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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간만에 내 편이 되다...

아스피린 |2006.04.26 11:07
조회 1,155 |추천 0

요근래 감기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는 아스피린입니다.

(사실 제가 여지간하면 약 먹는 것을 싫어해서...-_-;;; 사실 조금만 제대로 쉬면 나을 것을...ㅎㅎ)

 

최근에 남편의 성화로 18개월짜리 애를 놔두고 주말 자유 해외여행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한동안 만성적자에 손가락 빨 날이 더 많으며 도시락이 위력을 발휘하것죠.(회사서 식대 나옴.)

 

원래는 시부모님께 민폐 안 끼치려 친정에 애를 맡기고 맘 편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남편의 회사 일이 옴팡 꼬이는 바람에 결국 애는 시댁에 놔두고 허겁지겁 공항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일이 제대로 꼬이려는지 남편 전화기도 말썽이라서...

그것만 아니었으면 기다리는 시간에 내가 애를 친정에 맡기고 공항 가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하여간 민폐의 최소화인 저의 모토는 이렇게 무색하게 되었습니다요...

 

여행은 무사히 잘 다녀왔고 (당연히 주말에도 애를 봐야하는 시부모님은 죽어나셨겠지만..)

선물 사고 헛되게 돈 쓰지 말라고 노래 부르셨지만 큰 민폐를 끼쳤기에 면세점서 좋은 선물(?)도 샀죠.

역시나 집에 오니 예상대로 분위기 싸~하더이다...(그것땜시 공항에 내려서부터 우울모드였지만)

웃으면서 말 걸기 힘든 시츄에이션인 관계로 그냥 모른 척 제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애 놓고 온 미안함에 애도 열심히 보구요. (1시간 넘게 업어달라는 것도 기분좋게 업어주다 몸살...)

 

부모님이 애한테 호되게 시달리긴 했었나봐요. 저희가 있는 순간에는 거의 집에 안 계십니다.

다른때보다 유난히 피한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요. 물론 그러면 저야 좋지만...-_-;;;

 

하여간 그렇게 2일을 지냈습니다. 선물도 못 드리고 얼굴도 못 본채...

그러다가 남편에게 말했죠...선물 드리면서 애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자고..

선물도 니가 샀으니 니가 가라고 하길래 당신보고 하라고 마구 실갱이 벌이다 남편이 하기로 하고

어머님께 가서 말씀 드리는 순간 대략 난리가 났었죠.(이미 예정된 수순...-_-;;;)

 

누가 애를 놓고 여행가라고 한 적 있냐? 가족이면 같이 움직이는 게 가족이지...생각이 덜 되었다.

-> 솔직히 애 데리고 여행갔으면 애나 저희나 둘다 죽어났을 듯...-_-;;;

 

나한테 애 맡기려고 니(남편)가 수 쓴 거지?

->그나마 이 이야기는 저한테는 안 하시더군요. (반차 내고 그나마 시간 맞춰 집에 왔으니...-_-;;;)

 

니 아버지가 애는 봐 줬는 줄 아냐? 주말 내내 집에서 애랑 둘이 있느라고 힘들어서 혼났다.

-> 애 놓고 시간 맞춰가라고 말씀하신 분은 아버님이셨으나...-_-;;;

(저희는 그 늦은 시간에도 애 맡기고 비행기시간 딱 맞춰 가려고 했으나 그냥 가라고 아버님이 말씀..)

결정적으로 애 보는 데 전혀 기여를 안 하고 주말 내내 볼일보러 돌아다니셨더군요.

결국 그 책임은 생각지도 않은 어머님에 고스란히 다 떨어진거죠.

 

솔직히 어머님은 저희가 친정에 애 맡기고 여행간다고 하셔서 내심 좋다가 뒤통수 맞은 식이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겠죠...-_-;;;(저 정도의 화도 예상보다 약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보면 화만 내실 것 같아서 저희를 피하신 듯 합니다.

 

하여간 그런 와중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우리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일이 꼬인 것이다. 정말 죄송하다.

내가 엄마한테 무리한 부탁을 하려고 수 쓴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동안 믿음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

원래 처가에 부탁까지 다 하고 그 수순대로 하려고 했는데 그 날 그래서 죄송하다..."

어머님 말 못하게 껴안고 하여간 쇼를 하면서 겨우겨우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에 무슨 글을 올리냐구요?

저런 남편의 모습에 솔직히 감동을 받았거든요.

