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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사랑 (24장/ 붉은 겨울...) <실극화>

지금처럼만 |2006.05.30 10:52
조회 274 |추천 0

 

짝!


"......!"


고개가 옆으로 확 돌아가고 몸은 충격으로 비틀거렸다.


"계집이!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내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놈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


장신의 최진규가 무서운 얼굴로 선주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 붉은 손도장이 생긴 선주는 한참을 울어 퉁퉁부은 얼굴로 오빠인 진규를

원망어리게 응시했다.


"대답해! 또 만나고 다닐거야? 그놈은 깡패새끼야! 어디서 그런놈을 밤낮없이 만나며

쏘다녀! 한번만 더 만나봐라 그놈을 아주 매장 시켜버릴꺼야!"


"누가? 도대체 누가 깡패야? 그는 깡패가 아니야. 깡패는 오빠가 깡패 아니야?

클럽인지 뭔지 차려놓고 매일 남자들과 여자들을 불러모아 노닥거리잖아! 그러고

보니 오빠는 깡패 축에도 못드는 남자였어. 건달! 그래 오빠는 건달에 불과해!"


"말을 함부로... 이 계집이! 다시한번 말해봐? 내가 깡패? 건달? 어디서 삼류 건달새끼를

 만나러 다니는 주제에 까불고 있어! 꼴보기 싫으니까 나돌아 다니지 말고 방에서

꼼짝하지 말고 근신해!"


진규는 선주의 둘째 오빠였다.

선주에게 두명의 오빠와 한명의 언니가 있었는데 오빠들과는 나이차가 많았다.

둘째 오빠인 최진규만해도 일곱살이나 차이나 나는 선주였다.

 

"내가 왜? 웃겨 정말! 내가 그를 만나러 다니던 말던 오빠가 왜 상관하는데?

그리고 그는 오빠처럼 집에서 손을 벌려 호의호식하는 남자가 아니야.

더구나 그는 건달도 아니고 삼류는 더더욱 아니야! 오빠야말로 말을 함부로 하지마!

티내는거야? 나 삼류라고?"


오빠지만 정말 정 안가는 인간이었다.

겨우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비둥거리며 놀다가 아빠 엄마에게 졸라 술집을 차리고

꼴사납게 거들먹 거리며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군대는 훌륭한(?) 엄마 덕분에 가지도 않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만 치는 오빠였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참견하려 들었고 그 자신은 마치 성인군자처럼 굴며

주위사람에게 호감을 사려 기를 쓰는 인간이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친오빠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큰 오빠와는 너무 차이가 났다.


'개자식! 친구도 아니야!'


지난번 추림과 영등포에서 친구들을 만난게 화근이었다.

같이 동행했던 친구 중에 용선이란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데리고 나가지

말았어야했다. 오빠의 열렬한 추종자이면서 자신을 끈덕지게 따라다니는 좀팽이었다.

오빠에게 있는 거짓말을 다 동원해 입방아를 놀렸을 것이 뻔했다.

오랜만에 추림에게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둘째 오빠가

집으로 들어와 이 난리였다.


억울했지만 그와 대면하기도 싫었다.

따귀쯤이야 맞을 수 있다고 해도 추림을 싸잡아 삼류취급하고 욕하는 것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 최진규만큼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때 부터 갖은 사건에 연류되고 아빠의 힘으로 겨우겨우 화를 피한것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그건 나이를 먹은 지금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분명히 말하는데, 다시는 그 개자식 만나지마! 감히 집안에 먹칠을 하려해?

차라리 다시 미국으로 가버려! 간나가 어디서 싸가지 없게 남자를 만나고 다니면서...

그것도 변변치 않은 개새끼같은 놈을... 너 이따가 와서 없으면 죽을줄 알아?"


"흥! 제발 내일에 상관하지 말아 주실래요? 난 싸가지도 없고 빌어먹을 간나년이니까!

제발 신경좀 쓰지 말아주셔! 오늘 맞은건 기록해 놓겠어!"

"아가리 닥치지 못해! 엄마가 알면 널 그냥 두고 보실거 같아? 일 더 크게 만들지 말고

공부나해! 이게 자기 분수도 모르고?"


