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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걷기【22】

쵸코쿠키 |2006.05.23 18:50
조회 1,473 |추천 0

 

"저.. 나가서 살겠습니다."

 

그 말대로 그는... 정말... 가버렸다.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우리 모두는 놀랐었다.
예후 오빠는 불 같이 화를 냈고,, 남은 우리는 그 기에 눌려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설득과 언성이 높아지기를… 여러 차례…
결국… 오빠는 화가나 나가버리고,,, 그는 그대로 방으로 가… 가방을 챙겨들고는… 내게…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떠나 버렸다.
나쁜 놈…  못된 놈… 거지 같은 놈…
그를 떠나 보낸 건… 난데… 내 소원대로 그가 이 집에서 나갔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아프고.. 허전할까…
그가… 왜 이렇게 미울까…
그가 떠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방에 틀어박혀…
그에게 주려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던.. 아니 있는지 조차 몰라…
다시 내 손에 들어온 넥타이 핀을… 묶여 있던 붉은색 리본의 끝을 잡고 들어올려.. 
반원을 그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내 마음처럼 흔들리고 있는 그 모습을…

 

 

 


"너무 화내지 마세요. 김비서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시겠죠."
"난 지금 그녀석이 이 집을 나갔다고  화내는게 아니오. 단지 그녀석은,, 아직도 우리를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거에 화가 날 뿐이지."
"왜요? 난 김비서님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가요. 어떻게 보면 당신은 그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이고..
김비서님은 받고 있는 입장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가족이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이루어지기는 하지만,,그래도 결국엔 혈연 관계잖아요.  태어나면서 부터 함께
해온게 아니라.. 어느 순간 불쑥 끼어든거라면,, 아무리 따뜻하게 대해준다해도 자신이 이방인이란
느낌은 지울수 없지 않을까요? 당신과 예은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당신과 예은이 사이처럼
될 수는 없을거에요. 하지만 언젠가 당신들은 진짜 가족이 될거라고 믿어요.
아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그럴까..? 왠지…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그렇다라는 생각이 들어,,, 문제도 간단히
해결되고.. 이러다 정말.. 당신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해도 믿을까 두렵소."
무릎위에 올려져 있는 내 손을 가만히 잡고,, 웃고 있는 입가로 가져가는 그로인해,, 하마터면 다른 
손에 들려있는 커피잔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 했다.
그가… 손가락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다,,, 넓은 품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키스를 바랬기에… 잠시… 서운했지만 그래도 난… 언제나 이 품이 좋다.
 
김비서님으로 인해 그의 기분이 며칠 째 좋지 않았다.
예은이의 기분은 이루 말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저녁을 먹은 후 커피를 들고 그의 방으로 향했다.
김비서님과의 관계.. 어린시절 얘기를 들으며 이제서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어느정도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거 같다.
이제 예은이가 자신의 마음만 확실히 알게 된다면… 모든게 잘 될거 같다.
하루하루 하는일 없이… 이 집에서 밥만 축내는 식충이가 된 기분에… 따로 내 일을 찾으려 했는데..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 겠다.
우선… 이 일이 잘 매듭 지어지는걸 꼭!! 보고싶다.

 

