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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한게 아닐까?

난나~ |2002.12.21 00:00
조회 297 |추천 0
호남 몰표 어떻게 볼 것인가?


화덕헌 기자 badak84@hanmail.net


나는 얼마 전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새내기 당원이다.(당연히 이 글은 개인 자격으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선택했음을 먼저 밝힌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호남 몰표에 대해 말이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주변에 많은 것 같다. 특히 내 고향 대구와 내가 사는 부산에 있는 이회창 지지자들에게는 호남 몰표가 아주 혐오스런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민주노동당원 동지들도 호남에서의 심각한 부진을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호남에서 단 1%의 지지도 얻지 못한 사실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자괴감 드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영남 출신을 제외한 타지역 유권자들의 호남 몰표에 대한 비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찬찬히 호남 몰표의 배경을 뜯어보면 호남 유권자들을 도매금으로 묶어 욕할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남 사람들이 이런 눈총을 감수하면서도 저런 투표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아주 사소한 이유라도 찾아보자. 우리가 정말 지역감정 없는 나라를 원한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갈망한다면 바로 그 지점이 우리의 생각을 풀어갈 단초가 될 것이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각 정파가 향후 호남 표밭을 두고 씨뿌리기 전 밭을 가는 작업에 해당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먼저 이번에 노무현은 호남에서 총 365만여 표를 얻었고, 이회창은 영남에서 총 668만여 표를 얻었다는 통계와 이번 선거가 57만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박빙의 승부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회창이 영남에서 받은 표가 노무현이 호남에서만 받은 표 보다 무려 300만표 이상 많다는 사실을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그리고 영호남을 통틀어 이회창은 노무현을 70만 표 이상 이겼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볼 때 선거에서 수 싸움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호남에게 불리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영/호남 대립에 근거한 호남 몰표는 전략적인 것이 아니고, 치밀한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90%가 넘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은 민주당에 대한 무작정 지지표도 있겠지만, 그 당 후보가 노무현이기 때문에 지지한 표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노무현은 민주당의 후보이다. 하지만 그가 부산 출신 정치인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호남 몰표 중에서 노무현이라서 지지하는 표를 걸러 낸다면, 영남의 70%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아니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이동이 많은 영남의 70% 보다 오히려 건강하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는 호남의 몰표의 첫 번째 이유를 나는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남 몰표를 통해 가장 큰 득을 보는 사람이 과연 누구이며, 가장 욕을 먹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호남 몰표를 호재로 삼아 두고두고 써먹을 세력이 어디인가? 바로 한나라당과 영남의 수구기득권세력이다.

한나라당은 호남에 결코 인재를 투입하지 않는다. 왜냐면 호남에서의 한나라당 득표는 지역주의의 붕괴 도미노를 가져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는 결코 지역주의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역 주민 입장에서 찍을래야 찍을 수가 없다. 우리가 호남을 비판할 때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호남의 표심은 영남 수구기득권 세력의 횡포에 의해 변형된 것 이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반면 그간 민주당은 영남에 상징적인 인물,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을 내세우며 영남 표밭을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노무현, 김중권, 엄삼탁, 김정길 등을 앞세우며 어떻게 해서라도 지역주의를 한 번이라도 깨 볼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지역주의의 역풍을 맞아 도리어 영남 지역주의에 재료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한 번도 이들은 영남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 정도 정치적 비중을 호남에 투자했다면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득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코 그런 짓을 안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주 선거전략이 무엇이며 그들이 유세장에서 외쳤던 구호의 내용을 알면 호남인의 유전자를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노무현이 김대중의 앞잡이이며,
노무현의 고향은 전라도 강진이다.
노무현은 아버지가 전라도 사람이며,
노무현은 광주 노씨이므로 광주 사람이다. 등등등...

이런 흑색선전, 지역감정 조장이 정치적 선동술으로 먹혀드는 판국을 안다면 무작정 호남인을 정신병자 취급하지 못할 것이다. 도대체 이런 정치판에서 어떻게 호남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운 민주당을 안 찍을 수 있겠나?

95%를 지지해도 결코 이기지 못하는 줄 알면서, 후세인의 이라크 국민 같다는 모욕을 감수하면서, 어리석은 몰표 행각을 벌이는 이 호남 표심을 앉아서 편리하게 욕만 할 일이 아니다. 어느 정파든 그런 인식 수준을 가지고는 호남에서의 표심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매맞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성장하면서 주눅들거나, 성격이 난폭해진다. 이 아이에 대해 그가 가진 상처를 이해하면서 접근하지 않고, 난폭성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윽박질러서야 어떻게 교정이 되겠나?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부른다"는 식의 설교가 이 아이에게 먹히겠냔 말이다. 이 아이를 치유하려는 좋은 교사라면, 이 아이가 당한 폭력의 상처와 과거를 먼저 어루만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울러 지역 몰표의 기원이 박정희와 영남세력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물론 내 입장에서 볼 때 호남에서 권영길의 약세는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민주노동당은 또 한번 지역주의의 피해자가 되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와 당원으로서 우리는 이를 얼마든지 욕할 수 있다. 하지만 욕을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악랄한 지역주의와 싸우기 위해 방어적으로 발생한 호남 표심을 영남의 그것과 싸잡아서 매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서운함을 읍소하여서 그들이 깨닫고 좀 미안해하도록 해야지, 함께 욕을 하고 저주를 해서 뭘 어쩌자는 건가? 이참에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정파는 아예 전라도에서 철수하고, 선거전략에서 전라도 유권자 수를 제외시켜야 하나? 아니다, 어차피 국민의 표를 먹고사는 게 정치이고, 정치세력의 본연이다. 적어도 민주노동당 만큼은 호남을 투자가능지역 아니 투자유망지역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돌아보면 한나라당은 언제나 영남에서 100% 였다. 지난 총선을 생각해 보라. 민주당에서 쟁쟁한 사람들이 영남에 많이 나왔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전원, 100% 당선되었다. 여기에는 노무현이나 김중권의 낙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고문기술자, 공작정치가 정형근이 부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후퇴이다. 아니 부산은 부분적인 역사적 암흑기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온 동네가 환한데 우리 집만 정전된 꼴이었다.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우리의 형제 자매들, 선배들과 동료들을 고문하고, 모욕 주고, 때린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된다 말인가? 지역주의 앞에서는 인권이고 나발이고 없다는 걸 보여준 뼈아픈 사건이었다. 이것보다 지역주의의 폐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주의 망령의 실체를 분명히 직시하면서 호남차별주의와 싸우는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에도 큰 진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역구도가 깨지면 수혜자는 진보정당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역주의에 관해서는 어줍잖은 양비론은 금물이다. 엄정한 판관 노릇으로 도토리 키 재기를 실천할 때 분열주의자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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