"엄마? 그래 엄마에게 말해버려! 나이를 그렇게 먹었으면서 아직도 엄마 타령이니?

엄마 엄마! 참으로 대단해 아주 대단해! 말해버렷! 내 몸에 손도 대지 말구 말도 걸지마!

한번만 더 그러면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을거야!"


선주는 지지않고 할말 다해가면서 죽도록 대들었다. 진규에게 심한 말을 들은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따귀따위를 맞은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심하게 대들거나

화를 낸적은 처음이었다.


"미친년! 그래 막나가라 막나가! 니가 내동생인거 나도 쪽팔리고 싫거든?

그래 마음대로 해봐라! 어디가서 가랑이를 마음대로 벌리던지 아무새끼나하고 처

자던지 신경쓰지 않을테니까 한번 마음대로 까불어 보려므나.

아마 넌 얼마못가 살아있지도 죽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 테니까!"


절대 여동생에게 할말이 아니다. 오빠면서 정안가고 더럽게 여겨지는 면이 저것이었다.

말을 함부로 하고 행동은 더욱 그랬다. 실패한 자의 변명과 추악한 면이었다.

집안에서 유독 머리가 똑독하지 못한 진규는 유일하게 외국유학을 다녀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아빠와 엄마는 물론 오빠와 언니 자신은 어찌되었든 외국 유학을

자연스럽게 다녀왔 지만 둘째 오빠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게 아니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어려서부터 엄마의 품을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탓이었다.

 

그것이 자라면서 이상 컴플렉스로 변해 동생들인 언니와 자신에게 함부로 대했고

성격마저 거칠게 변해 버렸다. 지겨울 정도였다. 오빠면서 남같이 느껴지고 남이면서

못된 인간으로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진규의 말에 억울해져서 분한 마음이 눈물로 변해 울음이 쏟아졌다.

저렇게 말을 하다니... 정말 더럽다! 역겹고 구역질 난다!


입술을 깨문 선주가 울면서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선주를 비웃던 진규가 눈을 사납게 뜨고 동생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말하니 속이 시원해? 동생에게 그렇게 더러운 말을 하고나니 마음이 편하고

화가 풀려? 그렇게 비웃으니 뜻을 이룬거 같아? 너 정말 인간이 아니다.

내 오빠가 아니야. 내가 왜 웃는줄 아니?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야.

니가 더이상 내 오빠가 아님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야. 지금부터 내게 손을 대거나

언어폭력을 가한다면 이제부터 모든것을 법대로 하겠어! 명예회손은 물론이고

사회단체에 널 고발하고 도움을 요청하겠어!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도록 기사화

시키겠어! 그래 난 더러운 년이야! 막나갈거니까 한번 해보자! 니가 그걸 가르쳐 주었어!

막나가라고 니가 가르쳐 주었어! 해봐! 집안의 명예? 흥! 웃겨. 다른 사람은 그런 말을

해도 되지만 결단코 너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 아 미안. 오빠라고 정정하지.

오빠는 그런 말 할 자격없어!"


"닥치지 못해! 이게 정말 막 나가려 하는군! 고발을 하던지 지랄을 하던지

니 마음대로 해봐라. 누가 미친년 말을 믿어줄거 같아?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 그만하고

할일이나 똑바로해!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외국 물좀 먹었다고 뵈는게 없어?

한심하다."


결국은 저렇게 끝난다. 외국물. 그게 뭐 그리 대단할까? 외국 나가서 그 나라에서 좀

살다오면 그게 대단한 감투가 되는건가? 맞아 그럴수도 있다. 사회가 그걸 인정하는

분위기니까! 하지만 그것이 사람에게 모든것의 조건이 되는걸까? 모른다. 저인간은

철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투성인 세상이다.

외국 나가면 다 좋은 줄 알아? 정신이 썩었다.


할말이 없다. 하기도 싫다.

답답했다. 그가 보고싶었다. 오빠에게 바보 병신 삼류가 되었지만 그가 보고싶었다.

그가 정말 그런 사람이어도 좋았다. 같이 존재할수만 있다면 그가 차라리 그런

멍청하고 덜 떨어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빠는 내게 그런 인간이야! 누군 정말 그런 인생이어도 사랑하고 그립지만 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될수가 없어! 오빠는... 삐둘러... 정직하지가 못하다고!'