"그만  ...… 좋겠소."
"네? 뭐라구요?"
그의 품에 안겨... 그의 향에 취해… 나 혼자만의 상념에 젖어 있느라...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여전히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채 웅얼거리자… 그는... 양손으로 어깨를 잡아 살며시 밀어내며 말한다.
"그만 당신의 방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했소."
"이런… 당신 피곤한가 보군요? 미안해요. 눈치도 없이.."
허둥지둥 일어나 컵을 챙기며 말을하는데…
"그런게 아니오. 다만,,, 당신과 한 방안에 오래 있으면 불편해져."
그런 내 손목을 잡으며 말을 가로 챈다.
"여러가지 생각도 들고… 예를들면.. 이런생각.."
그러면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생각…"
목선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입술이 느껴지고…
"또.. 이러생각…"
배를 스치며 점점 위로 올라오는 손길도 느껴진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심장이 세차게 뛰어대지만… 전혀..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진한 키스와는 또 다른 묘한 기분에… 점점 풀어지려는 다리 때문에… 그의 어깨에 힘껏
매달려야만 했다.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었다.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 주고… 그 방 앞에서 달콤한 키스를 한 후에… 그 키스를 안고 돌아와…
그 마음을 안고 잠들려 했었다.
하지만…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에… 귀까지 발개져..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그 순간.. 그녀를 만지지 않으면 죽을것 같았고,,, 나를 향해 벌어진 입술에… 목에… 입을 맞추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손에 꼭 들어맞는 그녀의 가슴과,,, 어깨를 파고드는 그녀의 손가락 때문에… 정말…
미쳐 버렸는지도 모른다.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안고… 조심스레 침대로 쓰러졌다.
살짝 놀라 벌어지는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어버리고,,, 그녀의 위에 편하게 자리잡았다.
오른손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위를 맴돌고 있지만… 그녀와 나 사이를 막고 있는 얇은 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등뒤로 손을 돌려 천천히 지퍼를 내리고,, 원피스의 어깨부분을 잡아 허리까지
끌어내렸다.
밝은 빛 아래… 그녀의 우유빛 살결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검은 보석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 지금.. 너무 챙피해요."
자유로운 양 손으로 살짝 가슴을 가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당신… 너무 예뻐."
손으로 느끼던 가슴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
그녀의 양 손을 잡고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한 손으로 모아쥐고,,, 다른 손으로 브레지어의 후크를 푸는데…
그녀의 예쁜 가슴과 함께… 눈에 띄게 굳어져가는 표정이 보인다.
숨을 몰아쉬지만… 아까와 같은 즐거움의 표현이 아닌… 공포로 물든 헐떡거림이다.
순간, 뜨거웠던 피가 싸늘하게 식으며…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젠장!!! 젠장!!!
그녀의 아프고,, 공포스런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이다.
아마도.. 이 자세 때문인거 같아… 황급히 손을 풀고, 그녀를 일으켜 가슴에 안았다.
품안의 그녀는… 내 몸이 떨릴만큼… 떨고 있다.
오른쪽 가슴으로 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장이 느껴진다.
"미안.. 미안.. 자.. 숨을 크게 들이 쉬고 천천히 내뱉어요. 자.. 나야.. 나라구. 난.. 당신이 싫으면
강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자.. 옳지. 그렇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어."
마음속으로 하민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그녀의 등을 천천히..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작은 새와도 같아… 조금의 힘만으로도 그녀가 어찌 될까 두려워…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맨 등을.. 어깨를… 안아야 했다.

 

 

 

너무… 좋았다.
그 순간… 모든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그가 좋았고… 가슴 떨렸다.
그에게 속살을 내 비치는게 부끄러웠지만,,,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예쁘다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었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러다,,, 양 손을 머리위로 묶어두는 그의 힘에… 머리속이 새하얘지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 앞에 누가 있는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이런일이 다시 일어났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곧.. 그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오고… 따뜻하게 쓸어주는 손길이 느껴져…
어느덧.. 안정이,, 안심이 되긴 했지만,,,
이런 꼴을 보이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그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대체.. 어떤 얼굴로 그를 봐야 하는지…

 

"이제 좀.. 괜찮소?"
조심스레 물어오는 그에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몸을 떼고 바라보려던 그는… 황급히 다시 안아 버리는 나 때문에 놀란듯 했지만…
맨 살에 느껴지는 그의 셔츠가 이상한 느낌을 불러 일으켜 나 자신도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피스는 허리까지 내려와있고.. 브래지어는 한쪽은 흘러내리고, 한쪽은 어깨에 걸쳐져 있어….
지금 상황에 이 모습은 서로에게 난감하기 때문이다.
"저기… 이 상태로 있어요."
그렇게 말한 후,, 황급히 손을 돌려 옷을 입으려 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았다.
"쿡.. 있어봐. 내가 해줄테니.. 그러다 날 새겠소."
빠르고 정확한 솜씨로 옷을 입혀준 그는… 내 머리위.. 정수리에 턱을 괴며 다시한번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저기.. 미안해요. 당신이 싫어서가.."
"쉬… 그만. 당신이 미안해 할 일은 없소. 오히려 너무 급하게 당신을 몰고간 내 잘못이지. 음…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좋은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군."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그는… 이런 말이.. 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런 세심한 배려에 내가 얼마나 약해지는지…
알고있는게 분명하다.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작게 웅얼거렸다.
"당신한테 미안하단말.. 고맙다는말.. 이젠 듣고 싶지 않소. 한번만 더 그런 얘기하면… 확! 키스해
버릴테니까 조심하는게 좋을거요."
"음.. 그럼 당신과 키스하고 싶을땐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해야하나요..?"
"쿡..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소리로 마주 웃었다.

