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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눈동자

박범성 |2002.12.10 16:40
조회 156 |추천 0

 

난 낮이 싫다.

태양이 하늘이 위로 떠올라 어둠을 밀어내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낮이 정말 싫다.

그래, 대부분은 밝은 낮보단 어두운 밤을 두려워하지. 모든 것이 어둠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을 때,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지……. 또 어두울 때 귀신이나 유령(같은 건가?)들이 나타나니까…….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내가 밤이 아닌 낮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내가 남들과는 다르게 된 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무시한 채 밤이 아닌 낮에만 찾아오는 그것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나 낮에만 찾아 왔다. 언제나 창문 곁에서(참고로 내방은 2층에 있다.)하얀 흰자위의 검은 눈동자를 비추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단 몇 분만을 보지만, 그 몇 분이 나에겐 몇 년과 같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창가에서 눈동자만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데 견딜 수 있겠는가?


얼마나 이렇게 지냈을까? 지금 난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누군가 날 죽여줬으면 좋겠다.(죽고 싶긴 하지만 자살할 용기는 없으니까…….) 매일 같이 그 눈과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하루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이 미칠 듯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 아직까지는 날 건드리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날 더욱더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얼마 전부터 내 가족들을 건드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제는 내 귀여운 여동생이 당했다. 여동생이 허공에 들리어져 흔들거리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다시 허공에 들려 올라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은 팔다리가 뜯겨져 나가고 마지막엔 머리마저 뜯겨나가 죽었다. 동생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전혀 개의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일 게다.

이젠 내 차례가 되겠지.

당신이라면 당신이 죽을 때가 언제인지 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 물론 도망간다고 하겠지.

나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그것이 나타난 이후로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고개를 돌릴 수도 심지어는 소리조차 낼 수도 없었다.

- 헉! -

그것이 왔다. 언제나 나타나기 전에 울리는 저 소리…….

- 으~윽 -

왔다. 저기 그 검은 눈동자가 보인다. 꼭 그 눈동자가 웃는 것처럼 보이는 군.(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 우~~우~~왁!!! -

내 몸이 들리어졌다. 머릿속에서 있는 힘껏 팔다리를 휘저었지만, 내 팔다리는 축 늘어 진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니, 이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 아~~악!! -

팔다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뭘까? 무엇이 이렇게 잡아당기는지 미칠 것만 같다.

- 뚝! 뚜~뚝~뚝!! 찍! 찌~~이~~익!!! -

무슨 소릴까?

음--- 뼈가 부러진 걸까? 갑자기 허전함이 느껴졌다. 고개가 숙여져서 바닥을 보니 내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래! 내 팔이 뜯겨져 나간거로군. 근데 이상하게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너무나 큰 고통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면 오히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얼마나 지났을까?

뜯겨져 나간 팔 부위가 아려올 무렵이었다.

머리가 조여 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목이 끊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난 내 몸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름답군.(드디어 내가 미쳤다 보다. 지 몸뚱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오른쪽 팔은 뜯겨져 나가 보이지가 않고, 다리는 언제 부러졌는지(아마 팔이 뜯긴 후 감각이 없을 때 그랬나 보다.) 이상한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내 몸이 바닥에 부딪힐 때쯤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그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난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그것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난 어둠에 잠겼다.

그 영원한 안식 속으로.........

 

 

 

 

 



- 엄마!! 이거봐!! 또 망가졌잖아. 나 곰돌이로 사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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