내심으로 추림을 떠올리고 오빠와 비교하자 마음이 풀어지고 편해졌다.


"나 지금 나가니까 내 말 명심해서 새겨들어! 니 외국 유학동안 집에서 날린 돈이

얼만데, 아직 그것도 모르고... 똑바로 알아들으란 말이다 알겠니?"


진규가 비웃듯 말하며 외투를 집어들고 현관 앞으로 다가갔다.

선주는 고개를 돌린 채, 그를 아주 외면해 버렸고 마음속으로 이 지겨운 명예와 권력,

출세와 학벌이 절대 믿음인 공간에서 탈출할 결심을 했다.


* * *


그것은 꿈일런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날 문득 마주치게 되는 단 한번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유미와의 그날밤... 추림은 깊고 깊은 욕망의 터널을 헤치고 다녔다. 처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비단 첫경험이라는 시작점만이 아니다. 그녀를 알았으며

느꼈고 자신의 또다른 자아를 발견하였고 소중한 무엇인가를 깨우쳤다.

추림씨... 사랑... 그녀의 낮은 흐느낌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부딪혀왔다.


유미는 일요일 오후에 떠나갔다.

자신에게 그런 엄청난 욕망의 덩어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치 분노하는 활화산처럼 자신은 불과해한 에너지를 쏟아냈다.

심한 갈증을 느꼈고 신이 내린 사명감을 이루려 하는 필살감처럼 그렇게 몸부림쳤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 느껴지는 허무함과 욕망이 사그러든 나른한 육신은 차라리

배신감 처럼 느껴졌다. 죽은듯 잠든 여섯시간뒤... 또다시 터져버린 불덩이가

본능이고 그 자신의 억압이며 분노

와 서러움이란 것을 알았을때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러 내렸다.


잠든듯 누운 유미의 전라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는지 몰랐다. 아마 평생을 살아도 그것은 미시터리로 남으리라......


죽은 마음이 되살아나고 메마른 피부가 생명을 머금은듯 활력이 넘쳤다.

비로서 진정한 자아로 거듭난듯한 추림은 무안한 자유와 생소한 에너지를 느꼈다.


인간의 세가지 욕구... 생존과 식탐 그리고 섹스!

마지막 그것! 그것을 일러 현자들이 죽음보다 두려우면서 천상의 안락함을 주는

유일한 수단이라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침참으로 나락에 젖어 들었던 그 날밤은 새로운 삶이 될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와 섹스를 나누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몰두하지는 않았으나

그것이 분명한 사실임을 각인한 것은 사실이었다.


자신의 마음, 그녀를 향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 말했듯이 내 안에 또다른 난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이 학인된 기쁨은 자신의 생에 가장 명확한 결론이었고 진실한 것이었다.


외롭다는 생각과 느낌을 덜어낼 수 있는 충분한 구심점이 생겼고 무언가를 위한 삶이

될듯한 목표가 만들어졌다.


'난... 변하지 않을거야! 죽는 날까지 절대...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유미야 약속할 수

있어 오로지 너만이 내 사랑이라는 것을... 믿어줘! 사...랑...해!'


추림의 입가에 기분좋은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지금쯤 무엇을 할까! 늦은 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네번 연락이 왔지만 찾아온다

소리는 없었다. 목소리가 전같지 않게 힘차게 들렸고 무려 두시간이 넘게 통화할 수

있는 서로가 되었다.


그녀와 소통한 감동을 나누었다고 해서 그녀를 내 여자로 규정하거나 그녀에게 부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흐르는데로 둘 것이다. 그녀를 사랑한다 느끼고 확고한 마음이

든다면 모든것을 다 사랑하고 이해해줄 준비를 하자. 작은것 하나도 놓치지 말자.

대신 큰것이라도 모른척해주고 때론 신경써주자 그것이면 된다. 더이상 바라지 말자.

변하지 않는것. 그것이 추림이다!


띵동 띵동!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일을 떠올리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현실인듯 아닌듯 몽롱함에 젖어있던 추림이 화들짝 놀랐다.


"......?"


늦은 시간이다.

금요일이지만 일찍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밤에 누가?


