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렌 성에 어둠이 깔리고 모두가 잠이 든 시간. 린이 잠들어 있는 숙소 주변에 몇 명의 인영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검은색 두건을 쓰고 검은색으로 된 야행복을 입은 인영들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성의 3층 높이에 있는 린의 방에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올라 창가에 있는 난간에 올라섰다. 여러 명의 인원이 아무 소리도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임이 틀림없었다. 제일 앞에 앞서가던 인영이 한 손을 들어 멈추라는 표시를 한 뒤 가만히 창가에 기대어 안의 동정을 살폈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다는 듯이 다른 인영들을 향해 고개를 끄떡이며 문을 열어 들어가려 했다. 인영들은 소리 없이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인영이 문이 안 열리자 뒤에 있던 대장이 듯한 다른 인영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 문이 잠긴 것 같습니다. ”
“ 조용히 열어라. ”
“ 네 ”
한 참을 열어보려 애쓴 인영이 다시 뒤에 있는 인영을 보며
“ 자물쇠로 잠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법으로 결계를 친 것 같습니다. ”
“ 그래? 스펜! ”
“ 네. ”
“ 확인해 보라. ”
“ 네. 알겠습니다. 이리 나와봐. ”
그렇게 말 한 인영이 앞으로 나가더니 창문 앞에 서서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손을 갖다대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뒤에 있는 인영에게 말했다.
“ 이상합니다. 약간의 마나가 흐르는데 안 열립니다. 보통의 결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
“ 보통의 결계가 아니라니 무슨 소린가? ”
“ 제 생각으로는 마법진을 이용한 고급결계인 것 같습니다. 그냥 열기는 어렵고, 약간의 충격을 줘야겠습니다. ”
“ 그래? 소리가 크면 발각될 가능성이 있고, 안에 있는 목표가 깰 수 있는데.....소리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나? ”
“ 한 번 해보겠습니다. ”
“ 그래.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게. ”
“ 네. 알겠습니다. ”
인영은 다시 창문에 손을 대더니 아까보다 더 긴 주문을 외우며 중얼거리더니 잠시 후 손에서 살며시 빛이 발생하며 약간 둔탁한 ‘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인영은 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여 보였다. 이내 한 사람씩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안으로 들어온 인영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뒤이어 들어오던 인영들도 모두들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자신들의 앞에 숲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안에 숲이라니....... 모두가 움직이려는 그 순간 문을 열었던 인영이 모두에게 말했다.
“ 움직이지 마십시오. 마법진입니다. 환상이 보이는 것이니 움직이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결계에 갇히고 맙니다.”
“ 마법진이라고? ”
순간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고, 대장인 듯 한 인영이 스펜에게 물어봤다.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고위급의 마법인 마법진의 환상 결계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리십시오.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
“ 오래 걸리는가? ”
“ 조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왠만한 마법진은 알고 있으니 그리 걱정안하셔도 될 것입니다. ”
“ 되도록 이면 빨리 하게. 시간이 별로 없으니. ”
“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대답을 한 그 인영은 숲의 이리 저리를 살펴보더니 양손을 교차하며 마법주문을 외운 후 여기저기에 손을 뻗혀 살피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인영의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되는 듯 온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전신에 긴장감이 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마법결계진은 어느 책에서 보았던 말로만 듣던 그 마법진과 매우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파해할 수 없는 그런 마법진이었던 것이다.
“ 안되겠습니다. 이것은 파해가 불가능합니다. ”
“ 뭐라고? 불가능하다고? ”
“ 네. 이것은 제가 알기론 파해법이 없는 마법결계진입니다. ”
“ 파해법이 없다니 그건 무슨말인가. 인간이 만든 마법진이 파해법이 없다니. 잘 못 본 것은 아닌가? ”
“ 아닙니다. 확실한 것 같습니다. 본국에 계신 스승님이라면 모를까 제 실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
“ 그 정돈가? 그럼 파괴하면 안되나? ”
“ 안됩니다. 파괴하려고 물리적 힘을 가하면 마법진의 위력이 배로 늘어나 빠져나갈 수도 없어집니다. 지금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빠져 나가야 합니다. 잘 못 건드리면 끝장입니다. 어서 철수해야 합니다. ”
“ 그래? 흠.....그럼 어쩔 수 없지. 모두 철수한다.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인영들은 살며시 뒷걸음으로 들어 온 창문으로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인영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인영들은 가벼운 몸 동작으로 3층 높이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여전히 밤은 고요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위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그런 인영들을 바라보는 두 개의 눈이 있었다. 어둠에 가려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에 비친 두 눈은 무심함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숙소 건너편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서있던 그 인영은 지금까지의 일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야행복을 입은 인영들이 사라지자 그 인영도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얼마쯤을 왔을까 제일 앞에가던 인영이 멈춤과 동시에 모든 인영이 멈추어섰다. 성의 외곽에 있는 숲 속이었다. 한 인영이 복면을 벗으며 나머지 인원에게 말했는데, 달 빛에 비친 그 인영의 모습은 매우 젊고 잘생긴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이었다.