원래 저희 남편은 뺀질뺀질의 대명사에 심한 자기 편의주의자입니다.

보통 이런 일이 났다면 그냥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을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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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저희 꼬마가 뱃속에 있던 그 어느 추석 전날

명절음식 준비하러 아침에 일찍 오라는 엄명이 있었음에도

저희 부부가 12시 다 되어서 도착했답니다.

전 8시 반에 일어나고 남편을 9시부터 깨웠음에도 11시 넘어서 일어난거죠.

걸어서 10분 거리에 12시 다 되서라니...-_-;;;

거기다 처가에 머무른다는(그 처가도 시댁서 10분 거리...-_-;;;) 도련님네는 한술 더 떠서 

1시 넘어서 오더군요.(어머님이 저보고 전화하라고 뭐라뭐라 하셨는데 둘다 전화기가 꺼져있는...)

 

어머님 입장서 당연히 난리도 아니었지요. 코 앞에서 다 늦어버리니...

전 시댁 오자마자 부엌서 펑펑거리면서 울고(애 있으니 눈물도 더 나고 했죠...-_-;;;)

어머님이 노해서 저희 넷을 불러 놓고 야단에 난리난리도 아니셨습니다.

 

그때 양쪽 부부의 입장도 매우 틀렸다죠...(지금도 그 일은 가슴에 한이 되서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저희 부부한테 먼저 뭐라 하실 때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한 터라 사실대로 말씀드렸죠...

사실 일어나서 준비하고 오려는데 남편이 안 일어나서 깨우고 데리고 오느라 늦었다고...

어머님이 마구 뭐라 하시더군요. 생각이 있으면 너 혼자 오지 그 거리 얼마나 된다고 같이 오냐고...

솔직히 남편 놓고 온다고 협박도 몇번 했는데 남편께서 죽어도 안 된다고 해서 그리 된건데...

아들의 습성(가족이란 이름으로 항상 물귀신 작전을 구사하는 데 같이 죽자 심보죠...)을 모르시는지..

역시 시댁은 아들 잘못도 며느리한테 뭐라 한다는 그 생각..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울 남편...꿀 먹은 벙어리로 한마디도 말을 안 하더군요...참...나...

 

또 도련님네도 혼났죠..

너네는 결혼 후 첫 명절이고 아침에 일찍 오라고까지 했는데 무슨 마음으로 이 시간에 온 거야?

글구 둘 다 왜 전화기는 꺼 놓고 안 받아? 집 전화는 안 받기로 한거야?

 

동서는 아무말도 못하고 도련님이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내가 늦잠 자다가 이렇게 된거에요. 전화는 어제 밧데리가 다 되서 꺼진 줄도 몰랐어요.

얘 잘못 하나도 없다니까~ 난 우리집 제사에 음식도 많이 안 하고 하니까 천천히 가도 된다고 해서

얘도 몰랐던 거라니까요...화 내지 마세요. 엄마~"

아주아주 제대로 동서를 감싸주는데 남편에 대한 미움은 더더욱 커져만 가더군요.

 

도련님은 동서의 잘못까지 감싸고 보호하는데

울 남편은 지가 잘못한 사실조차 말도 안 하고 입만 꼭 다물고 있는데

(제 생각으로 그때 남편이 "엄마~ 내가 어제 친구들 만나고 술 마시는 바람에 아침에 못 일어났어...

혼자 간다는 것도 내가 싫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이렇게 늦었는데 죄송해요. 신경 좀 쓸께요."

그 말만 했어도 그 무차별(?) 폭격에서 좀 벗어났을텐데...

무지하게 섭섭하더군요.(임신 중이라 조울증 증세도 있을 때인데..가슴에 못이 박혔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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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성과인지 남편이 개과천선을 하려는지...

그러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연애때부터 결혼하고 나서까지 항상 불신이 더 크던 남편이었는데...

(그 덕에 제 성격도 제대로 까실해졌죠...얼굴도...-_-;;;)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결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실 제가 사는 모습의 70% 이상은 결혼 부정적이긴 합니다만...

옆의 미혼, 무자식 기혼 친구들은 잘나갈 때 나는 뭐하나 싶기도 하구...)

 

저도 훈훈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어서 쭉 적었네요.

그래서 항상 냉랭한 모습을 조금은 벗고 자는 남편 얼굴에 살짝 뽀뽀해주고 나왔답니다. ^^

오늘 모두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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