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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 대도(大刀)를 가진 마스터

jjangga74 |2003.01.20 14:39
조회 424 |추천 0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과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굵은 빗줄기를 더욱 거세게 내리게 하고 있는 아르키나 산맥에 위치한 컬크마을. 모든 것이 부서지고 불타버린 그 곳에 키와 덩치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큰 한 사람이 거대한 도를 들고 나타났다.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고 있건만, 그 사람의 몸에는 어떠한 실드(SHIELD)  라도 있는 듯 내리는 빗방울이 몸에 닿기도 전에 모조리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어두운 주위 때문에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을 한 쪽에 마련된 컬크들의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가 들고 있던 거대한 도를 한 번씩 내리칠때마다 땅과 무덤이 하나씩 갈라지며 컬크의 시체가 땅속에서 땅위로 솟아 오르고 있었다. 컬크의 무게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솟아 올라온 시체를 하나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시체를 살피던 그는 주위가 조금 어두웠던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자신의 품속에 손을 집어 넣고는 하나의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었다. 평범한 디자인의 상자였지만 꽤 오래된 것 같은 물건이었다. 그가 상자를 열자 상자안에서 눈부신 밝은 빛이 나오더니 주위를 온통 환하게 밝혔고, 빛이 미치는 곳에는 빗방울이 튕겨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되었다. 상자안에는 빛을 발산하는 육각형 모양의 투명한 보석이 들어있었는데, 아마도 이 보석으로 인해서 빗방울이 튕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주위가 밝아지자 그는 컬크들의 시체를 하나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밝아진 시야로 인해서 그의 얼굴이나 신체도 확연히 나타났는데, 황금색의 긴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뒤로 묶은 40대 후반의 건장한 사내모습이었다. 얼굴은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느낌이었고 왼쪽 뺨에는 길게 검상이 나있었다. 우람한 체격은 그가 많은 수련을 쌓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가 들고 있는 도(刀) 역시 결코 평범하게 생긴 물건은 아니었다. 시체를 살피던 그의 표정은 이상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대고 있었다.


“ 흠... 이상하군. 분명 이곳으로 이동한 것이 확실한데 아무런 흔적이 없으니. 혹시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도대체가 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군. ”


그렇게 시체를 살피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숲속에서 누군가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결코 자신이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 거대한 마나가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주는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일어서며 자신의 도를 살며시 고쳐 잡았다. 저벅거리며 숲속에서 나오는 인물은 어둠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외소한 체격에 잘생긴 외모를 소유한 엘프였다. 그 엘프 역시 빗방울이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허리에는 얇은 샤벨(shabel)을 차고 있었는데 검을 사용한다고 하기 보다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엘프에게서 풍기는 중압감은 도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형태로 그를 조여오고 있었다. 이윽고 그를 본 엘프는 주위를 한 번 돌아본 후 이곳에 그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한 듯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


“ 넌 누구냐? 이곳에 있는 컬크들은 모두 어디로 갔지? ”


“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


“ 허~ 요즘은 정말 황당한 일이 많이 생기는군. ”


그러면서 엘프는 상대의 주위에 널려있는 컬크들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것을 본 후의 얼굴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지며 상대를 강렬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 너의 짓이냐? ”


“ 아니오. 내가 한 일이 아니오. 상황을 보면 알 것이 아니겠소 ? 그건 그렇고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   


“ 나? 그래 좋아. 난 숲의 안쪽에 있는 호수가에 살고 있는  메넬리우스라고 한다. 넌 누구냐? ”


메넬리우스. 상대는 바로 얼마전에 린에게 호되게 당한 그 브론즈 드래곤이었다. 그런데 엘프의 모습이라면 폴리모프한 상태로 나타난 것인가(?)


“ 난 발렌시아라고 하오. 누구를 찾으러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 왔을 때 상황이 이렇게 되어 있어서  확인을 하는 것 뿐이요. 다른 오해는 하지 마시오. ”


그런 발렌시아의 말을 듣고 난 메넬리우스는 상대가 지금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에도 아무런 해도 없이 말짱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상자에서 나오는 빛과 그 빛을 발산하는 보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보석을 발견한 메넬리우스는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 호~ 놀랍군. 호비트가 샤이텔론(shaitelon)을 가지고 있다니. ”


발렌시아는 상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샤이텔론을 알아보는데 깜짝 놀랐다. 샤이텔론은 세상에 몇 개 없는 진귀한 물건이었다. 강렬한 빛을 발산해서 주위를 환하게 비추어주는 그런 효능도 있지만 더 큰 효능은 물의 침범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샤이텔론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어떤 물의 침범도 받지 아니하고,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었다.  메넬리우스도 역시 상대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니..... 발렌시아도 자신을 호비트라고 표현하는 이 엘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순간 설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샤이텔론을 알아보는군요? 왠만해서는 이 물건의 이름을 모르는데, 당신의 정체가 도대체 뭡니까? ”


