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난 싫은데?
송호섭
|2006.04.17 15:27
조회 7,169 |추천 17
요즘 소위 '아침형 인간'이란 개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취침과 관련한 인간 생활양식의 한 형태로서, 아침형 인간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성공'이라는 목표로 가는 필수적인 코스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취침시간을 유지하더라도, 아침 시간을 최대로 많이 확보하여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사회적 성공을 위해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사실 일리 있는 말이다. 모두가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곳에 출근하여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남보다 조금 더 아침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효율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이용할 수 있을 경우, 그것은 궁극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직도 하다.
이렇게 좋은 의미의 개념임에도,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침형 인간'열풍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그리 편치 않음은 왜 일까? 비단 나 자신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소위 '올빼미형 인간'이어서 일까?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이유다. 밤에 정신이 멀쩡하고, 아침에는 얼마나 많이 잤느냐에 상관없이 병든 닭마냥 비몽사몽 헤매는 나 같은 사람에겐 '아침형 인간'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큰 부담이 된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글을 쓰는 내 자신의 삶의 방식과 사회에 유행하는 가치사이의 괴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므로,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것 이외엔 문제랄 것도 없다. 정말로 크게 우려되는 점은 '아침형 인간'이라는 개념자체가 아니라, 이 개념의 선풍적 인기가 어쩌면 우리 사회의 획일성을 증명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비단 이번 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서인가, 서점에 가 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지 습관'이니 하며,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믿기지 않는 만병통치약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그 몇 가지 방법만 그대로 따라하면, 아침형 인간에서 말하듯이 억지로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생활하면 마치 성공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처럼 세인들의 인식에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기실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이것처럼 무서운 현상이 없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우선 과연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을 향유하는 것?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사는 것? 대부분 경영학이라는 특정분야에 한정된 기술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주장되거나 저술되는 위와같은 논의는 정작 '인생에 있어서의 성공',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은 생략한 채, 스스로 그들의 기준에서 '성공'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로 '성공'의 개념을 한정시킨 채, 그것들을 향해 가는 획알화된 방법들을 알려주는 데 급급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삶이 성공적인 삶인가.....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하는 문제는 지난 수천년을 두고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씨름을 해 온 문제로 아직까지도 분명히 정의되지 못한, 어쩌면 가장 난해한 영역의 문제일지도 모르는 개념이다. 이것을 특정분야의 기술적 지식과 제한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함부로 '성공'의 특정형태만을 보편적 의미의 '성공'인양 일반화하는 것은 너무나 성급해 보일 뿐이다.
'성공'과 '행복'의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가정을 해도, 그들이 마치 그러한 가치를 위한 만능의 방법이 있는 것처럼 주장을 하는 것은 경솔한 것을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성공'과 '행복'의 모습이 사람마다 모두 달라, 일반적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처럼, 그러한 목표로 가는 길은 더욱더 다양할 수 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생각도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다르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할 확률이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겐 '아침형 인간'이 그 사람의 개인적 성취를 위한 훌륭한 삶의 양태가 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올빼미형 인간'에겐 삶이 더 괴로워질 뿐이다. 나는 밤 늦도록 깨어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아침에 실컷 자는 것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고 결국 인생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다. 누구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알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정의가 지극히 어렵거나 그러기 위해선 심도한 사유가 필요한 주관적인 가치에, 제한적이고 특정한 경험적 지식에 근거한 객관화되고 일반적 법칙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그리고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인간본성의 다양성을 인정치 않는 행위로까지 여겨질 수 있다. 좀 더 과장한다면, 개인을 집단의 논리로 획일화한 파시즘적 논리와도 맥이 통하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험주의 사상가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경험적 인식만이 진리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회의하며, 인과율이나 객관적 진리의 존재와 같은 모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철학적 원리들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현세에 부활하여, 그처럼 제한된 경험적 관찰만으로 '성공'과 '행복'이라는 가장 난해한 철학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지 궁금해진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는 정형화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객관화된 정답을 발견하는 자에겐 인류 최고의 지성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인 개별적인 '자신'들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들의 판단에 따른 자유의지에따라 살아갈 때 좀 더 행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자. 맞으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만 피곤해 질 뿐이다. 그럴 시간에 좀 더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바라보자. 어쩌면 우리는 우리 모두를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 60억가지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