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울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그 증세에는 한결같은 구석이 있습니다. 몹시 고통스럽다는 것이죠.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슬픔, 의욕상실, 수면장애, 식용부진, 충동적인 폭력 등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통해 고통을 줄여나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옆에서 도와주려고 해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그들이 우울한 감정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봅니다. 혹시 우울한 기분을 계속 품고 있으면 언제든 자신에게 불행이 닥쳐도 그것 때문에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서 자신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울증의 한 증상이기도 한 만성적인 염세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염세주의자를 '각성'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은 이미 낙담하고 있으므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도 무감할 뿐입니다. 세상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최악의 경우만 예상해왔던 터라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늘 우울한 사람에게 그 기분을 떨쳐내고 행복한 감정을 느껴보라고 하면, 아마도 겉으론 그러하겠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속으론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하겠지요. 행복해진다는 것은 언젠가 그 행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인데, 왜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냐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일이든 모험이 따릅니다. 발명이나 탐험, 혹은 사랑은 반드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만일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면 자연히 모험을 멀리하게 됩니다. 탐험의 뱃길을 되돌리고 사랑의 전선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결국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안전이 최고의 가치처럼 느껴집니다. 그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문을 이중삼중 자물쇠로 잠그고, 담배를 끊고,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고, 운동 전에는 의사와 상의하고, 날씨에 대해 걱정하고, 자녀들의 귀가를 염려하고, 도둑을 대비해 집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길을 걷다 변을 당할까봐 가스총을 가방에 넣어다니고..... 결국 우리가 해야 할 모험은 경찰이나 소방관, 군인, 운동선수 등이 대신합니다. 그리고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수많은 왕자와 공주들입니다. 혹은 힘을 가진 조직의 보스가 소시민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터무니없이 과장된 용기와 의리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들의 삶에 열광하지만, 정작 그런 삶으로부터는 소외되어 있습니다. 안전만을 추구하는 생활태도가 가져다준 씁쓸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too soon old, too late smart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