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남부터미널역.
약속시간에 일찍도착한 나는 뭘할까 고민했다.
그때 내눈에 들어왔던 한여자.
짐가방을 앞에두고 허름한 차림에
신문지로 얼굴을 반만 가린채 사람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평소에 일인시위나 반대운동같은걸 관심있게 보던 나는 무슨이야길 하고 있는걸까 하고 다가갔다.
"제가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2000원만 주세요"
이런. 오해했구나. 그냥 갈까도 했지만 여자가 생긴게 너무 불쌍했다. 꾀죄죄한 얼굴에 키도 작았고 말투도 블랑카랑 너무 똑같았다.
'뭐 2000원 정도야...;'
"돈 드리면 잘 쓸거죠?-ㅁ-"
"네"
이런. 지갑을 열었더니 5000원짜리 한장.
"거스름돈 같은거 있을리가 없...죠?-_-"
대답은 역시 블랑카 말투로...
"아...제가 음식섭취를 못했어요. 만원필요해요"
좀 어이없었지만 5000원 줬다.
"만원 못드려서 미안해요."
감사의 표현이나 미소같은것대신 돌아온 말은
"가세요" 였다.
떫떠름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문득 생각난건.
돈을 준 나는 갈곳이 딱히 없다는것과
돈을 받고 저녁을 굶은 그녀는 갈곳이 생겼다는 점이다.
돌아서서 그녀를 봤지만 어딜 갈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보고 어서 갈길 가라고 손짓하는 그녀였다-_-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뭐라하기도 전에
"아 어서가세요. 나는 친구 기다려야 해서 여기에 있는거에요.
남부터미널 가시는거잖아요."
"나 아무말도 안했는데요-_- 나도 친구 기다려야해요"
"그럼 다른곳에 가세요 옆에 있으면 나 마음이 불안해요."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과 말투였다.
기다리는동안 이여자 옆에서 똑같이 서서 궁상이나 떨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라졌다.
롯데리아에서 기다려했지만 문이 닫았더라. 시간은 열시반이었다.
시간을때워야 했기에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그녀에게로 갔다.-_-
"아 가라니깐요. 난 친구기다리는거에요. 저녁을 섭취못했다구요. 여기 있으면 내 마음을 불안하다니까요. 병걸려서 옆에서 말하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요. 어서 가요."
내가 말할 틈따윈 주지 않았다. 오히려 화내는 그녀.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네"
"5000원 준거 고마워요?"
"아 네!"
표정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그럼 나랑 5분만 이야기해줘요"
사실 나는 그여자가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지
신문지로 얼굴은 왜 가리고 있는지 짐가방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너무너무 많은게 궁금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 이야기하면 나 머리아프다니까요. 안가시면 5천원 다시 줄거에요. 저리가요."
이젠 정말 화내는것이었다. 아마 이여잔 돈을 선뜻 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있는듯 했다.
"아 5분만 이야기해줘요. 5000원줬는데 그런것도 못해주나요. 치사하다 치사해."
"아그래요 치사해요. 5천원 줄게요 받아요."
종이뭉치가 많이 들어있는듯한 주머니에서 한장만 조심스럽게 꺼내기위해 돌아서는 그녀.
"줄테니까 저리가요"
화도나고 해서 받아왔다.
잊지못할 기억이다.
거지도 그런 싸가지없는 거지는 처음이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도와준 거지는 거의 그러했다.
고맙다는 말이나 작은 미소라도 건네준적이 없었다.
괜히 도와줬다는 후회도 컸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니..
세상에대한 상처가 얼마나 많으면..
얼마나 사람을 믿지 못하면 도움의 손길 앞에서 고맙다는 표현마저 메말라 있을까.
외로히 서서 사람들에게 구걸하는동안 잠시동안의 말벗이 될 사람따윈 전혀 필요치 않은걸까.
이젠 혼자가 익숙하다못해 누군가 있는게 너무 불안한걸까.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