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겨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다

바다와 술잔 |2003.01.25 00:27
조회 267 |추천 0

산마을에 어둠이 깔리면 전등불만 외롭게새어나와서 밤을 밝힌다.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세상이 다름아닌 설국이다.

 

이같이 웅장한 겨울 카드가 없다.

 

자연이 캔버스되어 그려내는 하얀 설국의 그림이다. 어찌 찬탄하지 않으리 .

 

간혹 눈 쌓인 무게에 눌려 솔가지 뿌러지는 소리가 산골의 정적을 깬다.

 

가슴이 하얗게 시리도록 눈밭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내 뒤를 따라오는 발자국만 새롯한 동무되어 나는 순수로 돌아간다.

 

밤은 밝다.

 

눈빛에 반사된 여운의 빛이 눈 내린 밤을 광휘롭게 밝힌다.

 

밤새 분간없이 내린 눈은 산골마을 마실 길을 다 끊어 놓을 것이다.

 

눈은 세상일 만큼 쌓이고 이따끔 사람들은 누가 왔나, 문밖을 살필 것이다.

 

눈 참 오라지게 온다.

 

 

기차를 타고 싶다.

 

설국의 모든 풍경 함께 실어 반의 반나절만 달려가

 

아무 곳 눈 쌓인 간이역에 그냥 내리고 싶다.

 

그곳이 강변에 있는 역이라면 청량한 강바람을 맞고

 

강물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마음 적시고

 

그곳이 바닷가라면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시름을 씻고

 

갈매기 울음소리에 청아한 정기를 마시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어울리어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형형색색의 세상이야기를 토해 내며

 

울긋불긋 비린 이야기도 깔깔거리며 맞장구치고

 

둥지를 떠나온 여정의 공감에 웃기도 하고 슬피 젖어보기도 하고.......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아무도 없이 거추장스러움 없이 혼자서 기차를 타고

 

겨울의 인연을 만나고 싶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느릿느릿 숨 토하며 산길 가파르게 매달리어 가는 완행열차를 타면 더욱 좋겠

 

다.

 

파릇파릇 마음속에 새싹을 틔우고 오는 마음을 그리며

 

나이도 젊음도 다 도둑맞기 전에

 

반의 반나절만 겨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다.

 

               바다와 술잔

 

 

작업창에서 보기를 클릭 하신 후 전채 화면 선택 하십시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