추림이 유미일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온다면 틀림없이 전화할 것이므로...

그녀의 성격이 그랬다. 상대의 마음을 어림잡아 짐작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온다면 연락해서 의사를 묻고 자신의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방안으로 확 밀려들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 선주야?"


선주가 문밖에 초췌하고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서 있었다.

추림이 놀라 얼른 밖으로 나가 선주에게 다가갔는데 신발도 신지 않았다.

불과 일이미터 거리지만 그럴수 밖에 없었다.


"이런! 말도 안돼는......!"

"추림아... 으허헝... 헝!"


선주가 추림에게 무너지듯 안겨오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녀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제대로 갖추어 입지도 못한 옷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고 몇군데는 찢어져 있었다.


선주를 안다시피해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선주야. 너 이게... 그래 울어라 울어! 운다음에 이야기 하자."


직감적으로 그녀에게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느낀 추림은 선주를 달래기 보다 그녀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고자했다.


선주를 자세히 보니 입술이 터져있고 얼굴 주위에 멍자국이 희미하게 보였다.

누군가에게 맞은 것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추림이 눈에 힘을 주어 울컥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눌러 앉혔다.


"으허헝.. 흐흑... 흑흑!"


바닥에 앉은 선주가 추림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었다.

등을 두드려 주며 추림은 조용히 선주의 심정을 이해하려고했다.

상황이야 모르지만 폭력사건이다. 억울하고 두렵고 비감한 심정일 것이므로......


------


"맙소사! 오빠란 말이야? 친오빠?"


시간이 조금지나 기분을 가라앉힌 선주에게 술을 마시라 권하며 그녀가 들려준 그녀의 오빠의 이야기에 추림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재대로 인사도 못하고 이런 분위기라니... 추림은 선주의 오빠라는

사람이 누군지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세상에 친동생을 이렇게 구타하는 인간이 있다니!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폭력이라니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오후에 나가 며칠 있다가 오겠거니 했는데, 한시간도 안되서 들어왔어.

네게 올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나가려고 하니까 오빠가... 나 너무 속상해! 오빠가

아닌것 같단 말이야."


"좋아. 이미 벌어진 일이다. 너의 잘못을 한번 들어볼까? 이유야 내가 중간에 끼었다고 치더라도 너의 오빠라는 사람이 무작정 네게 이렇게 행패 부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선주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만난것이 동기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다. 친동생이 자신의 판단안에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만난다면 일단 반대할 일은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어떤 오바가 여동생을 이렇게 구타할가!


"아니. 오빠... 오빠라고 부르기도 싫어! 지긋지긋해! 그 인간은 정신병이 있는것 같아.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겁이 많았거든... 나와는 나이차이가 많아서 잘 모르는데

혼자서는 밖에 나가 놀지도 못했대,꼭 엄마랑 같이 다녔고 초등학교때는 학교를

안가려고 때를 써 가정교육을 따로 시키려고도 했었대, 그런데 그런 성격이 자신이

무시할 수 있는 사람에게 표현되는 건가봐. 유학도 못가고... 그건 자신탓이지만

언니하고 난 무척 힘들었어. 맞는건 예사였고 가두기까지 했던적도 있어. 난 아직도

내탓이 있나 의심스러워. 아무리 그래도 동생인 날 이렇게까지 심하게...

나 집에 안갈거야."


"그래? 나도 그런거 같군. 하지만 그런 사람에겐 좋은 방법이 있다. 죽지 않을만큼

패주는거지. 다른 방법으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석달쯤 시킨다거나... 고쳐질거다.

그걸 과잉보호후유증이라는 거다. 아무래도 선주 네 어머니가 네 작은 오빠를 너무

오냐 오냐 키우 신듯 한데? 아닌가? 난 그런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거든.

그건 그렇고. 집에 안들어 간다고? 어디서 지내려고?"


추림이 선주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바를 가볍게 이야기하고 물었다.

그정도니 집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갈데가 있을런지

걱정이 들었다.


선주가 추림이 묻자 엉망인 얼굴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추림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

밀고 헤실 거렸다.


"헤헤. 여기서 지낼건데? 안될까?"

"......?"


그럴줄 알았다. 여기.. 자신의 집은 아무나 들어와서 자고 가고 그런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처음 이대준이 그랬고 가끔 부부싸움한 이상열 부장이 그랬다.

