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오정현
|2006.04.11 07:46
조회 203 |추천 0
징역 2년-_-을 선고 받을 날이 머지 않아,
세상에 군대 가서 편지 써줄 여자 하나 없다는 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한 때 내가 좋아했던,
지금은 내 친구 중에 몇 없는,
(물론 상성상 극-_-남이긴 하지만,)
종족상, 호적상만-_- 여자인 그놈-_-에게 전화를 했다.
그것은 그놈-_-을 좋아한 후로 내 인생 최대의 치욕이
었지만, 솔로의 천한-_- 신분으로 편지 한 번 받아보겠
다는 굳은 일념 하나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바남 : 야 나 군대 가면 편지 할거냐?
그녀 : 군대? 뭐 좋아.
바남 : 오, 진짜?
그녀 : 그럼 이메일 주소 불러봐.
바남 : ....
-_- 이런 무식한...
바남 : ... 이 똑똑한 녀석아. 군대에서 이메일을 어떻게 받어.
그녀 : 왜, 안 돼?
바남 : 응. 안 돼. 그려니까 손으로 정성스럽게 써줘 *^^*
그녀 : 그냥 안 보낼래-_-a
바남 : 뭐야? 왜 안 보내주냐?
그녀 : 이 놈 보세. 내가 대가리에 총구멍-_- 뚫었냐? 니가
내 남친이냐?
바남 : 그래도 그냥 보내줘.
그녀 : 메롱. 솔직히 말하면, 너한텐 우표값도 아까워-_-
바남 : ....
뚝.
윽, 우표값 200원만도 못한 인생;
흥,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고?
그날 저녁 MSN.
바남 : 야 나 군대가면 진짜 편지 안쓸꺼냐?
그녀 : 응
바남 : 제길.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해줘.
그녀 : 젠장.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안해.
다음날 문자.
바남 : 보고 싶을거다.
그녀 : 안써
그 날 저녁 MSN
바남 : 자식..건강해라...
그녀 : 응 편지 안써
그날 저녁 전화.
바남 : 저..여보세요?
그녀 : 아 여보세... 아 신발! 내 피같은 히드라! 매너는 어따 팔
아먹고 어떤 못 배운놈의 색히가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뚝.
-_- 저녁 8시에 전화하면 못 배운거냐;
다음날 점심 전화.
그녀 : 아 여보세요?
바남 : 아. 나야. 그 군대 말이지...
그녀 : 아 바남이냐. 마침 전화 잘 했다. 그 왜, 네 친구중에 의대
다닌다는, 정우성 닮았다는 그 친구...
그, 미니 홈페이지 주소 좀 불러줘봐.
바남 : 응. 싸이월드 슬레쉬 하고 한영키로 놓고 한글로 아무개...
그녀 : 짜식 고맙다. 잘 꼬실께.
바남 : ... 응 그건 그렇고 군대...
뚝.
... 이 순수국산호모변태녀-_- 같으니라고...
그놈 사실은 옥동자 닮았다-_-
바로 다음날.
만나서 술한잔 하게 되었다.
바남 : 후, 그동안 널 알게 되어서 즐거웠다... 사실 내가 너
좋아했던 거 알지?
그녀 : 짜식 쑥스럽게... 그래.. 몸건강히 잘 다녀와라..
바남 : 너도 요즘 건강 안조아졌다며..술 조금씩 마셔라..
그녀 : 응... 고마워.
약간의 취기가 오른 그녀와 나..
이때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바남 : 휴.....군대 가기 진짜 싫다....
그녀 : 흠. 난 여자라 뭐라고 말은 못하지만.... 건강해라...
부디.. 보고 싶을꺼야...
그녀와 나의 묘한 분위기에 어린 소주잔....
그 분위기를 즐기듯.. 소주잔을 비워나간다...
바남 : 그래.. 나 군대 가더라도. 우정 변치말고..
편지 자주 주고받자...
그녀... 눈가에 맺힌 이슬이 들킬세라 얼굴을 묻으며...
슬쩍 문질러 닦고는...
고개를 들며 내 귓가에 와서 뜨거운 숨겨과 고혹적인 입술로
속삭인다....
그녀 : 그래도 안써 씨댕아....
... 그날 이성을 잃은 나는 그녀에게 사약을 먹이듯 소주 반병을
들이 붓고 잠든 틈을 타서...
잠든 틈을 타서...
... 네임팬으로 얼굴에 '즐'이라고 새겨줬다.
모진놈. 나 없는 동안 부디 방바닥 긁으며 독수공방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