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든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때 흔히 이 '콜럼버스의 달걀'이란 일화가 소개된다. 일화 자체는 삼척동자도 다 알거니와 이제는 달걀을 깨서 지면에 세운다는 것 자체가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린 여기 일화에서... 그러나 참으로 새로운 사실이 숨어있음을 깨닫기엔 좀 시간이 걸렸다. 현재의 내 생각으로는 당시의 콜럼버스는 고정관념을 깼는지는 몰라도 노력하지는 않은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노력이라는 말은 달걀을 깨지 않고 온전하게 세우려고 노력해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제 결론을 말한다면 ....달걀은 세울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집에 가서 당장 시험해 보라..... 하지만 여기엔 약간의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달걀모양, 즉 외적 표면의 생김이 천편일률적인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핵심이 있다. 따라서 비교적 세로가 짧고 안정적으로 생긴, (어찌보면 달걀 중에서는 정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으로 실험한다면 세우기가 쉽지는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또 다시금 생각해 볼 것은 "왜 하필 달걀이 이 일화의 소재가 되었냐?"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달걀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라는 점인데, 여기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전형적인, 타원형의 세로 직경이 긴 달걀을 고찰해 보자. 달걀이 각진 형태였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그랬다면 어미가 그것들을 세상 속으로 배출해 내는데, 더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리라. 또한, 어미가 그것을 품을 때의 그 충격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달걀이 정확한 '구' 모양이었다면? 그랬다면 앞에서 언급한 문제는 사라진다. 하지만 구 모양의 그것은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그 반경이 타원보다 크다. 고로 한번 굴렀다하면 어미가 자신의 분신을 찾기란 자신의 아이큐를 제곱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하지 않을까?..... 달걀은 그렇게 생겨야만 한다는 조물주의 생각에는 빈틈이 없는 듯하다. 결국 말하자면 콜럼버스의 달걀일화는 꽤 작위적인 부분이 드러난다. 알은 처음부터 세울 필요가 없는 물질이었다. 애초에 그것은 어미와 자신 상호간의 최소한의 생명보존을 위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므로.... ...또한 억지로라도 세우고자하면 형태를 보존시켜가면서 세울 수도 있으련만, 굳이 형태를 파괴하면서까지 행동을 감행해가며 고정관념을 깨자는 교훈을 일깨운 것은 그 하나를 위해 또 얼마나 많은 교훈들을 잊혀지게 한 결과를 낳은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일화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행동했던 콜럼버스를 꼬집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서구세력의 사람들 역시 정복에 눈이 어두어 있었다. 당시 강대국들은 서민들을 제외한 귀족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거주민을 노예로 만들었다. 무엇이 신대륙이란 말인가? 인디언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자기네 나라를 무력으로 빼앗은 침입자에 불과할 뿐이다. 왜 역사는 상대적인 시각을 견지하지 않고서 이런 오점을 남겼는가? 역사가 환타지 소설이 아니라면 서구열강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인디언들의 거주대륙인 구 대륙을 점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혀야하지 않을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실도 중국의 역사왜곡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일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역사는 환타지소설도, 과대망상증 환자의 생각에서 내뱉어져 나온 내용도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일 뿐이며, 모두가 받아들이기에 합당한 내용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04년 11월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