그리고 선주도 합류했고 다음은 또 누가 될지 알수 없었다.


여느때와는 다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유미... 그녀가 걸리는 것이다. 선주의 저런 모습을 보고 거부하기도 그랬지만 선뜻

이해하며 받아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놈을 쫒을수 없다.


띵동 띵동!


그때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추림은 기겁해서 놀랬고 선주는 추림의 방으로 후다닥 거리고

도망치듯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누군가 와서 이런 상황을 보는것도

이상하지만 선주의 상태는 속된말로 미친년 꼬라지인 것이다.


"누구세요?"


추림이 다가가 소리치며 묻고 문고리를 잡고 잠시 기다렸다.

조영하다. 대답이 없다면... 마음이 불안해진 추림은 혹시 유미가 온것은 아닐까하는

긴장감에 휩사였다.


"누구세요?"


다시 소리쳐 물었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여자의 구두가 바닥을 내려찍는 소리같았다.

가슴이 덜컹거리며 추림의 맥박이 거칠어졌다. 정말 그녀라면 난감하다.


한숨을 내쉰 추림이 문고리를 풀고 문을 열었다.

제발 아니길 기대하면서 문이 완전히 젖혀지자 추림의 눈이 서너배쯤 커지며 빠르게

밖을 확인했다.


"공중 전화가 없어서... 미안해서 어쩌지요?"


여자의 음성이 들리는 동시에 추림의 마음이 허탈하게 가라앉았다.


"아니... 미선씨!"


초인종을 누른 이는 이대준의 애인 양미선이었다.

술에 취해 미선에게 몸을 의지한 이대준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고 추운 날씨에도

땀방울이 송글한 미선의 얼굴은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레 긴장한 추림이 허탈하게 웃으며 선주를 맞이하듯 걸어나가 이대준을 부축했다.


"어떻게 된거예요? 아이구 술냄새... 완전 갔군!"


안으로 이대준을 옮기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대준은 180센티가 넘는 거구에

속했다. 그런 이대준을 미선이 혼자 부축하고 왔다니 고생이 훤이 보였다.


"누구 있어요? 이건......?"


미선이 코트를 벗으며 현관에 놓여진 선주의 구두를 가리키며 물었다.

작은방에 이대준을 던지듯 눕힌 추림이 나오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제 나와도 될거 같은데? 선주예요. 보고 놀라지나 마세요."

"예? 최선주요? 아니 그 가시내가 여긴 왜 있어요?"


선주는 미선의 대학 후배고 추림에게 인연을 맺게한 인물이다.

미선이 이상한듯 물었지만 이해하지 못해서 물은 것은 아니다. 이미 선가 추림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시간에 같이 있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일 분이다.


"언니!"


문이 다시 열리고 추림의 옷으로 갈아입은 선주가 고개를 내밀며 나왔다.

얼굴을 가리려고 머리를 풀어 헤쳤는데 추림은 그런 선주의 모습이 더 낳다고 말한적이

있을 만큼 잘 어울렸다.


"너어? 응? 선주야 너 얼굴 왜 그래?"


미선이 선주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놀라 물었다. 그리고 바로 추림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해명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순간이었다.


"제가요? 미선씨 절 어떻게 보고? 제가 그런 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요?

제가 이추림이라구요. 당당한 남자 이추림!"

"그럼 너 왜 그래? 누구랑 싸웠니?"


미선이 묻자 선주가 난감한 얼굴이었다. 다시 이야기 해도 되지만 하기 싫은 것이다.

한때 오빠는 미선언니를 잠시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아주 애매해져서 쉽게

말하기 껄끄러웠다.


"미선씨 선주도 선주지만 먼저 할말 없어요? 여기 여관 아니거든요?"


