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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 There - Yiruma

박수현 |2006.04.11 00:11
조회 12 |추천 0


He 휴대전화를 열어서 조심조심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냅니다. '잘 지내죠?' 메시지를 보내려고 결심한 지 십 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한 말입니다. 딱 네 글자 '잘. 지. 내. 죠?'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한 답 메시지 "예,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죠?" 그리고 웃고 있는 이모티콘 하나. 그 눈웃음 하나에 나는 용기 백배, 그녀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 봅니다. "잘 지내시죠? 별일 없구요? 아... 예에... 별일 없었구나... 예... 뭐... 저도 잘 지냈어요... 예... 그럼 예... 잘 지내세요... 예... 예..." 전화를 끊고 나면, 난 무슨 대단한 고백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있습니다. 거기다 거울을 보면, 꼭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 선 사람처럼 얼굴엔 피가 다 몰려있죠. 밀려드는 약간의 허탈함을 뒤로하고 난 일단 이 터질 듯한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 내일은, 내일은 밥 먹었냐는 말도 꼭 해봐야지.' 아우, 얼굴이 왜 이렇게 터질 것 같지? She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는 옷을 말하는 단어가 단 하나밖에 없다죠. 바지도 티셔츠도 외투도 속옷도 양말까지도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단어로 부른대요. 문득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생각해 보니까 어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싶던 마음과 반가움 연락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미안함 너무 오랜만이라는 원망 또 어떻게 지냈는지, 햇볕 드는 버스 정류장엔 벌써 벚꽃이 피어난 걸 아는지... 우린 그 모든 마음을 이 한마디로 표현하니까요. '잘 지내죠?' 아직은 단어가 가난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두 사람.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자주 통화할수록 단어의 수는 점점 늘어나겠죠? 언젠가는 보고싶단 말도 지금 당장 만나자는 말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우리 세상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겠죠? - 그 남자 그 여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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