“ 그건 네가 말해야 되는게 아닌가? 이곳의 상황과 자신을 말이야. ”


“ 난 좀전에도 말했지만 이곳에는 무얼 찾으러 왔을뿐 다른 이유는 없소. ”


“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고 치고. 넌 몸에 상당한 마나를 가지고 있구나. 호비트가 이렇게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나(?)  흠.... 아! 그래. 넌 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마스터인가 뭔가 하는 그런 경지에 오른 호비트들이 너와 같은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들은적은 있는데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군. 맞나? 마스터라는 그런거? ”


“ 그렇소. 하지만 당신 역시 대단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당신은 하이엘프가 맞소? 내가 알기로는 하이엘프들이 그런 높은 경지에 오른다고 들었는데. ”


“ 엘프 따위가 나와 같은 고귀한 존재가 될 수는 없지. 그런 하찮은 종족의 이름을 나에게 붙이지 마라. 지금 모습은 단지 변해있는 모습일 뿐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다. ”


메넬리우스의 말을 듣는 순간 발렌시아는 자신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상대는 다름아닌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발렌시아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메넬리우스에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 죄송합니다. 존귀하신분을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메넬리우스님. ”


“ 호~ 그래도 호비트가 예의를 차릴줄은 아는거 보니 내가 누군지는 짐작을 했나보군. 그래 이곳에는 무슨일로 왔지? ”


“ 네! 그것은.....저.... ”


“ 왜? 말하기 곤란한 일인가? ”


“ 죄송합니다. 아직 확실치 않은 일이라서 확인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 무슨 일인데 그러지? ”


“ 그게..... 10년 전부터 이상한 능력을 가진 비밀스런 집단이 활동하는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파괴의 신인 아리만(ahriman)을 아십니까? ” 


“ 아리만이라면 알지. 악신계의 신들 중 가장 성격이 더럽고 지저분해서 많은 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신중 하나지. 그런데 그건 왜지? ”


“ 네. 제가 우연한 기회에 그 아리만 신을 숭배하는 집단을 발견해서 조사를 하고 알아낸 사실인데, 그들이 그 옛날 신들의 전쟁당시에 봉인되어 사라져버린 악신계의 최고신인 데블(devil)을 부활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 그들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이것저것을 조사했는데 최근 이곳으로 그들의 행적이 옮겨진 후 행방이 묘연해 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


“ 그래? 그것참 신기하군. 아리만을 숭배하는 놈들이라.... 그리고 데블을 부활시킨다고? ”


메넬리우스는 데블이라는 말에 약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귀찮다는 듯이 표정이 바뀌어버렸다. 그것을 본 발렌시아는 상대가 자신의 일 이외에는 어떤것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인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내고 재빨리 그에게 말했다.

 

“ 그렇습니다. 데블은 1000년 전 신들의 전쟁당시에 지혜의 신인 토트(thot)에게 봉인되어 사라져 버린 악신입니다. 세상에는 그것이 전설이라 전해졌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메넬리우스님은 드래곤이시라 그 전에 있었던 신들의 전쟁당시를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혹시 그 점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아시는 것이 계시면 저에게 조금만 알려주십시오. ”


“ 신들의 전쟁? 그거야 나도 알지. 하지만 내가 왜 그 이야기를 자네에게 해야 하지? 난 그런것에는 관심도 없어. ”


퉁명스런 상대의 대답에 발렌시아는 조금 아쉬었지만 곧이어 나오는 상대의 제의에 귀가 솔깃해졌다.


“ 하지만 내가 부탁한 일을 네가 도와준다면 나도 그때의 일들을 기억해 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내 제의가? ”


“ 무슨 일이십니까? 그 일이라는 것이? ”


“ 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고, 내가 한 놈을 찾고 있거든? 나이도 엄청 어린놈이고, 싸가지도 없는 그런 아주아주 못된 놈이지. ”


그렇게 말하며 메넬리우스는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는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한 마디 한 마디에 강조를 했다.


