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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걸즈ㅡ4월엔 좀더 신나게!

신종훈 |2006.04.29 00:15
조회 136 |추천 0
 


スウィングガ-ルズ

 

감독 : 야구치 시노부

출연 : 우에노 주리(스즈키 토모코), 간지야 시호리(사이토 요시에), 모토카리야 유이카(세키구치 카오리), 히라오카 유타(나카무라 유타), 다케나카 나오토(오자와 타다히코)

음악 : 미키 요시노

105분. 2004년. 일본

 

 

 

스윙 걸즈ㅡ4월엔 좀더 신나게!

 

 

1. 봄

 

  일요일 아침.

  상큼한 봄 햇살과 새들의 노래소리와 사랑하는 여인의 몸을 후광처럼 뒤덮은 꽃향기에 일요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 친구와 밤새 술마시고 여관에서 부시시 눈을 떴다.

  빈 맥주병들은 전혀 섹시하지 않은 모습으로 침대 밑에 널부러져 있고, 먹다 남은 오징어순대는 사후경직이라도 하듯 슬슬 미이라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떡이 되게 마셨길래 베게는 맥주병들이 베고 누워있고 나와 친구는 바지를 베고 잠을 자버렸을까?

 

  멍하니 체널을 돌리다가 를 중반부터 본다.

  군대를 다녀와서 만든 영화학회에서 후배들 모아놓고 영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기치던 시절에 봤던 영화로군. 기억에 없는 장면들도 있네? 뭐 그래도 그때 애들이랑 했던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와는 잘 맞았군.

  흡족한 상태에서 다음 영화 를 보다. 유치함의 극치를 달리는군. 그래도 본다. 가벼운걸 보고 싶었거든.

 

  한참을 코골며 자던 친구가 유령처럼 일어나 씻으러 간다. 아직 그 영화 보고있냐? 며 씻고 나가잖다. 대충 샤워를 하고 오니 그새 체널을 돌려 포르노를 보고 있네.

  이야~ 저 자세, 저 자세 해보고 싶다, 라고 말하기에

  나중에 너랑 결혼해서 같이 살아주는 여자랑 실컷해라, 며 대답하고 살살 나오다. 약간 춥네.

 

  친구와 헤어져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를 들고 신도림을 지나 종로로 가다.

  시네코아로 갈까? 필름포름으로 갈까? 1.32초 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핸드폰 시계의 끝자리 수가 홀수면 시네코아로 짝수면 필름포름으로 가기로 하다.

 

  일요일 오전 11시 17분의 종로 거리는 황량했다.

  그 많던 인간들이 다 어디갔을까? 그 무수한 불특정 다수에게 미운정이라도 들었는지, 막상 사람이 몇 없으니 약간 섭섭하네. 뭐 그래도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있으니까 봄햇살을 즐기며 시네코아로 살랑살랑 향한다.

 

  주말이고 무엇보다 봄이니 가벼운 영화를 보자며 다짐을 하고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다. 라. 류의 소설이 재밌듯이 이 영화도 재밌을거야. 게다가 지난주에 본 메이킹 필름도 느낌이 괜찮았잖아. 시간도 딱 이군, 12시.

 

 


    표를 끊고 남은 30여분 동안 해장을 하자. 30분 만에 짜장면을 먹고 해장하기엔 시간이 약간 빠듯하기도 하고, 어제 술마시기 전에 짜장면을 먹었으니 뭘로 해장을 한다? 이런 주관식은 동전던지기나 시계 끝자리수의 홀수짝수로 할 수 없으니 난감하다.

  그래서 몇 달 전에 헤어진 사람과 한두번 가본 던킨에 가다.

  그래!

  이번 주말의 해장음식은 따끈한 코코아 한 잔 이야! 역시 난 참신해, 역시 난 참신해를 연발하며 던킨의 창쪽에 앉아 봄햇살을 맞으며 『69』를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는다.

 

  CF에 나오는 것처럼 차와 책과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무라카미 류가 자꾸 웃겨서 키득거리다가 똥폼 잡기엔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책이 재밌으니 아저씨도 봐주고 책도 봐줄게. 어차피 거리엔 사람도 없잖아.

 

 

2. 여름

 

  따분한 한여름의 보충수업.

  야구경기에 응원간 밴드부는 소녀들이 들고간 도시락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고, 보충수업을 피하자는 마음에 소녀들을 밴드연습을 한다. 그리고 몇 번의 갈등과 극복을 통해 소녀들은 재즈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청소년 음악제 까지 참가할 정도로 레벨을 높여서 모두가 스윙을 하게끔 한다, 는게 영화의 내용 전부다.

 

  뭔 영화평이 이렇냐고요?

  그래서 미안해요,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 안미안하다.