분위기를 파악한 추림이 미선과 대준의 일을 물으며 선주의 일을 뒤로 미뤄버리는

재치를 부렸다. 추림이 선주를 보며 냉장고를 눈짓하자 선주가 베시시 웃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아참! 어휴... 저 대준오빠 때문에 못살겠어요. 얼마나 술을 먹어야 정신을

차리려는지... 일곱시쯤에 만나서 지금껏 쉬지 않고 마셔댔어요. 요즘 몸이 안좋아

보여 자중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멀쩡하다가 갑자기 저렇게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미선의 말처럼 요즘 대준은 어딘가 이상했다. 기운이 없어 보였고 자주 일하다가

쉬곤 했다. 지난번에도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무기력한 모습으로 테이블위에 얼굴을

묻고 잠든적이 있었는데 추림은 그런 모습을 네번이나 목격했다.


추림은 여지껏 이대준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추림도 만만치 않지만 이대준에 비하면 어른과 아이 같았다. 소주가 기본이 세병이고

본격적으로 마시면... 그런적은 없어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혼자요? 같이 마시지 않으셨어요? 저렇게 될 정도면 미선씨도 적게 드시지

않으셨을텐데 미선씨는 멀쩡하네요?"

"저두 마셨지만 이상하게 취하기 싫더라고요. 저까지 취해봐요. 둘다 죽으라고요?"


맞는 말이다. 두주불사형인 이대준의 여자친구로 아주 이상적이 여자였다.

남자의 피곤함을 알아서 챙겨주고 자신의 즐거움은 기꺼이 포기할 줄 안다. 속이 깊다.


"언니 그럼 우리 술이나 마시자."


선주가 냉장고에서 맥주와 소주를 꺼내왔다.


"술이 중요한게 아니고. 너 빨랑 말해봐! 진규오짜가 이랬니? 맞구나!

도대체 왜 그런다니? 인간이 절말 너무한거 아니니?"


미선은 선주와 가장 가깝다고 말할수 있는 사이였다. 선주가 미국에서 돌아와 대학에

입학했을때 그녀를 가장 먼저 도와주고 챙겨준 이가 미선 이었고,최진규가 한때 미선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어쨌든 미선은 선주에 대해 웬만한건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이였다.


"알고있네? 맞아! 그래서 나 가출했어. 안들어갈래."

"가출? 네가 지금 가출할 나이나 되니? 싱겁긴... 어디서 지내려고?

설마 너 여기서......?"


"응. 이참에 아주 살림을 차리려고. 히힛. 잘됐지 뭐야!"

"......!"


저런 얼굴로도 웃을 수 있는 선주는 성격이 정말 좋은 여자였다.

나쁘게 말한다면 멍청하고 철이없다 하겠지만 선주를 그렇게 평가하는 이는 없었다.


"그래 너 아주 이참에 확 저질러 버려라! 지난번에 실패했다... 아니 뭐!"

"언니! 뭐야? 그래봐!"


추림의 얼굴이 뚱해졌다. 뭔일? 지난번에 실패?

머리좋은 추림도 이때 만큼은 무슨 이야긴지 몰라 선주와 미선을 번갈아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선주와 미선이 마주보며 실실거리자 추림이 눈치를 채고 선주를 노려보았다.


"너? 미선씨 오해하나본데요? 절대 아무일 없었어요. 그때는 선주가...

아 참! 미치겠구나!"

"그러지 않아도 돼요. 선주가 홀랑벗고 추림씨를 덥쳤다는것만 들었으니까요. 호호호!"


"젠장! 너 나 아는체 하지마!"


추림이 선주에게 빽하고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돌려 버렸다.


"추림아 안그럴께. 언니는 왜 그런 말을 해! 비밀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내가 어떻할 줄 몰라서 물어본거지 일른거야? 나만 이상해 졌잖아!"

"언제? 너 그때 기분 좋았다며? 가슴도 만져 줬다고 했잖아? 안그랬어?"


추림의 얼굴이 무섭게 선주를 노려보았다. 말도 안된다! 그저 자기만 했고 일방적인

경우였는데 잘못하면 처녀 망친 도둑놈 소리 듣게 생겼다.


"히힛. 그건 추림씨가 자다가 건드린건데... 이제 그만. 내가 더 이상해 지려고하네.

에고."


"어이구 미치겠다! 알아서들 노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확... 내가 못살겠다!"


"호호호!"

"헤헤헤!"


추림의 투정에 선주와 미선이 웃겨 죽겠다며 발을 동동거리며 고개를 쳐든 채 깔깔

거렸다. 추림의 얼굴이 불쌍하게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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