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우량주’ 손학규 뜨지 않는 까닭은?
대중적 브랜드화 성공 못해 ‘마이너’ 치부… 민심대장정 퍼포먼스 어필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맡겨만 주면 일을 제일 잘할 사람인데.”
“최고의 대통령감이지.”
대선가도에 오른 손학규 전 경지시자 캠프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사실 손 전 지사는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진 ‘대권상품’이다.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를 통해 나름대로 행정능력을 키웠고 이를 인정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으로 대학 교수까지 지냈다. 그것은 그의 지식기반과 정치적 교양의 밑천이다. 또한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 대학졸업 후에는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을 통해 서민의 고달픈 애환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도 닦았다.
교수·기자 등 전문가 조사에선 1위
그렇지만 그의 ‘상품성’은 오피니언 리더라는 제한된 시장에서만 ‘제값’을 받는다. 손 전 지사는 최초의 전문가 그룹(국회의원, 정치부 기자, 그리고 대학교수)을 대상으로 한 2004년 11월19일 ‘뉴스메이커’의 여론조사(한길리서치와 공동조사)에서 1위(23.4%)를 차지한 이후 이 같은 형태의 조사에서 늘 1위를 독주하다시피 했다. 국회의원, 교수, 정치부 기자, 국회의원 보좌관, 중소기업가 등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기관에선 ‘최고의 대통령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25.3%를 얻어 차기 대통령감 1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2.6%의 지지를 얻었다. 더 특이한 것은 중소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손 전 지사가 18.3%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현대의 신화’를 바탕으로 ‘경제대통령론’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을 앞지른 것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중시장에서 그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 지지도는 밑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의 5%’ 벽에 부딪혀 있다. 또 대중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및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는 현재 상황에서 극복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20%포인트의 차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사실상 ‘3강구도’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하물면 이명박 전 시장 편에 섰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경선 흥행 성공을 위해서”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균형 잡힌 3강구도가 필요한데 손 전 지사가 뜨지 않아 답답하다”며 자발적인 응원에 나설 지경이다.
[정치]‘우량주’ 손학규 뜨지 않는 까닭은?
대중적 브랜드화 성공 못해 ‘마이너’ 치부… 민심대장정 퍼포먼스 어필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맡겨만 주면 일을 제일 잘할 사람인데.”
“최고의 대통령감이지.”
대선가도에 오른 손학규 전 경지시자 캠프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사실 손 전 지사는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진 ‘대권상품’이다.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를 통해 나름대로 행정능력을 키웠고 이를 인정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으로 대학 교수까지 지냈다. 그것은 그의 지식기반과 정치적 교양의 밑천이다. 또한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 대학졸업 후에는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을 통해 서민의 고달픈 애환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도 닦았다.
교수·기자 등 전문가 조사에선 1위
그렇지만 그의 ‘상품성’은 오피니언 리더라는 제한된 시장에서만 ‘제값’을 받는다. 손 전 지사는 최초의 전문가 그룹(국회의원, 정치부 기자, 그리고 대학교수)을 대상으로 한 2004년 11월19일 ‘뉴스메이커’의 여론조사(한길리서치와 공동조사)에서 1위(23.4%)를 차지한 이후 이 같은 형태의 조사에서 늘 1위를 독주하다시피 했다. 국회의원, 교수, 정치부 기자, 국회의원 보좌관, 중소기업가 등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기관에선 ‘최고의 대통령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25.3%를 얻어 차기 대통령감 1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2.6%의 지지를 얻었다. 더 특이한 것은 중소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손 전 지사가 18.3%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현대의 신화’를 바탕으로 ‘경제대통령론’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을 앞지른 것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중시장에서 그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 지지도는 밑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의 5%’ 벽에 부딪혀 있다. 또 대중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및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는 현재 상황에서 극복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20%포인트의 차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사실상 ‘3강구도’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하물면 이명박 전 시장 편에 섰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경선 흥행 성공을 위해서”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균형 잡힌 3강구도가 필요한데 손 전 지사가 뜨지 않아 답답하다”며 자발적인 응원에 나설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
우선 대중적 코드를 맞추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대중적 눈높이는 이미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또 축적된 이미지를 통해서 정치인의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손 전 지사는 그런 브랜드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이명박 전 시장은 ‘샐러리맨의 신화’, 고건 전 총리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분명한 브랜드가 있는데 손 전 지사는 그런 고유한 브랜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손 전 지사는 나름대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세계를 10바뀌나 돌면서 세계 114개 첨단기업으로부터 14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손학규 전 지사의 자서전, ‘손학규와 찍새’에서)는 것을 내세워 ‘일하는 지도자’(이수원 공보특보)를 부각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외자유치에 대해 “국민과 함께하려는 의도와 뜻은 나름대로 수긍할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각종 선거를 통해 국민 접근성을 키우는 것이나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제 개편을 통해 행정능력을 보여준 것이나 또 고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대적인 평가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고건 전 총리와 급이 다르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는 평판을 굳어지게 한 측면이 있다. 손 전 지사가 ‘마이너 그룹’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메트릭스 나윤정 상무는 “한나라당 대권예비후보의 지지구조는 마치 산의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연못과 같다”며 “산 꼭대기에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연못 수량이 줄어야 손 전 지사의 연못에 물이 고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중성에서 앞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져야 손 전 지사의 지지도가 오르는 구조라는 얘기다.