“ 어떤..... ”


“ 아~ 이곳 아르키나 산맥에서 살았던 상당히 건방진 성격을 가진 어린놈이지. 나이는 17~8세 정도 됐을거야. 얍삽하게 생긴외모에 키는 조금 크지. 실력이 조금 있지만 그렇게 센 편은 아니지. ”


그렇게 말하며 메넬리우스는 ‘ 센 ’에서 강하게 악센트를 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발렌시아는 상대가 그 소년에게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그 소년을 어디에서 찾으면 되는 것입니까? 이곳 아르키나 산맥 안에 있습니까? ”


“ 이곳에 있으면 내가 자네에게 부탁하지도 않지. 얼마전까지 이곳에 있는 컬크들과 함께 있었는데, 얼마전부터 없단말야. 내가 이곳 아르키나 산맥을 다 뒤져봐도 그 놈의 모습을 보지 못했어. 그러니까 어디로 도망간 것이 틀림없지. 그러니 내가 자네보고 찾아봐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아르키나 산맥에 있으면 내가 벌써 찾았지.  안그래?  ”


“ 네~  그럼 그 소년이 어디로 간 것도 모르는 것입니까? ”


“ 그렇지. 분명 멀리는 못 갔을 거야. 이 주변 어딘가에 있던가 아니면 가까운 나라로 갔던가. 크로노스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우니 내가 그곳으로 가서 찾아볼 생각인데, 자네는 다른 곳으로 가서 찾아보게. 그럼 내가 그때의 일들을 말해줄 용의가 있네. ”


“ 하지만 제가 지금 이 일로 조금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


“ 그래서 뭐? ”


자신이 부드러운 말로 제의를 했는데 상대방이 순순하게 대답을 안하자 메넬리우스는 눈에 힘을 주며 자신의 가진 힘을 과시하듯 내뿜었다. 발렌시아는 상대가 숨막힐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내뿜자 순간적으로 이 위기를 모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 알겠습니다. 그럼 메넬리우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 진작 그렇게 나와야지.  험... ”


발렌시아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자 메넬리우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대에게 다시 부드러운 말로 말을 하며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약간은 미안한 듯


“ 아~ 그리고 그때 신들의 전쟁당시 일이라면 뭐 크게 중요한 일이 될지는 몰라도 데블이 다시는 부활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멸했다는 말도 있었지. 그러니 그런 일일랑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나도 그 일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봐주도록 하지. 그럼 됐나? ”


“ 네.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신경을 써 주신다면야....... ”


“ 그럼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이걸 항상 가지고 다니게. ”


그러면서 메넬리우스는 자신의 품속에서 하나의 자그마한 수정을 여러개 엮어서 만든 팔찌를 꺼내어 주었다. 발렌시아가 받은 수정팔찌에 달린 수정은 정말로 크기가 작아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통신용 수정으로는 그 크기가 너무도 작았다.


“ 그건 내가 직접 만든 통신용 마법 수정팔찌지. 그 수정팔찌를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언제든 나와 연락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자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내가 알 수 있고 말이야. 그걸 팔에 차라. ”


“ 이걸 말입니까? ”


“ 그래 그걸 팔에다 차란 말이야. 어서! ”


상대가 다시한 번 큰 소리로 말하자, 발렌시아는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드래곤이니 만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자신도 세상에서는 이렇다할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경지에 이른 사람인데.... 또 미친척하고 지금 앞에 있는 이 드래곤과 맞짱도 뜰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발렌시아는 받아든 수정팔찌를 자신의 왼 손목에 찼다. 순간 팔찌에서 기이한 빛이 잠깐 비추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메넬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메넬리우스는 그런 그를 보며 살며시 웃으며


“ 아~ 뭐 이상한 것은 아니고, 내가 조금 마법을 더 주입해 놓았지. 그 팔찌는 한 번 팔목에 차면 내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팔찌를 풀 수 없지. 혹시 자네의 팔을 절단하면 몰라도....  ”


“ 그런.... ”


“ 그럼 난 간다. 삼일에 한 번씩은 꼭 연락을 해라. 알았지? ”


발렌시아는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상대의 올가미에 완벽하게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절망하는 표정을 지으는 발렌시아를 뒤로하며 메넬리우스는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숲속으로 사라지는 메넬리우스를 바라보는 발렌시아의 마음속으로 메넬리우스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 이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에스프(esp)라고 한다. 난 너에게 이런 방법으로 말을 할 수 있으니까 너도 나에게 말을 하고 싶거나 날 부를때는 내 생각을 잠시만 하면 된다. ’


귓가를 윙윙거리며 들리는 말에 신기함이 있었지만 자신도 얼마전에 이런 능력을 깨닫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때는 정확한 느낌을 몰라서 어떤것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이런 것이라 생각하자 자신의 능력도 결코 저 드래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마법을 잘 사용하니 자신이 이기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니 일단은 저 드래곤의 말을 들어줘야 할 판이었다. 발렌시아는 파 놓은 무덤들을 다시 원위치 시키고 자신도 그 곳을 떠났다. 발렌시아는 크로노스의 반대편에 있는 라우토니아를 향해서 발길을 돌렸다. 발렌시아가 그 곳을 떠나자 그 곳에 하나의 검은 인영이 땅속에서 솟아오르며 나타났다가 다시 땅속으로 사라졌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먹구름은 더욱더 짙어지며 천둥을 동반한 번개마저 내리치고 있었다.

