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이맘때쯤이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의 이야기입니다.
때는 밀레니엄이니 시드니 올림픽이니 하면서 떠들썩했던 2000년 이었습니다.
그때 제나이 18살 고2였습니다.
학생때는 참 피해야 할 질병이랄까 그런것들이 많았습니다.
풍진,볼걸이,아폴로 눈병이니 거기에 호환마마 보다 더 무섭다는 홍역...
위에서 언급한것들에 걸리면 공식적으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치료 목적으로 집에서 휴~~가![]()
그 당시엔 참 부러웠습니다.
공부는 흥미가 없는데 학교는 나와야 되고 수업 째는건 좋지만 뒤끝이 좋질않고...
그래서 홍역 같은거나 걸렸으면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절대 피해가더군요 ㅡㅡ땀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집에서 같이 놀고 내방에서 자고 갔던 친구가
오늘은 홍역이라고 학교를 오질 않아도 저는 옮지도 않더군요 전염성이 있다던데 OTL![]()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같은 수업시간..아마 오전이었을 겁니다.
책상에 앉아 공식적으로 학교를 째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샤프를 들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그 샤프를 팔에 톡톡 쳤습니다.
조금 지나니까 샤프로 때린 그 부분이 붉은 반점처럼 변하더군요.
제 피부가 원래 살짝 긁히기만 해도 벌겋게 변하는 체질입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한마디 "이거다"![]()
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홍역"에 걸리면 몸에 붉은 반점 같은것이 난다는건 어디서 주워들었습니다.
샤프로 팔부터 시작해서 목주위,상반신을 다 쿡쿡 찔렀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등판에도 찔렀습니다.
예상대로 조금 지나니 붉은 반점틱하게 변하더군요 ㅋㅋㅋ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말 그렇게 보인다더군요.
친구에게 홍역이라 말하고 집에 갈꺼다 했습니다.
친구 안될것이라 하더군요.
하지만 정말 홍역으로 넘어갈 자신도 있었고 하지 못한다 하면 더 하고 싶으니까 우격다짐으로라도
교무실에 갔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아픈듯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 홍역 같은데요"
담임:"그래 빨리 양호실로 가봐"
1차 관문 패스~~
양호실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양호 선생님은 담임이랑은 틀리더군요.
제 팔,목,배,등 까지 보시더군요 하지만 완벽한 준비로 넘어가리라 믿었습니다.
양호 선생님:"홍역 같네"
2차 관문 패스~~
이제 남은건 단골 겜방가서 노는것 오예~~
하지만 학교를 너무 만만하게 본것이더군요.
양호선생님:"보건소 가서 진단서 끊어와 그래야지 결석 처리안된다"
보....건...소 OTL![]()
학교에서만 넘어가면 된다 생각했는데 보건소라니...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일단 간다 말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학교는 몰라도 보건소는 정말 속일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나??머리를 굴리며 보건소로 향하는데 교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교감 선생님:"어디가냐 이 시간에 수업 안하고"
나:"홍역인거 같아서 보건소 가는중입니다"
아픈척하며 말하니 그냥 가시더군요.
보건소에 도착했습니다.두~~둥
다시 학교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어쩌면 넘어 갈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보건소는 담임 선생님 보다 더 양호 선생님 보다 더 예리하더군요.
붉은 반점을 다 살펴보시더니 입 안을 봐야된다고 아~~해라 하더군요.
이젠 걸렸겠구나 싶은 생각에 실망이 컸습니다.
집에서 즐기는 1주일간의 공식 휴가는 물 건너갔구나 생각하는데...
보건소 진료사님:"홍역 맞네요"
이런~~스무스하게 3차 관문도 패스!!![]()
홍역임을 확인해주는 진단서를 팔랑팔랑 들고 학교로 다시 뛰어갔습니다.
결국 홍역 판정으로 집에 가라하더군요 ㅎㅎㅎ
오예~~짐 싸들고 집에 간다 말하고 학교를 나서니 친구들이 부러워하더군요.
곧장 단골 피씨방에 가서 친구들 마칠때까지 놀다가 친구들 보고 집에 갔습니다.
부모님께도 당연히 아픈척하며 홍역이라 말했습니다.
4차 관문 패스~~
다음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전혀 즐겁지 않더군요.
학교에 가질 않으니 학교에서 애들이 뭐하고 놀까 궁금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하지만 어쨋든 1주일은 집에서 휴가로 때워야되니 할 수 없다 싶었습니다.
아픈척할려면 정말 피곤해야겠지 싶어 푸샷도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한통
나:"여보세요?"
의문의 남자:"거기 xxx 학생집 맞습니까?"
나:"예 맞는데요"
담임 선생님:"xxx 너 지금 당장 학교로와"
담임선생님의 뭔가 버~~럭 한듯한 목소리![]()
긴장된 마음으로 학교로 갔습니다.
교무실로 가니 상기된 얼굴의 담임 선생님이 양호실로 가라더군요.
갔습니다.
이게 웬일??
양호실에 가니 양호선생님께 종아리 맞는 애부터 반성문 쓰는 애들 등등
한 10명은 족히 넘더군요.
뭔가 잘못됐구나.![]()
양호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군요.
양호 선생님:"너 홍역 맞아??"
나"예"
양호 선생님:"진짜 홍역 맞아??"
나:"(더 단호하게) 예"
일단은 객기부리며 퉁겼습니다.
그러자 날아오는 양호 선생님의 일침.
양호 선생님:"피 검사하면 다 알 수 있어.지금 검사할까??"
두~~둥 무너지며 바로 선생님께 싹싹 빌었습니다.
종아리 불나게 맞았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더군요.
제가 샤프를 이용해 가짜 홍역으로 꾸미고 집에 갔다는게 소문이 퍼져서
너도 나도 따라했다더군요![]()
그러니 이틀 사이에 홍역 환자 폭주~~
그까진 좋은데 한 얘가 걸렸다더군요.
가짜 홍역의 포인트는 "샤프"인데 "모나미" 볼펜으로 찍었다더군요 ㅎㅎㅎ
물론 심은 누르지 않았겠지만 어쩌다보니 살에 검은 볼펜 잉크가 찍혔었나 봅니다 ㅎㅎㅎ
그래서 가짜 홍역사건은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교감 선생님은 학교와 보건소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정학을 먹여야된다 하고
담임 선생님도 옆에서 거들고 OTL
하지만 양호 선생님의 중재로 겨우 정학은 면했습니다.
대신 매일 양호실에 가서 예절 교육 받고 했지만 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교때 일으킨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일이네요.
그때 양호 선생님께 참 고마운 마음을 느꼈지만 시간이 이만큼 지나도록 한번 찾아뵙지 못했네요.
"선생님 이제는 나이도 먹고 조금은 어른스러워졌습니다.이제 남들 속이지 않고 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