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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2006.04.23 14:14
조회 56 |추천 1
'하고싶다'의 순수성에 관하여 - 야광별예술가


삼년 전이었나. 한 남자를 만나서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의 원나잇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은 일본인 같은 얼굴 생김과 (실제로 반은 일본인이었다) 과장된 근육의 몸으로 남아있다. (아마추어 보디빌더였다) 우리는 제법 많은 얘기를 나눈 사이였다.

어느 날 그 남자는 내게 한 번 하자고 말했다.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스물 아홉 살의 남자, 상대에 따라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데 그건 해봐야 아는 것이고, 너랑 한번 하고 싶어. 만나서 싫으면 말고, 좋으면 하자.’

따분한 봄날, 아니 여름이 막 되었을 때일까. 그때 내가 무슨 마음으로 수업을 마친 뒤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게 성욕 때문이었다면 학교에서 대학로로 걷는 삼십분 동안 모두 사그라졌을 것 같다. 아마도 무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뭔가 어떤 사건을, 계기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성욕도 없지는 않았겠지.^^

어쨌든 그 남자는, 말 그대로 참 평범했다. 물론 나도 평범했기에 우리 두 사람은 직사각형처럼 무던하게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정치와 사회, 경제에 관해 약간씩만 떠들다가 - 물론 시시껄렁한 농담이 주였지만 - 서로 합의를 하고 훌러덩 옷을 벗었다.

나쁘지 않았다. 더 이상 만나지 않았던 것은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나잇에 대한 호기심을 불식시켜준 계기였달까. 나는 이 체질이 아니구나, 뭐 그런.

좋은 기억이라고도, 나쁜 기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원나잇 경험이지만 솔직히 지금껏 같이 잤던 남자들이 모두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내게 세 개의 구명 조끼만이 있다면 나는 하나쯤 이 남자에게 던져줄 생각이 있다. 그건 그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섹스에 관해서, 남자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덮치고, 누르고 어쩌고 하는 힘과 체위구조로 본다면 물론 남자가 강자겠지만 섹스까지 가는 과정의 심리전에서 남자는 늘 약자다. 그건 덜 사랑하는 쪽이 강자인 사랑의 법칙처럼 덜 욕망하는 쪽이 강자인 섹스의 법칙 탓이다. 남자는 더 욕망하기 때문에 언제나 약자일수 밖에 없다.

그런 자신의 위치를 일찍이 깨달은 남자들이 보이는, 아니 약자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모습, 그것이 바로 설득과 변명인데, 이 지점에서 남자들은 하나같이 무너진다. 뻥을 치는 것이다. 그 뻥이란 것이 나는 발기시 최고 30센티까지 커진다,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낫겠는데, 남자는 여자의 손등을 어루만지고, 이마를 튕기며 말한다. "아무래도 널 좋아하나 봐"

제일 나빴던 경험은,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연애감정을 주고 받은 남자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사랑을 하는 줄 착각하게 해 놓고, 섹스만 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당대 최고의 악질 인간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악질이냐... 첫째 거짓말을 했고, 둘째 거짓말로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나마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작 일주일 가는 진심이 진짜 그 진심이라면, 당신의 심장은 점검이 필요하다.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여자들은 솔직하게 자자고 하면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면 그제서야 응한다. 그리고 벗기 전에 꼭 한번 더 묻는다. '날 사랑해?' 개뿔, 사랑할 리가 있겠는가? 사랑이 그렇게 뻑하고 찾아왔다면 그 남자는 분명 우리 가문의 원수의 아들임에 틀림없다.ㅋ

남자들은 여자들이 그런 착각, 사랑 받고 있다는 착각을 즐기고 그 착각 속에서 옷을 벗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도 착각이다. 어떤 여자들은 그 순간, 진짜 그렇게 믿는다. 바보 같긴 하지만 이제 이 남자와 매일밤 팔베개를 하고 팥빙수를 나눠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뒤에 어떻게 되든 간에 그 순간만은 진짜 그런 생각을 한다. 쪽팔리지만 나도 했던 적이 있다.ㅋ

그러니 기실, 여관방을 나온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불협화음은 그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모든 남녀의 구도를 섹스 vs. 사랑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이야기였다. 남자는 자고 싶다면 그냥 말 그대로 '하고싶다'고 말하고, 여자는 그 ‘하고싶다’를 그냥 생물학적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남자는 그냥 하고 싶을 뿐인데, 여자는 하고 싶기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싶기도 하다면, 그럼 여자쪽에서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좋다. 괜히 이말 저말 갖다 붙여서, 섹스만 할 수 있는 여잔 너 말고도 많다고 말해놓고 (실은 없으면서, 돈들잖아) 결국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섹스 말곤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걸 실감하게 해 주는 남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결론은, '하고싶다'의 순수성을 향해   남자도 여자도 돌을 던지지 말자는 말이다.^^

덧붙여, 그렇다고 첨 보는 여자한테 불쑥 하고싶다는 말부터 하란 소린 아니다. 서로 말이 오간 뒤에 그런 말도 하는 것이지, 다짜고짜 "한번 할래?" 이런 게 쿨~한건 줄 안다던지 ‘제 키는 180, 강남 사는 직딩, 쿨하고 매너좋은 만남 원합니다’고 하진 말기 바란다. 특히 '쿨'과 '매너'에 대해 A4용지로 한 장 메울 자신 없으면 함부로 '쿨, 매너' 특히 '느낌 좋은' 좀 안 썼으면 좋겠다.

첨부파일 : 상호(8806)_0400x0262.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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