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지 않는 차 詩 : 宇程 정중화 폐차장도 아닌 공터 한 구석 몇 잎 남아있지 않은 나뭇가지 그늘에 정차하고 있는 차 마모된 쇳가루 검은 오일 피처럼 흘리며 바람의 소리로 죽어가고 있는 차 쓰임을 다한 바퀴는 누군가에 의해 떼어져 버려졌고 사랑과 인연 혹은 운명 소유 따위의 낙서들과 차체의 중심을 따라 깊게 패어진 상처의 검붉은 녹들이 흘러나와 지나온 세월의 절망을 낱낱이 알리려 하고 기울어진 차체車體 녹슨 휠이 그리 녹녹치 않은 대지에 자국을 남기려 버텨내고 있는, 유리창 밑으로 수북이 내려앉은 낙엽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의 독백처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내고, 달릴 수 없는 차에게 남겨진 건 향수鄕愁밖에 없다 놀이터를 잃은 아이들조차 다가서지 않는 고철덩이 어차피 시한부였지만 대가 없이 버려질 줄 몰랐던 찢겨진 가죽시트와 튀어 오른 용수철의 고된 연륜年輪, 지나는 풍경에게 친절하게 손을 흔들었고 흐르는 음악에 발장단 맞추며 지평선과 맞닿은 푸르디푸른 하늘에게 벅찬 감동 전하던 추억들이 푸석하게 쌓여 가끔 찾아드는 바람에 몸을 들썩인다 석양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끝내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어둠으로 돌아가고 어둠은 지나는 이에게 쓸쓸하지 않을 만큼 불을 밝힌다 차 안이었던가 비스듬히 바라보던 빛의 정체가 의심스러웠을 때 눈부심은 순간처럼 옆을 스쳐 지나갔다 추월은 꿈이었었지 밤이슬에 고개 숙인 잡초들이 놀란 듯 몸을 흔들며 깨어난다 도심의 깊은 중심으로부터였을 것이다 카바 없는 핸들이 둥근 눈을 껌뻑이고 타코미터의 213606킬로미터 숫자가 무심히 어스름 달빛을 바라본다 멀리 유성 하나 긴 선을 그으며 어둠을 뚫고 떨어져 내린다 <EMBED style src="http://neobaraki.com.ne.kr/music/Deep Purple.asf" hidden=true loop="-1" autostart="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