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세상속에서 사랑한다. -5

정현옥 |2006.04.06 23:58
조회 23 |추천 0

5

 

 경찰서 안의 2주일은 마치 20년 같은 시간이었다.

 초 3월의 아직은 찬 기운이 윤수의 코끝에 매달려 봄의 재촉을 시기하고 있었다. 경찰서를 나서자 유진과 일수가 마치 큰 죄를 짓고 출감하는 죄수를 대하 듯 두부 한 모를 들고 서있었다.

 "고생했어요."

 유진은 두부를 윤수 입가로 디밀며 한입 베어물기를 기다렸다. 윤수는 유진의 얼굴을 보며 한입 크게 물었다. 일수도 윤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그간의 고생을 털어내고 있었다.

 "일수형 회사는?"

 "야! 나도 그만뒀다. 네가 없는데 무슨 재미로 내가 거기에 다니니. 내 걱정은 하지말아라."

 일수는 겸연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가 자신의 탓이라며 미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리 뭐 좀 먹어야죠."

 유진은 윤수와 일수를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다며 두 사람을 이끌었다. 약 50미터 쯤 걸어가자 길가에 칼국수전문점이라고 쓰여진 큰 간판이 나타났다. 문앞에 도착하자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어서오세요." 라며 약간은 들뜨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마치 세탁소나 찹쌀떡장수 같은 오래도록 연습해서 만들어진 듯한 목소리였다.

문앞에 신발을 벗어두고 식당마루로 올라서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지가 구멍난 털장갑을 낀 아르바이트생이 쏜살같이 바구니에 신발을 담아 정돈하고는 사라졌다. 모두들 충분히 준비된 모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손님이 많네요. 식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인데도 손님이 거의 꽉차있는게 음식이 정말 맛있나 봐요."

 일수가 부러운듯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나도 퇴직금으로 이런 식당사업이나 한번 해볼까 했는데 유진씨가 제 마음을 어떻게 알고서 이곳으로 왔네요."

 "샤브 샤브 칼국수 3인분 주세요."

 유진이 주문을 한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대화의 시작을 알리지 못한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잠시후 음식을 가져온 아주머니의 "칼국수 나왔습니다." 하는 다소긋한  음성이 세사람의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은 모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때맞추어 나온 칼국수를 묵묵히 먹어치우며 무슨 말을 해야할 까를 고민하는 빛이 역력한 세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고 생뚱맞아 보였다. 일수가 냄비 바닥을 박박 긁으며 어색한 시간을 연장하려 할 때  윤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합의는 어떻게 한거야. 또 회사 로스분에 대한 처리는?"

 윤수는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막혀있던 가장 어려운 부분을 먼저 건드리며 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회사 손실에 대한 금액은 윤수 너의 퇴직금으로 처리됐다."

 유진이 대답하기 곤란해 하는 틈을 타 일수가 선수를 치고 있었다.

 "또 합의금은...."

 일수는 본인 스스록 말하기기 까다롭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으며 잠시 말을 멈추고 있었다.

 "그건 일수씨가 아는 분이 전세집이 나간 후 갚으라며 빌려주신 돈으로 해결했어요. 일수씨가 도와줘서 작기는 하지만 앞으로 살집도 구했구요."

 윤수는 '역시 그랬구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가족을 더욱 어려운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만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격은 가족의 고초에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윤수씨 한숨 쉬지 말아요. 자기 잘못이 아닌걸요.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도 한 가족인걸요. 앞으로 함께 더욱 노력하면 되잖아요. 사실 모든 잘못은 소장한테 있는데...."

 일수는 윤수가 경찰서에 있던 2주간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하며 말을 시작했다.

 "우리 그만두고 소장도 목이 간당 간당하고 차대리 그 놈도 결국 쫓겨났데, 우리야 소장 농간에 재고 부족하고 부도 거래처 떠안고 한거지만 차대리는 정말 공금에 손을 댄 모양이더라. 소장 비위나 맞추며 어떻게 잘 넘겨보려 한 모양인데 우리일 터지면서 본사에서 지사로 감사가 불시에 나온 모양이더라. 그 바람에 차대리 그 놈 그간에 이래 저래 숨겨오던 로스분이 모두 들통나고 소장도 본사 몰래 숨겨온 이중 장부가 발각난 것 같더라. 둘이서 꽤나 뭉쳐다녔었잖니. 그간 둘이서 가져다 쓴 룸싸롱 술값만 해도 몇 천은 족히 될거다. 어째 흥청망청 고급 술집에서 아가씨들 끼고 잘도 논다했더니 그게 다 회사 공금이고 우리 같은 직원들에게 뒤집어 씌운 부족한 재고분인가 보더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그 새끼들 딱 그 짝이지 뭐냐. 게다가 김대리가 미스김일도 본사에 보고한 모양이더라 소장 얼마전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고 하더라."

 윤수는 일수의 말을 들으면서 내심 간직했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고 있었다. 인과응보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인과응보.....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