“ 모두 이곳에서 대기한다. 스펜! ”
“ 네. 백작님. ”
“ 본 국에 연락해라. ”
“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
품속에서 통신용 수정을 꺼내 손위에 올린 후 마법을 실행하자 수정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 리베로 백작님. 안녕하셨습니까? ”
“ 그래. 오랜만이군. 아버님은 계시는가? ”
“ 네. 지금 폐하를 뵈러 왕궁에 가셨습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계십니까? ”
“ 아~ 그럼 아버님이 오시면 계획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씀드리게, 그리고 약간의 지원요청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되네. 그리고, 연락은 정확히 6시간 뒤에 하도록 하지. 알겠나? ”
“ 네.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백작님. 또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
“ 없네. 그렇게만 전해드리게. ”
“ 네. 알겠습니다. ”
수정에서 모습이 사라진 후 리베로 백작은 스펜에게 다시 물어봤다.
“ 스펜! 그것이 그렇게 고위급의 마법결계진이었다구? ”
“ 네. 백작님. 제가 알기로는 없어진지 꽤 오래된 마법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300년 전에 있었던 제국 전쟁 때 잠깐 나타났었던 마법진이 맞는 것 같습니다. 크로노스 제국이 여러 국가를 침략하고 다닐 때 크로노스 제국의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철 기마단이 어느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에 의해서 몰살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수가 거의 15000명을 넘는 숫자였기에 아직도 그 이야기는 크로노스 제국의 만행을 가만히 볼 수 없었던 신이 재앙을 내린 전설로만 알려졌는데, 사실은 그때 철 기마단이 마법결계진에 갇혀서 죽었다는 것은 그 이후에 그곳을 조사하던 마법사들에 의해서 확인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려진 마법진인데 아직 정확한 마법진도 결계도 보지는 못했지만 대마법사들의 추측으론 아까 보셨던 그런 마법진 일꺼라 추측만 할 뿐입니다. ”
“ 그래? 제국전쟁은 나도 잘 알고 있지. 우리 라우토니아 제국도 그때 카르니에르의 반지를 끼고 계셨던 황후마마만 계셨어도 크로노스 제국놈 들에게 그렇게 뼈아픈 침략을 당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보는군.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
“ 그것은 극비의 비밀로 된 내용이기에 본국에 계신 스승님과 폐하만이 알고 계신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그 마법진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제 현실로 나타났으니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지요. 그리고 한 사람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여러사람이 연합해서 마법진을 그렇게 광범위하게 펼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종류의 마법결계진을 펼치려면 한 번에 동시에 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사람이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11써클 이상의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드래곤이라든가 아니면 정말 대단한 마법사이던가 둘 중의 하나이겠지요. 단지 그렇게 추측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린이라는 소년이 가진 카르니에르 반지를 다시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
“ 그럼 혹시 그 린이라는 소년이 드래곤이 아닐까? 아님 그때의 그 마법사의 후인 이라던가. ”
“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 상대방의 능력으로 봤을 때 결코 간단한 방법으로는 반지를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드래곤이라면 더더욱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
“ 그렇겠지. 만약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우린 정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테니까 말이야. ”
“ 그렇습니다. 드래곤이라면 생각을 다시 해 봐야 합니다. ”
“ 흠...... ”
숲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때, 또 다른 한 곳에서는 다른 일행들이 린의 숙소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야행복을 착용한 사람들이었는데, 아까보다 더욱 인원이 많았다. 20명정도 되어 보였는데, 이들의 몸놀림 역시 전의 사람들 보다 전혀 뒤처지지는 않은 그런 몸놀림이었다.
“ 이곳입니다. 1호의 말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대장님 ”
“ 실력이 대단해 봤자겠지. 뭐 별거 있나? 우리 같은 기사단이 이런 일로 시간을 오래 끈다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바로 들어가서 신속하게 처리하고 철수한다. ”
“ 네. 알겠습니다. ”
“ 준비 됐으면 들어가자. ”
빠른 몸놀림으로 3층으로 날아가며 가볍게 착지한 인영들이 자신들의 병기를 꺼내들고 창문을 가볍게 열고 10명정도가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는 밖에서 망을 보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어갔다가 나와도 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도 없고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이상함을 느낀 대장으로 보이는 인영이 몇 명의 인영을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손짓했다. 창문에 서 있던 5명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안으로 들어간 그들마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참다 못해 대장이 직접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대장의 눈앞은 순간 나타난 절벽의 전경에 커져버렸다. 자신은 분명히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 마자 눈앞에는 깍아내리는 듯 한 천길 낭떠러지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발 아래를 바라봐도 절벽위요, 주위를 둘러보아도 자신의 부하들은 없고 자신만이 홀로 절벽위에 서 있을 뿐이었다. 환상인지 안면 자신이 이곳으로 공간이동이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인영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봐도 갈 곳이 없는 허허벌판이니 어디로 갈 수가 없었다. 이런 희귀한 일이 발생되다니....