 

 

 

일어나 보니 그는 벌써 출근하고 없다.
아침을 먹고.. 화초에 물을 주고.. 정원에 호스로 물을 뿌리며 빈둥거리다…
문득.. 예은이의 방으로 눈길이 갔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오늘은 기필고 만나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물을 잠그고, 단숨에 계단을 올라.. 현관을 지나 그녀의 방앞에 선 나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대답이 없던 그녀는.. 조금 더 세게 두드리자 말을 한다.
"네."
"나야, 나 들어가도 돼?"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고,,,
"할 말이 있는데…"
그제야 들어오란 말을 한다.
방안은.. 햇빛을 가리고 있는 커튼 때문에 몹시 어두웠고,, 공기마저 탁했다.
"어휴~ 아침인데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야?"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를 지나 창문 앞에 선 나는... 커튼을 확 열어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빛과 상쾌한 공기가 방안을 점점.. 쾌적하게 만들었다.
"할 말이 뭔데.."
뒤로 돌아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그녀에게 미소를 나누어주며 말했다.
"응. 있지.. 우리 쇼핑하러 가자. 요새 여름 신상품 많이 나왔더라."
"뭐? 언니. 장난하지마,, 나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생각보다 더 안좋아 보였다.
작은 얼굴은.. 며칠새 더 작아지고 창백해 졌으며 입술은 하얗게 메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그러지 말고 가자~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 오빠한테 가서 점심 사달라고 하면 되겠다."
"언니..나 지금 피곤해. 자고 싶어. 그런 이유라면 더 듣고 싶지 않아."
"예은아.. 너 혹시… "
잠시 뜸을 들이자,,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내 눈을 마주보던 그녀는…
"김성하씨 좋아하니..?"
그 말에.. 더 이상 하얘질수 없을 만큼 창백해 지더니…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란 듯 말한다.
"뭐???!!!!! 마… 말도 안돼.. 대체 그런 상상은 어떻게 한거야?"
"아니야? 왠지 요새의 너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서.. 김성하씨가 이 집에서 나가고 부터 갑자기
니 기분이 안좋아 졌잖아. 그 밖에 다른 이유를 찾으려 해도 모르겠고 말이야.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얼마안가 오빠도 그런생각을 하게 될거야."
"아니야! 절대! 절대 아니라구! 나 참.. 아휴… 그냥 몸이 안 좋아서 그런건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아! 가자구.. 그래. 까짓꺼.. 쇼핑 가면 될거 아냐… 나 일으켜줘.."
그녀를 일으켜 화장실로 데려다주고,,, 옷장을 열어 내 맘대로 옷을 고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더러 이걸 입으란 말야? 싫어,,, 이걸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다들 쳐다볼거야. 싫어..

안 입을래."
"당연하지.!! 니가 너무 예뻐서 다들 쳐다보지 않고는 못 배길껄? 우와~ 색도 너무 예쁘다."
그녀가 다리를 다치기 전에 즐겨 입었을 법한 짧은 청치마와 노랑과 연두색의 스프라이트 셔츠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옷을 입히는 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결국 해냈다.

"와~!!! 이럴줄 알았어… 봐.. 너무 예쁘잖아."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휠체어를 거울 쪽으로 돌려주었다.
조금 망설이며 눈을 든 그녀는.. 내심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보조개를 만들며 미소 짓는다.
그랬다.. 정말 예뻤다.
예전보다 살이 빠졌는지.. 타이트 했을 셔츠는 약간 헐렁했지만,,, 하얀 피부에 너무도 잘 어울렸고,,,
아랫부분만 살짝 퍼진… 무릎위로 껑충 올라간 청치마는… 가늘긴 하지만.. 깡말라보이진 않는 예쁜
다리를 잘 드러내 주었다.
"자.. 이제 마무리를 짓자구."
그녀의 마음이 변할까… 빠르게 화장을 해 주고,, 머리는 웨이브를 넣은뒤 살짝 옆으로 묶었다.
정말이지.. 이제야.. 제 나이에 맞는 발랄한 아가씨 같다.
"어우~ 너랑 다니면 다들 날 시녀로 볼꺼야."
"쿡.. 설마… 언니가 얼마나 예쁜데.."
기분도 좋아보인다.
"아냐아냐. 나도 예쁘게 하고 올래. 음.. 딱 10분만 기다려. 금방 준비하고 올께?"
서둘러 방으로 올라온 나는 빠르게 옷을 입고 대충 머리를 빗으며 립스틱만 바르고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윤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백화점으로 향했다.


