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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행복할때>-2

네시사십오... |2006.06.23 14:44
조회 473 |추천 0

# 서울 중부 경찰서

차를 주차하고 막 건물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멀리서 민석이 어떤 고급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민석의 차는 아니였다.. 뚜렷하진 않지만.. 운전석의 여자가 눈에 보였다. 미인인것 같았다.

민석은 연희를 보자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어제 그 사건이냐? 난이도 8짜리?

민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같이 온거 보면 밤도 같이 보냈다는 뜻?

결국은 또 해결하고 말았구나..

민석이 자연스럽게 연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끝내주게 해결했지

-실제 사건이나 그렇게 좀 해결하지. 맨날 여자만.

-누가 아니래..근데 뭐 우리가 사건 해결하기 싫어서 안하는 거냐? 우리한테 그런 기회를 안주잖아..

-하긴..


# 경찰서안..수사과 ..

밤새 씨름을 했는지 피곤한 얼굴의 형사들과 피의자들로 경찰서안은 시끄러웠다. 소파에 누워 못다이룬 잠을 취하는 형사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한 공간안에 칸막이를 기준삼아 수사1반부터 5반까지 차례대로 나뉘어져 있었다. 민석과 연희는 자신들의 자리로 가기위해 공간을 쭉 가로질렀다. 도중에 과는 다르지만 오다가다 만난 동료 형사들이 아는 체를 한다.

-김형사.최형사 지금 출근해?

-어.. 조형사는 어제 밤샌거야?

-그렇지뭐.. 우리과에 살인사건 전담반 생겼잖아. 그것 때문에 요즘 3일째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 마누라 얼굴..얘들 얼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고생스럽겠다. 그럼 계속 수고해라...

대꾸 해주는 민석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딴과 형사들은 큰 사건을 맡느라 집에도 못들어갈정도로 눈코뜰새없이 바쁜데 자신은 안 그런 것에 대한 부끄러움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연희가 민석의 어깨를 툭 친다..

-하루이틀이냐...


#수사 5반

가장 끝 공간이 바로 수사5반사무실이다. 입구에서 가장 멀리떨어지고 공간도 가장 좁다. 그 공간에 꽉 차게 4개의 책상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딴과 형사들은 여기를 가리켜 일명 휴게실이라고 불렀다. 여기가 원래 형사들 휴게실이었던 자리여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건 여기에 출근하는 형사들이 하는 일없이 휴식만 취하다 간다고 비꼬는 말일 것이다. 연희와 민석이 입구에 들어서자 미리 와있던, 아니 아예 옆의 쇼파에서 잔듯이 보이는 만수가 반갑게 아는체를 했다.

-왔어들?

만수는 수사5반 우두머리..반장이다.

-또 여기서 주무신거에요? 왜 집나두고..

만수가 가치집진 머리를 침으로 대충 정리하면서 말했다.

-집에 가면 누가있냐.. 어짜피 다음날이면 또 여기 나올텐데..

-누가 보면 일 되게 열심히 하는 줄 알겠어요.

연희가 커피를 뽑으려 동전을 빼내면서 말했다.

-향순선배는요? 아직 안왔어요?

-어 오늘 좀 늦는대. 얘들 학부모회의가 있어서..

나 아직 밥 안 먹는데.. 우리 밥먹으러 갈래?

-그러죠.뭐

민석이 선뜻 나섰다. 민석, 연희, 만수 다들 혼자사는지라.. 예전부터 아침에 출근해 함께 아침밥을 먹는 일이 자주 있었다.

-연희야 가자..

자판기로 향하려는 연희를 민석이 불러세웠다.

-나 밥먹었는데..

-어? 왠일이야..너 해 먹는 거 귀찮다고 아침밥 안 먹었었잖아.

-오늘부터 먹기로 했어. 누가 차려줘서..

아무래도 매일 먹게 될 거같아..

연희는 유민이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말이야?

누가 차려주다니.. 갑자기 우렁이 각시라도 생긴거야?

장난스런 말투로 민석이 물었다.

-에이 무슨 우렁이 각시냐..아침 도시락 배달해 먹나부다. 요즘 그런거 많잖아...아침마다 배달해 주는거..그럼 우리끼리 가자구.

만수가 민석을 잡아끌었다.


-우렁이 각시라..

연희는 왠지 민석의 표현이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유민은 연희에게 우렁이각시와 같았다.