린은 방안에 들어 온 사람들을 쳐다보며 도대체 이들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좀 전에도 느닷없이 검은색 복장을 하고 검은색 두건을 쓴 놈들이 창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두리번 거리다 나가더니, 이번에는 그 보다 훨씬 많은 놈들이 들어와서는 이리뛰고, 저리 구리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계진에 빠져 나올 줄을 모르고 헤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놈들이 도대체 누군데 자신이 잠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서는 이러는 건지...........
자신은 지금 변해있는 모습에다가 아무런 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감탱이가 자신에게 마법을 걸고나서 가르쳐 준 이 마법결계진으로 린은 아무런 침범없이 무탈할 수 있었다. 감각이 예민한 동물들 마저도 이 마법진에서는 생로를 못 찾고 헤메다가 죽는 것이 다였다. 결코 살아있는 생명체가 빠져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결계진이었던 것이다.
“ 도대체 저 놈들은 뭐하는 놈들이지?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이 한 밤중에 저런걸 뒤집어 쓰고 나타나서는 저러는 것인지...흠.... 난 아는 사람도 없는데... ”
침대위에서 고민하고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에서 어떻게 낮의 그런 괴물같은 모습을 상상이라도 하겠는가.......린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약간은 귀찮은 듯 고개를 양쪽으로 새차게 흔들더니 바로 침대로 누워 버렸다.
“ 뭐 어떻게 되겠지. 저놈들도 내일 아침이면 어떤 놈들인지 확인하면 되니까 잠이나 자야겠다. ”
린은 아무 거리낌없이 잠들어 버렸다. 이랬건 저랬건 어쨌든 주위는 조용하니 잠드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 린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조용히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눈부신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 들어와 린의 잠을 깨우고 있었다. 살며시 떠진 눈에 어제밤에 들어와서 아직까지 헤메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 대부분이 머리에 뒤집어 쓴 두건을 벗어 던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제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심지어는 지쳐서 바닥에 그냥 뻗어 누워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린의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번지며 특유의 장난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 놈들을 어떻게 처리한다(?) 잠시의 고민이 있은 후 린은 생각이 결정이 되었는지 벌떡 일어서며 문으로 달려갔다. 문의 소잡이를 힘차게 돌리며 문을 열어제치고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 도둑이야! 도둑이야! ”
린의 목소리는 온 숙소에 울려퍼졌고, 그 소리를 들은 경비병과 옆방에서 잠들어 있던 크루터가 린의 방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느 정도 다가와 자신의 방에 도착할 때쯤 되어 린은 마법진의 결계를 해제해 버렸다. 마법진이 해제되어 버리자, 지금껏 그 안에서 갇혀 있던 사람들은 순간 밝아진 조명과 주위 환경에 엉거주춤한 모양새가 되었다.
“ 앗 ! 아침이다. 이곳이 어디지 ? ”
“ 모두들 피해라. ”
“이런.. 주위가 이렇게 밝았다니.... ”
그리고 방안으로 들어서며 자신들에게 칼을 꺼내들며 덤벼드는 경비병과 기사들에게 무차별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몇 명의 인원들은 자신의 병기로 약간은 정신을 잃은 듯 어정쩡하게 대처하며 저항했지만 대부분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 침입자다. 모두 잡아라. ”
챙 챙
“ 윽 ”
“ 허억.. ”
“ 빨리 철수해라. 이럴수가..... ”
자신들의 부하들이 아무 저항없이 죽어가자 자신을 향해서 오는 경비병의 칼을 피하며 창문으로 도망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서 정신을 차린 복면인들이 자신들에게 덤벼오는 병사들을 정신없이 따돌리며 창문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 놈들이 창문으로 도망간다. 어서 상부에 알려라. ”
“ 놈들을 놓치지 마라. ”
삑 삑 소리가 울리며 여기 저기서 병사들이 나타나며 복면인들을 쫓기 시작했다.
“ 린님 어디계십니까? ”
조금 늦게 방안으로 들어 온 크루터는 자신의 앞에 있던 복면인을 베어 버리고서 린의 모습을 찾았다.
