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에 청연을 보았다. 개봉전부터 내가 눈여겨 봤던 영화라(제작과정이나 스케일, 내용면에서 내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장진영도 개인적으로 좋아라 한다.) 개봉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태풍의 현란한 개봉과, 킹콩의 독주, 그리고 왕의 남자의 선전에 청연은 조용하게 개봉을 했다. 앞에 언급한 3작을 감상하느라 자연스래 청연은 나의 관심사에서 뒷전이 되었고, 내려가기 전에(상영관에서) 보면 되지라는 생각이였다.
그러던 중 청연은 생각지도 못한 막다른 벽을 만난다.
친일 논란.
박경원은 친일파였다는 말이 흘렀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일, 일본의 지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씻을수 없는 트라우마, 아킬레스 건인것 같다. 물론 나에게도 아킬레스 건이다. 맘같아선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이고, 없었으면 했던 과거이니까....반세기가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청연의 친일 논란은 거세져만 갔고, 결국 청연 불매운동까지 벌여지고, 청연은 개봉주 박스오피스 6위라는 비참한 성적을 받고 만다.
내가 청연을 생각하게 된것을 알바중에 심심하면 보던 한겨례에서 나오는 잡지(?)이다. 표지가 신기해서(유시민과 노무현을 합성해서 노시민.이라는.표지) 들었는데 앞표지에 대문짝 만하게 누가 박경원을 떨어뜨렸는가 하는 주제가 실려있었다. 내머리를 스쳐간 생각
'영화에 왠 친일..''영화잖아''그렇게 심각한가?' ..
'친일영화가 개봉이 가능해?.'
대문짝 만한 주제가 될만한것이라면......엄청난 주제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읽기시작했다. 기사를( 言2를 참고).
그리고 생각했다. 영화를 봐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기대가 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고 할까. 어떤 영화의 기대치가 상승할수록 가슴은 빨라지는것.
청연을 보면서 나는 수없이 울었다. 영화속 박경원에게, 그녀의 삶에 감동했다.
참고로 글쓰는 이는 영화보면서 그다지 우는 타입이 아니다. 내가 영화보고 운것은 '너는 내운명'정도..(의외로 신파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연속 장진영과 김주혁의 러브 스토리가 슬퍼서? ...노노..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사랑이야기는 흔한거잖아..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서인지..영화속 사랑이야기는 내 눈물을 그다지 자극하지 못한다. 참고로 너는 내운명에서 운 장면은 역시나 황정민이 전도연을 면회하는 장면. 황정민이 너무 슬펐다. 바보.아닌가?..
본론으로 돌아가서 청연속 장진영의 역할 이였던 친일논란의 주인공인 박경원에게 동감이 갔다는게 사실이다. 그게 감동의 원인이고.
박경원은 여성이 꿈을 키울수 없었던, 여성항공사의 꿈을 키울수 없었던 조선을 떠나서 일본에 갔다. 여기서 나는 다른 어떤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꿈도 없이 미국이다, 유럽이다, 일본이다등등 유학이 유행하는 현대에 비한다면 여기서 어떠한 친일적 요소도 찾을수 없다.
박경원이 비행사가 되어가는 장면속에서 나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머릿속에 존재할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자신의 꿈과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속에서는 픽션이지만 그녀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고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픽션이다. 하지만 이것은 증거로 남아있지만 않을 뿐, 반드시 존재했을 픽션이지만 픽션이 아닌 고뇌인것이다. 영화중에서 그 부분에 대해 나는 많이 감동했다. 그녀의 고뇌를 느낄수있었고, 현대에 사는 나도 생각하기 힘든 문제인데 당시에 그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했을 그녀이기에 말이다.
