내일도 볼꺼죠? 할일 없잖아요."

 

 


이 여자...

참 사람을 할말 없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응 이 아저씨 대답이 없네? 이제 전화로도 씹는거에요? 내일 무슨 약속있어요?"

 

"아... 그래 내일 보자."

 

"헤헤 내일은 아저씨가 데이트 계획표 짜오는거 잊지 마요. 잘자요 저두 잘잘게요"

 

"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나도 잘자라고 할수 있는데...

 

 

흐음...

담배나 한대 필까...

 

 

크큭... 완전

사랑에 빠져버렸나 보다.

 

 

내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은...

 


이름은... 장기정이고... 나이는...9년전에 19살이니깐...28살...?

얼굴은...뭐 그정도면 못생긴건 아니고.

짧은 치마 입는걸 좋아하고...

가슴이야 지 입으로 크댔으니.. 뭐 그날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안나지만

담배도 피고... 그것도 길거리에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문자는 엄청 빨리 쓰고

문자 엄청빨리 쓰는거 보니 성격도 급한거 같고

영화 보는거 좋아하고. 특히 킹콩 같은거

재정신은 확실히 아닌것 같구...

 


휴... 이렇게 말해 보니

그녀에 대해 아는것도 꽤 있군...


하긴 이정도론 턱 없이 부족하지만...

 


고작 이정도 알아 놓고 이렇게 사랑에 빠진건가?

나도 참... 애정 결핍인가...

 

 

 

아 자꾸 떙기네.. 담배

 


지이이잉...지이이잉...

 

그년가...?

또 웬 전화지?

 

담배 한개피를 입에 꼴아 물고

핸드폰을 쳐다 보았다.

 

성철이네...

 

 

"여보세요?"

"지수냐?"

"어...왜?"

"자식...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안반갑냐? "

"...좋은일로 전화한건 아니잖아."

"회사 그만뒀다며."

"어....왜?"

"왜 그만 둔거냐? 그 여자 때문이야?"

"...아니야 그 여자 때문인거"

"너도 참... 그 꽃뱀한테 얼마나 뜯긴거야? 그리고 뜯겼으면 뜯겼지 회사는 왜 그만둬?"

"꽃뱀 아니야... 말 조심해"

"그래... 뭐 이말 할라고 전화한건 아니니까..."

"뭔데? 할 얘기가."

"너 스카웃좀 하자."

"스카웃..?"

"너 재능 아깝다고 내가 힘좀 썻다. 경력인정 다 해주니깐 그냥 넘어와 보수도 왕창 늘려줄테니까"

"고맙다. 신경써줘서. 그런데... 나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할거야."

"야야 젊을때 빡시게 일해야지 뭐하러 몸 썩히고 있어. 감각 다 잃겠다.너 생활비는 있냐?"

"퇴직금 조만간에 나와."

"퇴직금 그거 알마나 된다고... 조심해라. 그것 마저 꽃뱀한테 뜯길라. 아무튼 마음 바뀌면 전화해
 빨리 하는게 좋을거야. 자리 이거 이외로 좋은자리야. 언제 찰지 몰라."

"끊자."

 

"제기랄!!"

 

아... 담배...담배...

라이타...

칙...칙...

 


"앗 뜨거!! 씨... 으악!! 씨바알!!!"


라이타와 담배를 침대로 힘껏 집어 던졌다.

뜨겁다...


손가락이.. 얼얼하다...

 

 


휴...

 

내일 그여자와 놀러가면 뭐하고 놀지...

 


"보고싶다기정아"

-메세지가 성공적으러 전달 되었습니다.

 

 

...

 


-딩동!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보고싶어요... 아저씨^^ "

 


졸린가보다... 답장이 짧네...

오늘도 담배 한갑 다 피겠군...

 

아...금연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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