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칼릴 지브란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우주는 너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네
고요하라 나의 마음아
슬픔과 탄식으로 무거워진 하늘은
너의 노래들을 견딜 수 없으리라
고요하여라
밤의 환영들은
네 신비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고 어둠의 행렬은
네 꿈 앞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고요하라 나의 맘이여
새벽녘까지 고요하여라
끈기있게 아침을 기다리는 자
힘차게 아침을 맞을 것이요
빛을 사랑하는 자 빛의
사랑을 받으리니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아
나의 말을 들어보아라
꿈 속에서 나는 사나운 화산 위에서
노래하고 있는 지빠귀 소릴 들었고
흰 눈위로 고개를 내미는
나리꽃 한 송이를 보았다네
묘비 사이에서 춤추고 있는 벌거벗은 천녀(天女)와
해골을 갖고 놀며 웃고 있는 아이를 보았네
이 모든 걸 나는 꿈에서 보았다네
잠에서 깨어 옆을 둘러보다가
사납게 폭발하는 화산을 보았네
하지만 지빠귀의 노래소린 들을 수 없었지
언덕과 골짜기에 흰 눈을 흩뿌리는 하늘은
그 흰 수의로 나리꽃을 고요히 감싸고 있었네
또한 줄지어 서 있는 무덤을 보았지
고요한 세월 앞에 서 있는 무덤
거기엔 춤추는 이도 기도하는 이도 하나 없었네
그리고서 바람의 웃음소리만 들려오는
해골의 언덕을 보았네
슬픔과 탄식밖에 보이지 않았지
그러면 꿈의 즐거움은 어디로 떠나갔나?
우리 잠 속의 빛나는 광채는 어디로 숨었나?
그 빛의 이미지는 어떻게 사라졌나?
그 갈망의 그림자가 잠과 함께 돌아갈 때까지
영혼은 어떻게 참고 견뎌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