‘일하는 지도자’ 브랜드화 노력 중
이를 극복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바로 ‘민심 대장정’이다. 일반 국민과 함께 일하고 호흡하면서 ‘민초‘를 흔들어 깨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80여일째 텁수룩한 턱수염에 꾀죄죄한 작업복 차림의 손 전 지사. 대학교수도 국회의원도 더욱이 장관의 모습도 아닌 서민의 모습 그대로 민심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손 전 지사가 대중에 어필할 이슈로 민심대장정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100일 민심기행으로 바닥을 파고드는 노력이 국민과의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해낼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목 교수는 “‘민심대장정’ 이후가 중요한데 아마도 그 이후에는 더 자극적인 이슈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손 전 지사의 이수원 공보특보는 “국민이 ‘손학규라는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1~2%의 지지도가 5%에 육박하는 지지도로 상승한 것 역시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우국충정’의 진정성을 보여준 결과라는 해석이다. 손 지사가 ‘민심대장정’을 통해 ‘국민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그나마 지지도가 상승한 결과다. 조금이나마 인정받기 시작한 그의 ‘진정성’이 국민 사이에서 계속 이해 폭을 넓힌 덕택이다.
손 전 지사의 다른 한 측근은 ‘민심대장정’에 ‘래전드 메이킹(신화만들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손 전 지사의 ‘숙고하는 이미지’를 ‘행동하는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하나의 정치행위인 것이다. 손 전 지사는 ‘너무 이성적이다’ ‘학자 같다’는 이미지가 각인된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이미지는 손 전 지사의 삶의 궤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옥스퍼드 출신 박사, 서강대 교수,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경기도지사로 이어진 그의 경력이 학자 출신의 관료라는 이미지를 굳힌 것이다. 박기태 경주대 교수는 “역설적이지만 무결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현대정치의 특징인 이미지·감성·상징의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국민을 가르치려는 ‘계도적 리더십‘에 신물을 느끼고 있는 국민에게 손 전 지사의 학자적 이미지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너무 이성적이다, 학자 같다” 평가
대중성 확보를 위한 손 전 지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높이기에 불리한 정국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 당내에서 대표적인 ‘진보주의자’로 꼽힌다. 그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혁명을 꿈꾸던 학생·노동·빈민운동가였다. 심지어 한국전력 ‘노조위원장이 되어 서울 시내의 불을 일시에 다 꺼버린 뒤 혁명을 하기 위해’(자서전 ‘손학규와 찍새’에서) 한전 입사시험을 볼 정도로 물불을 안 가리던 투사였다. 그런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론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지난해 8월1일 경기도가 주최한 ‘세계평화축전’에 대해 “DJ의 대북정책을 계승·발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DJ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는 상황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손 전 지사는 또 국가적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는 개혁을 위한 뚝심과 강단도 갖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의 전횡이 하늘을 찌를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손 전 지사가 김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둘째 아들은 외국으로 보내라”라고 ‘직언’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문제는 현 정국이 손 전 지사의 개혁성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정국은 한·미 FTA 협상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이념적 대치상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보수화 성향이 노골화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구조에선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채를 가진 손 전 지사가 진보적인 이념적 아젠다를 던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 전 지사의 오른팔로 통하는 차명진 의원은 “많은 정보를 가진 전문가 그룹은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을 보는 경향이 있지만 대중은 이슈를 중시한다”며 “손 전 지사는 무엇보다 이슈 메이킹이 중요한데…”라고 말을 흐렸다. 한창 논의 중인 정국 현안에 개입하기 난처한 입장임을 설명한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 상황은 손 전 지사가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이슈를 던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수화가 극성을 부리는 한나라당 속에서 개혁적인 목소리가 묻혀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도 “손 전 지사가 어떤 결정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슈 메이킹을 한들 의미도 없고 더욱이 이념적 대결상황에서 이슈 메이킹을 할 타이밍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정래 이화여대 교수도 “이런 상황에서 손 전 지사는 ‘애매모호 전략’으로 가는 게 최상책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시대정신과 콘테츠에선 앞선다는 손 전 지사. 그는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데 대해 “때가 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은 과연 맹호복초(猛虎伏草·영웅이 때를 기다림) 하고 있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을까.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