 

  처음엔 글의 제목을 '난잡한 메모'로 할까도 했었지. 근데 글이 난잡하다 보니 메모 수준의 분량을 훨씬 넘어버릴거 같아서 한줄평을 제목으로 정해버렸어.

  차라리 소제목들처럼ㅡ동시에 김기덕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ㅡ'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후의 글에서 소제목이 어떻게 변할진 모르잖아.  

 

  글을 다 적은 다음에 제목을 뭐로 할지는 나도 아직 모르니, 일단 넘어가고 다시 영화에 집중하자. 대학시절 그 시끄러운 과방과 인문대방에서 책 읽는 모습 보고 선배들도 나의 집중력을 인정해 줬잖아. 사실은 그 집중력도 똥폼잡은 거였지만.

 

  따분한 한여름의 보충수업.

  이 영화에서 따분한 것을 찾으라면 보충수업을 보여주는 72에서 120 프레임뿐이다. 3~5초 정도의 분량만 제외하면 영화는 유쾌함으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바로 영화의 제목처럼 스윙하게 하는 거지.

  (그 사이에 저녁을 먹고 왔다. 오늘 처음으로 쌀을 먹어보네. 과연 칼로스는 내 입맛에 맞을까?)

  음악에서 스윙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논의의 소지가 있고 명확하게 정립되진 않았지만, 보통 두 가지의 뜻으로 이해되.

  하나는 음악을 들으며 손이나 발로 박자를 맞춘다던지 박수를 치는 행위를 말하는 거야. 이는 재즈가 아닌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재즈 고유의 특질이라 하기엔 힘들지. 하지만 즉흥 연주가 주를 이루는 재즈에서 이런 스윙이 거의 항상 나타나기에 두번째의 의미는 스윙=재즈 라고 말하기도 해.

 

  그래서 스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땐 글 내에서 정의를 해야 혼돈이 없는데, 이 영화에선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을 듯 해.

  때때로 음악을 듣고 흥겨우면 됬지, 골치아프게 단어가지고 일일이 정의할 필요가 없잖아. 이 친구들을 봐.

 


  꼭지점 댄스 대신에 얘네들은 1자로 서서 스윙의 리듬에 몸을 맏기고 맘껏 스윙을 하고 있지. 즐거워 보이지 않니?     10대땐 즐겁게 노는 걸 배워야 되고, 20대엔 비판할 줄 알아야 하고, 30대엔 그 비판에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해. 40대 이후는 아직 안살아봐서 모르겠어.     저 친구들의 표정과 놀이 혹은 연주에선 입시에 대한 부담도 없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찾기 힘들어. 그렇기에 이 영화가 비현실적으로 읽혀질 수도 있지만, 입시병에 발목 잡힌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걸 보고 뭔가 느껴야해.   물론 공휴일에 골프치고 공짜 테니스 치다가 심심하면 여기자 가슴이나 주물럭 거리는 국회의원들도 보고(반성하고 전망하는 능력이 있다면) 한국의 교육현실을 한번 정도 다시 고민해 봐야겠지.     한국사와 철학 그리고 각종 예술 교육도 제대로 안시키고, 문법과 공식과 단어만을 오로지 하는 국가에서 위인이 나오기란 부시 미 대통령이 문법에 맞는 말을 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일게야.


 

3. 가을 겨울

 

  우에노 주리.

  에서 카나에를 연기한 우에노 주리. 이 친구도 제법 귀엽네. 그녀의 유쾌함이 그대로 필름에 베어있다. 역시 난 카나에상 보단 토모코짱이 좋아.

 

  가만히 근래의 일본 코미디를 보다보면 야쿠자가 생각만큼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아. 진지한 영화들도 제법 많구. 근데 한국의 제작자들은 조폭이 안들어가면 본전도 못건진다고 생각하나봐.

  하지만 조폭영화는 됬거등, 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조폭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고, 실제로 흥행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낸 영화들은 대부분 탈조폭 영화들이니 이 부분은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듯 하네.

 

  그런데 는 오직 유쾌함만을 추구하는 영화냐구?

  응.

 

  이와이 슌지의 처럼 풋풋한 첫사랑도 없구, 기타노 타케시의 처럼 질풍노도의 고교 시절에 대한 애닮픔도 없어. 그러니 이상일의 에서의 68혁명과 풋풋한 첫사랑이나, 류장하의 처럼 아이들의 음악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것은 더더군더나 없어.

 

  아아... 그렇다고 성급하게 이 영화를 연출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전작인 처럼 단순히 고교시절의 에피소드들로만 영화를 치장했다는 성급한 판단은 사양이야.

 

  오히려 이 영화는 링클레이트의 과 비슷해.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랩으로 엔딩 크레딧을 장식했고, 는 재즈곡인 L-O-V-E를 마지막으로 선곡해서 나 조차 스윙하게 만들어 버렸어.

