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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J의 - 독립하기 (2006년 4월 27일)

아름다운 시절 |2006.05.05 05:44
조회 136 |추천 0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레오 쿠키상자의 네 줄 중, 두 줄을 내가 다 먹어 버렸다. 새까만 색의 동그란 과자 사이에 설탕같이 단 흰색의 크림이 있는 그 쿠키 말이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난 무슨 생각을 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마구 먹어대는 체질이다. 물론 맛도 모르면서 말이다. 내가 그걸 먹고 있는건지, 아님 그것들이 날 먹고 있는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옆에서 놀고 있는 조카들이 볼새라 슬그머니 과자봉지를 옆으로 밀어냈다. 조카들이 자기들 과자가 그렇게 많이 없어진 줄 알면 또 손가락질을 하며 놀릴 터이다. ‘삼촌은 애 같애’, 하며. 물론 난 어김없이 발뺌을 하겠지만.


  오늘은 다운타운을 헤매이며, 앞으로 살게 될 집을 찾으러 다녔다. 인터넷으로 우선 카페를 검색해 보니,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선 혼자 살 것인지, 아니면 룸메이트로 누군가의 동거인이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만약 혼자 살게 된다면, 텅 빈 그 집 그대로 vacancy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남이 쓰던 모든 걸 그대로 물려받는 take over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 선택에서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당분간 남의 간섭이나 관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웠다. 두 번째 기로에선 vacancy를 구하기로 했다. take over를 하게 되면, 가구는 물론 숟가락, 젓가락 하나까지 이전 주인이 쓰던 물건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물건을 살 필요도 없고, 시간 낭비도 않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에서, 마음을 비운 채 조용한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름대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내가 내린 선택이 맘에 들기는 했지만, 내 경제적인 여건이 얼마동안이나 그 환경을 지탱시켜줄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도리 없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다운타운을 몇 번 다녀온 이후, 다운타운에서 살기로 이미 결정을 했으므로, 어디에서 살지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얼마 전 구입한 다운타운이 상세히 나와있는 지도 한 장을 들고, 무조건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집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정보들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take over와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몇몇 집을 찾아 나섰다. 먼저 전화통화를 하고, 찾아간 곳들은 다들 한국 유학생들이 사는 집이였는데, 사는 형편을 보니 아주 ‘자유스러웠다’. 그 주인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다들 정돈 안 된 오래된 낡은 가구에, 한동안 청소를 안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그나마 다운타운이라 한국식품이나 다른 여타 생필품을 살수 있는 대형 그로서리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과 걸어서 학원에 갈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한달 rent비나 생활비, 그리고 위치나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니, 처음 막막했던 심정과는 달리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정말 vacancy를 찾아 나섰는데, 아파트 건물마다 대개 입구에 ‘1 bedroom vacancy'와 같이 집이 비어있다는 푯말이 있어서, 빈 집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참을 그냥 걸으면서 빈집이 있다는 아파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방인인 내가 체크 할 수 있는 것들은 외관상 건물이 낡았는지 깨끗한지, 아니면 발코니가 있는지 없는지, 번화가나 해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정도의 외형상 특징들이었다.           


  여기저기 아파트를 찾아 서성이다 내가 살기에 적당한 위치를 발견했다. 다운타운의 제일 번화가인 Robson Street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Haro Street이란 곳이였는데, 따뜻한 날씨 탓에 벚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치 한국의 여의도에 와 있는 듯, 언덕 넘어로까지 이어진 긴 길가를 따라, 활짝 핀 벚꽃 나무들이 이어져 있었다. 외국인 이곳 캐나다에서 그런 광경을 보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정말 우울하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돌게하고, 향수를 느끼게 하는 눈부신 풍경이였다. 


  물론 풍경 뿐만아니라, 다운타운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그로서리나 도서관, 공원과도 가깝고,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는 지리적 잇점도 있었다. 그 Haro Street를 따라 양편으로 크고 작은 아파트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빈집이 있다는 표시가 있었다. 내일은 그 길을 따라 하나씩 체크를 하며, 본격적으로 ‘주거할’ 아파트를 찾아봐야겠다. 일단 발품을 팔 검색의 범위가 좁혀졌으니 안심도 되고, 마음도 편하다. 


                                                                    2006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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