컬크마을의 뒤쪽에 위치한 신전

거의 모든 외형부분이 부서진 가운데 형태만이 간간히 보일 뿐 신전이라 볼 수도 없는 폐허였다. 그런데 그 폐허로 한 인영이 소리없이 날아왔다. 주위를 살피던 그 인영은 폐허가 된 신전으로 향하더니 부서진 돌무더기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입구도 없는데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신전 안

안으로 들어 온 인영은 좁은 돌로 된 통로를 따라 가고 있었다. 안에는 어두움을 밝혀주는 횃불이 통로 양쪽으로 위치해 있었고, 통로 벽에는 기이한 문장과 그림들이 가득차 있었다. 한참은 들어가자 양갈래 길이 나왔는데, 그 인영은 오른쪽으로 난 길로 향했다. 조금을 더 들어가자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정말 엄청나게 큰 공터였다. 아마도 지하로 향하게 만든 통로로 인해서 이렇게 커다란 공터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공터 중앙에는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아마도 생명의 신 포키스니르(phokisnir)를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 공터는 컬크들의 신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공터 안에는 그런 생명의 기운과는 정 반대의 죽음을 상징하는 사악함이 가득차 있었다. 동상 양쪽으로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인물들이 시클(Sickle) -< 사신(死神)이 들고 다니는 낫. 손잡이가 길고 끝부분이 낫모양으로 된 무기. >을 들고 서 있었고, 그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검은색으로 된 관이 놓여 있었고, 그 관안에는 한 사람이 죽은듯이 누워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짧고 단정하게 기른 모습과 눈썹이 짙고 입술이 보라색으로 된  사악한 모습을 한 인물이었다. 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의 모습이었고, 가슴부분에는 상처를 입은 듯 주먹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인영이 제단앞에 무릎꿇고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 위대하신 악마 아리만의 후계자이신 저의 주인님 샤롯님께 인사드립니다. ”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여자의 목소리였다. 순간 감았던 눈이 번쩍 떠지며 누워있던 샤롯이라 불렀던 인물이 천천히 일어섰다. 떠진 눈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몸에는 사악함으로 인해서 자욱한 안개같은 것이 그의 몸을 감쌌으며,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안광으로 인해서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나온 야차의 모습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나오던 안광은 금새 사라지고 평범한 눈동자로 바뀌어 꿇어 앉은 인영을 바라보며 닫혔던 보라색 띤 입을 열었다. 닫혔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한 음성이었다.


“ 크크크~ 그래 이곳까지 따라왔던 그 놈은 다른 곳으로 떠났느냐? ”


“ 네. 주인님! 조금 전에 이곳에 살고 있던 드래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라우토니아 쪽으로 떠났습니다. ”


“ 크~ 그래 그래. 잘 됐군. 요나! ”


“ 네! 주인님! ”


“ 지금 내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 대외적인 것은 네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헌데 포몰은 어떻게 할까요? ”


“ 크..... 이 안에는 포몰이 없었다. 그러니 그것의 행방을 찾는데 우선적으로 해야한다. 그나마 남아있던 허브마저도 이제 다 써버리고 없으니 콜록 콜록... 크.....으....... 빨리 찾아야 한다. 아니면 내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으윽... 망할 발렌시아 놈. 그 놈에게 이런 상처만 입지 않았어도 내가 이런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크....으.... ”


“ 주인님! 그 발렌시아라는 자는 대단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주인님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 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


“ 그 놈은 도에 미친자이며 동시에 선신계의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 놈이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도는 화염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봐서 태양의 신인 쏠라린(solalin)을 숭배하는 부족이 만든 것 같았다. 내 몸이 악마의 지체가 되지 않는 한 그놈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 너도 언젠가는 그 놈을 만나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무조건 피해라. 지금은 그놈과 상대할 시간도 없고, 넌 상대도 안되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크....윽..... 콜록....콜록.....으....... ”


“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놈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피하겠습니다. 그리고 포몰도 빨리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쉬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 크크크~ 그래. 너만 믿겠다. 아리만님이 현신 만 하시면 그 놈들은 모두 갈갈히 찢어 버릴 것이다. 크하하하하..........”


말을 마친 샤롯은 이내 관속으로 다시 누워버렸다. 두 눈은 다시 감아버렸고, 몸을 감싸고 있었던 자욱한 안개도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짙게 나오던 사악한 기운도 조금은 감소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신전안에는 사악함이 가득차 있었다. 샤롯이 잠든 것을 확인한 요나는 일어서서 뒤로 돌아서며 신전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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