 

"언니 힘들지 않아?"
"아니~ 전혀."
"거짓말.. 우리 저기서 잠깐 쉬었다 가자. 아이스크림도 먹을겸."
"그럴까 그럼?"

실내의 작은 분수대 앞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고마워.. 사실.. 이런 옷 다시는 못 입을 줄 알았어. 매일 매일.. 내 다리를 감추기에만 급급했거든..
오늘은.. 언니가 곁에 있어서 용기가 생긴다."
"어머~! 이 예쁜다리를 왜 감추니? 참 예쁜데.. "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살짝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너에겐.. 어두운 곳보다.. 이렇게 밝은곳이 훨씬 더 어울려…
"쿡.. 이러니까 언니가 꼭.. 우리 친언니 같아. 누군가 이렇게 따뜻하게 챙겨주는거.. 참 오랜만이다."
"난.. 어렸을때부터 언니나 동생이 한명쯤 있었으면 했어.. 늘 외로웠거든. 소꿉놀이도 하고.. 같이
영화도 보고,, 이렇게 쇼핑도 하고 싶었어. 그래서 오늘... 너무 좋다."
"나도… 음.. 언니 그럼.. 우리 내일은 영화볼까?"
"그럴까?"
그렇게 재잘거리며 한시간쯤 더 수다를 떨고… 다시 쇼핑을 하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체력 소모가 많아서인지.. 배가 고팠고.. 사실 그도 보고 싶었기에…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드디어 수화기 너머로 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네. 저한테 전화를 다 주시고,, 무슨일이신가요?"
그의 장난스런 말에 웃음이 배어나오고…
"배고파요.. 특별한 약속 없으시면 점심 좀 사주실래요?"
"흠… 뭘 물어보고 그러나? 지금 당장 회사 앞으로 와요. 뭐 먹고 싶은거 있소?"
따뜻한 그의 말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저 지금 당신 회사 앞에 있는 백화점 안에 있어요. 예은이랑 같이 왔는데.. 잠깐만요. 예은아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어… 스테이크 먹고 싶어."
"들었죠?"
"하하. 공주님 두분을 모시기엔 내가 너무 벅찬데… 아! 성하랑 같이 나가겠소. 어제 당신 말 듣고
오늘 얘기좀 했거든. 화해의 식사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뭐 어쨌든 오랜만에 같이 먹는것도
좋을것 같군.. 백화점 정문으로 나와있어요. 지금 데리러 가겠소."
나이스.. 내가 바라던 바다.
옆에 예은이가 있어.. 내 입으로 말하기 곤란했는데.. 어떻게 말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마침 그가 먼저 선수를 치며 말한다.
역시.. 우리는 뭔가가 통한단 말야.
천생연분인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끼워 맞추며.. 가벼운 걸음으로 정문을 향해 걸었다.


그의 차가 바로 앞에 멈추자…
그가 앉아 있는 뒷자석으로 냉큼 올라타고는.. 운전석에 있는 성하에게 말했다.
"김비서님.. 예은이좀 태워주시겠어요?"
예은이에게.. 일부러 그가 온다고 말을하지 않았었는데…
놀란 표정의 그를 보니.. 그도 몰랐나보다.
푸훗.. 역시…예후씨... 당신이랑은 확실히 통한다니까...
괜스레 옆자리에 있는 예후가 예뻐보여..
미소와 함께…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 너무 너무 고마워요~"

 

 


점심을 먹자던 형이… 중앙백화점으로 가자고 했을땐.. 조금 의아했었다.
그런데.. 정문에 다다랐을때 한눈에 보이는 예은이 때문에 입이 벌어지고,,, 심장이 펄떡거려
미칠지경이다.
그토록 잊으려 했지만.. 내 머리속에.. 내 가슴속에 박혀 떠나질 않는 그녀…
매일밤... 나를 뜬 눈으로 지새우게 만든 그녀..
오늘.. 이렇게 보고나면…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괴로움 속에 보내야 할까…?
아니.. 오늘의 모습을 간직하며 행복해 해야 하나…?
그녀와 같은 지붕아래.. 함께 할 수 없음이… 아프고 아팠었다.
그러니… 아마도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그 때문에.. 들이쉰 숨을 내 뱉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는… 내 눈을.. 내 다리를… 잠시 바라보다.. 웃옷을 벗어 다리를 감싸준 후..
조심히 안아올려 조수석에 태운다.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고 옆자리에 탄 그는…
단 한번의 시선도 주지 않고,,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시동을 건다.
그의 겉옷을 건네려 하자…
"덮고 있어."
그제서야 목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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