나는 일제시대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적이 있엇다. 답은 ...내가 좀 어리석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일제에게 지배를 당했던것을 사실이고, 과거는 과거일뿐, 더이상 얽매일 필요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일본이 과거에 우리나라에 행했던 만행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아니라 사과. 만행이 잘못된 것이였으며, 지난 역사를 사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동시에 우리나라에게는 과거를 과거로서 넘기고 너 나은 우리나라가 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럴수 없나보다. 2006년 월드컵 조추첨에서 일본이 좋지 않은 조에 배정되자 좋아서 날뛰는 응원단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잘됬네..얼마 못가겠네..라고 안심하는 나를 볼수있었다. 나는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분명 역사속에 우리의 관계를 해결할것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쓰여갈 역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본론에서 벗어난듯해서 넘어가자.
청연속에서 그녀는 어느누구보다 멋진 여성이다. 친일이고 뭐고 다 씹어버리고, 박경원만 놓고 보면 굉장히 바람직한 인물이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일제시대이였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본에서 비행사로 성장하고, 조선으로의 비행을 이루기 위해서 동포의 도움을 구하지만 매국노라고 매몰차게 외면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더 고민하는. 고민끝에 매국노이여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나는 그런 여성이다. 일장기를 흔드는 영화속 박경원의 모습은 어디에도 친일의 이미지는 풍기지 않는다.
청연을 보고 분노한건 청연어디에서도 친일의 냄새는 풍기지 않는다는 사실.(청연이란 영화만 도마위에 올려놓을것!) 그저 박경원이라는 실존인물에서 모토를 얻어서 픽션을 통해 바람직한 성상을 그려낸영화였다. 나는 그것에 깊이 감동했고, 내가본 영화에서 정말 손에 꼽을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런영화가 어이없는 친일논란에 휩싸이다니..친일논란을 언급하는 인간들. 정신차리고 영화를 보길 바란다. 영화속에서 한국영화는 진보하고 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주연들의 연기도 (좀 부족한부분이 아쉽지만) 훌륭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물론 독립투사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공감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쓰는 나 박민영은...일제시대에 태어났으면 시대에 순응하면서 조용하게 살아갈 여성이였을거라는 생각을 했기에..영화속에서 깊이 공감했고 감동했다.
그녀의 삶은 단한번도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영화속에서도, 또 사실로서도 그렇다. 그녀는 단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꿈을 쫒아, 최선의 길을 달린것이다.
후에 우리들은 그녀의 삶을 자기중심적인 친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녀의 삶이 애국은 아니였기에..( 일제시대의 영웅,인물을 구분하는 독립투사와 친일파로 나누어 버리는 이분법에 진절머리가 나지만....)그녀의 머릿속에 자리잡아 있었을게 분명한 조선에 대한 이미지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기에.
하지만 나는 장담한다. 그녀의 머릿속에 분명히 고향에 대한 어떠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엇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생각은 조선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이 결코 쉽지 않았지 깨문에..하지만 다른편에는 어쩔수 없는 조선에 대한 마음.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고향이지 않은가.내가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고 일본이란 나라를 좋아하지만..월드컵때 빨간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미친듯이 외치면서 안도감을 얻는..다른 나라 언론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떠들던 말던, 파시즘적인 모습이던 아니던...상관없이 한일전때 목이 터져라 붉은옷을 응원하는 한국인이 아닌가...정말 이나라가 굴러가는 꼴(?-_-)에 대해서 수십번도 욕을 하는 나 자신이지만..역시나 이땅의 공기를 맏으며 살아가고 싶은. 그런 한국인이 아닌가? 나만 그런것이 아니다. 한국인만의 정서.. 난 그런것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녀의 머릿속을 ..알수없다. 남아있는 것으로 알수없으니까..
역사가 그녀를 친일로 평가한다면 그녀는 친일파로 남아야 한다.이완용과 동급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영웅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그시대에 그녀는 자신의 꿈을 쫒아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고, 일본에서 조선여류비행사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녀는 자신이 조선인임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내 생각이다.)
다시한번 이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것은. 청연이란 영화가 허접한 친일논란에 마감해야할 영화가 아니라는것, 모토가 된 박경원이 친일이던 아니던 청연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를 한발 앞서게 한 영화임을..그리고 꼭 봐주었으면 하는 영화임을...말이다.
2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