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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가 된 예수, 외로운 기독교

이세협 |2006.04.22 16:20
조회 61 |추천 4


변기  -  이문혁

나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변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변기는
내가 가까이 가면
쫘악 물을 틀어
제 몸을 씻어내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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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도

아니 잠시도

변기가 될 자신이 없다

우린 다 그런 존재들이다

매일 변기를 의존하면서도

변기가 더럽다고 생각한다

조금도 변기가 될 수 없으면서도

변기를 우습게 생각한다

 

변기는 매일

자기 것도 아닌 남이 배설하는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준다

 

인류를 낳은

예수는

인류의 변기가 되었다

인류는 매일

그에게로 가서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배설하고는

개운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는 오늘도

자식들의 오줌 똥을 묵묵히 받아준다

 

오늘도 인류는

예수에게 침을 뱉는다

욕을 토해놓고 간다

조롱을 싸고 간다

 

더러운가

우스운가

아니

적어도 나는 안그렇다

나는 그럴 수 없다

오늘도 배설을 해야만 하는 나는

그가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도 깨끗한 날이 없는 나는

오늘도 그를 부둥켜 안을 뿐이다

 

내가 예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저 하늘 위 숭배의 자리에서 뛰어내려

더러운 나를 묵묵히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배설해 놓은 것 책임도 못지는 존재인 나

오늘도 변기로 간다

나는 그가 우스울 수 없다

오늘도 고마워 울고만 있을 뿐이다

 

오늘도 욕을 하라

조롱하고 침을 뱉으라

저주하고 뺨을 치라

그의 사랑이 얼마나 미치광이처럼 지독한지

실컷 확인해보라

 

인류를 향해

저렇게까지 사랑을 보인 아버지를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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