유민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 첫만남 이후 일주일 뒤였다.

그 아이는 다짜고짜 만나자고 했다. 할말이 있다면서..

일주일동안 은연중에 그가 연락해오길 기다렸던 것일까..

연희도 선뜻 승낙했다.

-왜 마음이 바뀌었냐?

고소할 마음이 생긴거야?

-네..

당신을 고소하겠어요.

-뭐?

-내가 다 찾아봤어요. 경찰과 형사는 같은 직업이에요.. 그러므로 직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않은 당신을 고소하겠다구요..

연희는 어이가 없었다.

-고소해.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다급해진 눈으로 유민이 말했다.

-내 부탁들어주면 고소하지 않겠어요.

-그냥 고소해.

연희는 나갈려고 했다. 갑자기 유민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 갈데가 없어요. 나 좀 잠시 데리고 있어 줄래요?

부탁이에요

연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민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계속 탁자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 아빠는 없었구요. 엄마는 일년전쯤에 미국으로 시집갔어요. 그리고 줄곧 엄마가 부쳐주는 돈으로 일년동안 혼자 생활에 왔구요. 근데 갑자기 집주인이 나가래요. 계약기간 다 됏다고 방을 빼달래요.

어디 갈데도 없는데..

-친척은..

-없어요..엄마도 고아였대요..

제가 왜 이런 부탁을 당신한테 하는지 궁금하겠죠..

연희는 뜨끔했다. 방금 그 질문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곁에 있고싶어요..

-뭐라구??

갑자기 아까의 그 침울했던 분위가 일시에 깨졌다.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유치곤 너무 쌩뚱맞은 거아니야?

갑자기 왠 사랑?

-사실 첫눈에 반했었어요. 당신한테..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구요.

-거짓말..너 그때 나 제대로 보기나 했었냐..맞느라 정신없었으면서..

-아니에요. 분명히 봤어요. 당신 잘가다가 갑자기 발을 헛디뎌 생수를 떨어뜨렸잖아요.

‘제대로 보긴 봤군..

연희는 속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너랑 같이 사냐.

-저 청소도 잘해요. 요리도 잘하구요.. 비록 생활비는 못낼지라도 데리고 있으면 절대 손해나진 않을거에요..

연희는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야 햇다.

-우리집 방도 없어..

-거짓말..내가 다 알아봤어요..당신 신나라 아파트 32평짜리에 살잖아요. 큰방도 두 개나 있고.

-어떻게 그걸..너 나 스토킹 했냐..

-스토킹이라고 까진 아니구..집주소 물어봐서 한번 찾아간 적은 있어요.
이건 거기 아주머니한테 들은 이야기구요..

연희는 입이 딱 벌어져 뭐라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안돼.!!

단호히 말하고 벌떡 일어났다.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나 당신 사랑해요..나 당신 사랑한다구요..

어떻게 이럴수 있어요? 내 마음 흔들어 놓고 이제와서 이러기에요?

유민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옆의 사람들이 일제히 연희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수군댔다.

-어머..뭐야...원조교젠가봐..

나이많은 여자가 순진한 애 갖고 놀다가 버린건가봐..

근데..나이차이가 나도 너무 나 보인다..남자애는 고작 고등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조용히 말했겠지만 이미 연희의 귓가에 생생히 들려와 박혔다.

난감해 하는 연희는 아랑곳 하지도 않은채

유민은 죽을힘을 다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당신 이러고 가면 나 죽어버릴거에요..정말이에요..

엄마한테까지 버림받았는데...사랑하는 사람한테까자 버림받으면 나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

결심이 선듯 굳은 표정의 연희가 유민의 앞에 멈춰섯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

-언제 들어올껀데..

언제그랬냐는듯 울음을 그치고 유민이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당장이요.

-한가지 분명히 해둘건..난 너의 보호자로서 널 데리고 있는거야..

연희는 차마 사랑 이런말을 꺼내기가 그랬다.

솔직히 유민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너와 나 사인 이모와 조카사이 이런거라구..알겠니? 내가 무슨말 하는지?

-그냥 누나와 동생사이라고 하죠..이모는 좀 심했고요..

훗 하고 웃으며 연희가 말했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니가 했던말 지켜라..청소랑 요리랑 빨래등등 모든 집안일은 니가 하는 거야..알겠지?

-하하..걱정마세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그때 내생각이 틀리지 않았어요. 당신은 역시 내 희망이 맞았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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