 

  게다가 몇몇 시퀀스의 마장센은 단순히 유쾌함만이 아닌 예쁜 마음도 가지게 해주었어. 예를 들면

 


이런 그림들 말야. 사방이 눈으로 둘러싸인 저 곳이 어디냐구? 학교 옥상이야. 옥상은 방과후 옥상만 있는게 아니더라구.

  그리고 토모코와 유타가 서로 개천을 사이에 두고 각각 연주 연습을 하다가, 서로의 음악소리에 끌려 색소폰과 전자오르간으로 즉흥 협주를 하는 그림도 좋았어.

  재즈의 정신에 잘 부합되기도 하고, 설정도 한번 정도는 찍어보고 싶은 것이잖아.

 

  그렇게 의 아해들은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해.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은 스윙을 하게 되고.

 

 

4. 그리고 봄

 

  역시 음악의 힘이란. 

  엔딩 자막이 끝날때까지 흐르는 음악을 듣느라, 평소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네.

  하긴 의 엔딩곡 L-O-V-E도 좋았고, 의 팝인지 컨츄리인지 약간 애매모호한 Don't Come Knocking도 좋았어(국내 사이트엔 의 OST가 아직 없더군, 아쉬워.). 의 엔딩곡인 He was a friend of Mine도 좋았어.

 

  그러고보니 최근에 본 영화들은 모두 한 음악 하는군.

  좋아, 좋아.

 

  그렇게 L-O-V-E를 허밍하며 나오니, 오후의 종로 거리엔 봄이 활짝 피었더군.

  두 달 전에 헤어지고 혼자 있는게 행복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구. 비록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서 함께 산책을 하지는 못했지만 좋았어. 홀로 봄햇살 속을 느릿느릿 걷는게 말야.

  그 친구의 단골 라면집에 라면 먹으러 갈까 하다가, 영화가 생각나 근처 라멘집으로 갔어. 북해도에서 먹는다는 매운 라면을 먹으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에 맞춰 젓가락으로 스윙을 하고 있었어.

 

  그러고보니 그녀가 나에게 두번째로 준 선물이(처음 준 선물은 마음이구) 일본식 젓가락이었군. 덕분에 난 젓가락질을 교정하게 되었고, 이젠 재즈를 들으며 손 대신 젓가락으로 손벽도 칠 수 있게 되었네. 고마워.

 

  헤어진 그녀에게 고마워하며 라면을 먹는데 창 밖으로 왠 여자가 눈에 밟히네. 몸매도 괜찮고 이목구비도 예절바르게 생겼네. 내 스타일인걸, 하며 라멘 먹기와 그녀 바라보기를 여유롭게 즐기다가 하나의 결심을 했어.

  라멘을 아주 천천히 먹고 있으니 그때까지 저 여자가 저기 서 있으면 나가서 길거리 헌팅을 해야지. 전공을 영화로 바꾼 후 대학원 다닐때 친구들을 위해 길가던 여자 두 명을 헌팅한 이후로 길거리 헌팅은 처음이군.

 

  좋아. 간만에 한번 어린 마음으로 시도해 보자. 천천히 물을 따라 마시고 봄코트를 집어드는데 그녀가 라멘 가게로 들어오네. 오호 그래 내 눈길을 피하지 않고 같이 마주보는 그 까칠한 성격도 맘에 들었는데 실천력까지 있었구나. 좋아, 좋아.

 

  그녀는 곧장 나에게 다가와 내 옆에 앉고는 저랑 라멘 한 그릇 더 하실래요라고 말했어,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기다리던 남자친구와 같이 들어와 다른 곳에 앉아버리더군.

  하하하,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나야 손해본 것 없지, 하며 한번 웃고는 다시금 봄햇살 속으로 산책을 나갔어.

 

  그런거야.

  그런거야. 비록 지금은 혼자 걷고 있지만 우리 삶은

  그런거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듯 한 사람이 가면 다른 사람을 만나서 다시 마음을 주고 받게 될거야.  4월엔 좀더 신나게! 살아보자구.

^^

 

 

 

 

L is for the way you look at me

L은 니가 날 바라보는 방법을 위해

O is for the only one I see

O는 내가 바라보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V is very very extraordinary

V는 넘넘 특별한

E is even more than anyone that you adore can love

E는 니가 그리는 누군가가 사랑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It's all that I can give to you

그것이 내가 너에게 줄수 있는 모든 것이야

Love is more than just a game for two

사랑은 단지 두 사람을 위한 게임 그 이상이야 

Two in love can make it take my heart but please don't break it

사랑 우리가 할 수 있어 내 마음을 가져 하지만 부디 깨진 말으렴

Love was made for me and you

사랑은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졌잖아

 

 

 


 

 

※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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