“ 나 여기있어 ! ”
침대위에서 반 쯤 감긴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는 린의 모습에서 크루터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린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 린님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곳은 없으십니까 ? ”
“ 어! 난 괜찮아. 근데 무슨일이야? ”
크루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 괴물같은 소년이 그럴 리가 없는데 ‘ 분명 린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하며 의심을 해 보았지만, 너무나도 태연하게 물어보는 이 순진하게 생긴 소년의 말을 크루터는 조금의 의심이 생겼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어야지.......
“ 안 다치셨으니 다행입니다. ”
“ 저 놈들은 도대체 누구야? ”
“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한 번 알아봐야 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는 사이 방안으로 파스칼 백작과 리나, 마르첼, 알렉스등이 들어왔다. 파스칼 백작은 방안에 사정을 한 번 둘러본 후에 린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 위대하신 분께서 무슨 일은 없으셨는지요? ”
“ 아무 일도 없었어. 단지 잠자고 일어났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생겨서 그렇지.... ”
“ 죄송합니다. 경비가 소홀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 아~ 뭘.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건 그렇고 저 놈들은 어떤 놈들이지? ”
“ 네. 저도 지금 막 와서 자세히 한 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파스칼 백작은 바닥에 죽어있는 복면인의 복면을 벗기며 얼굴을 살펴 보았다. 평범한 얼굴의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것을 빼고는 몸에는 단서가 될 만한 아무런 증거품도 없었고, 오직 잘 만들어진 검만이 유일한 소지품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그런 평범한 검은 아니었고, 어느 기사단의 기사정도는 되야 소지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검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내력을 알 수 가없었다. 다른 복면인도 똑같이 검을 빼고는 아무런 휴대품이 없었다. 그런 것으로 봐서는 상당한 훈련을 받은 자객같아 보였다. 파스칼 백작은 병사들에게 시체를 치우라고 명한 뒤 다시 한번 린에게 사과를 했다.
“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이들의 소지품이나 얼굴만 가지고는 어떤 놈들인지 분간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철저히 조사해서 반드시 밝혀내고 말테니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
“ 뭐. 그렇게 기분나쁜 것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아침은 안 먹나? 나 지금 배고픈데...... 자 뭐해? 빨리 식당으로 가자. 오늘 아침은 뭐지? 어제 저녁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프네.... ”
그렇게 말하는 린의 모습에 모두의 머릿속에는 ‘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 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 올랐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무슨 밥이 생각나는지...... 하여간 이상한 괴물같은 놈이라고 모두는 생각하며 방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파스칼 백작은 약간은 혼란스러웠지만 드래곤의 성격으로 미루어 귀찮은 것을 싫어하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병사들에게 이것 저것을 지시하고는 자신도 그들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한편 창문으로 도망쳤던 복면인들은 쟈렌 성 안 한 여관 지하방에 모여 있었다. 이 여관은 아마도 복면인들의 은신처로 쓰여지는 장소인 듯 했다. 여러 국가들이 서로의 수도와 수도 인근에 있는 요소요소에 이렇게 은신처와 첩보를 할 수 있는 첩자들을 심어놓아 서로를 견재하며 소리없는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저녁에 침투했던 인원에 비해서 그 수가 반으로 줄어들어 착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대장인 듯 한 인영이 피로에 지친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옆에 있는 부관에게 물었다.
“ 흠.....지금 모인 인원이 다 인가? ”
“ 네. 대장님. 모두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장소가 이곳이니..... 지금 모인 인원이 그 곳에서 살아남은 인원이 맞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죽어버린 것 같습니다. ”
“ 이럴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그건 그렇고 통신을 담당한 퓨르니엔이 안보이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니 이걸 어쩐다. 본 국에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혹시 누가 퓨르니엔을 보지 못했나? ”
“ 대장님! 13호입니다. 제가 마지막에 목표지점에서 빠져나올 때 그의 시신을 봤습니다. 전사한 것이 확실합니다. 본국에는 전령을 보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다른 방법도 없으니 말입니다. ”
“ 그래? 퓨르니엔이 전사했다고?...... 허 ~....... 하지만 그건 그렇고 본국에 연락하는 것은 전령을 보내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군. 다른 마법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용병중에서 마법사를 찾아보도록. 혹시 모르니 가까운 곳에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한 두 명은 가까운 수도 크론으로 보내서 마법길드도 알아보라고 하도록. 수도엔 그래도 마법사가 많이 있을테니까 말이야. 또, 한가지 수도에 가면 수도에 있는 접선지에도 가서 본 국에 연락을 취해 보도록. 그 곳에 있는 지부장에게는 이곳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지시를 받아서 이곳으로 신속히 돌아오도록. 알겠나? ”
“ 네. 알겠습니다. ”
대답과 동시에 모두의 모습이 방에서 하나 둘씩 사라졌다. 모두의 모습이 사라진 후 혼자 남겨진 대장의 모습은 아직도 지난밤의 악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듯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채 앉아 있었다. 아직도 어젯밤의 일이 이해가 안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