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건데,
나의 연애사는 그리 간단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첫 연애를 시작한 지 올해 햇수로 6년이 됐다. 그 사이 만난 남자들을 손가락으로 세느니 차라리 두 눈 감고 잠이나 자는 게 낫겠다.
어쩌다보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남자도 있다.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사람과도 사귄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감정만은 어쨌든 '연애질' 중이었으니까.
다사다난했던 지난 연애시절을 돌아보건데
나의 행동거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집착의 덩어리 그자체였던 시절이 있었던가 하면(한 번에 전화를 60통이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길 바란다), 수도원의 수녀처럼 기다림으로 일관하던 시절도 있었다. 또 욕하고 폭력을 일삼던 연애도 있었고 지고지순하게 소위 '하녀' 역할을 할 때도 있었다.
돈이 너무 없어 거지같은 남자를 만나 적금통장을 과감하게 깨버린 적도 있고, 돈을 쥐어준 채 갚아란 말도 못 한 적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기념일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길거리에서 "헤어지자" 선언하고 돌아왔던 싸가지 없던 시절도 있었다.
연애기간도 참 짧았다. 최장기간이 1년이 조금 넘을 뿐이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최단기간 연애를 꼽으라면 3주짜리도 있겠다. 미안하지만 그 사람이 성이 최씨였는지 채씨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김씨일 수도 있겠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전 으레 그렇듯 묻는 질문,
"남자친구랑은 여전히 잘 지내?"에 난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누구?"
그러면 이제 그 친구와 나의 과거 남자의 리스트를 더듬어본다.
"아, 너랑 이 때 쯤에 연락이 끊겼으니까 그럼 그 때 사귄 남자는 D군이겠구나!"
이런 식이다.
요령이 좀 붙은 친구들의 경우는 과거 남자의 특징을 한 가지 찍어서 설명을 해 준다. "이러이러한 특징을 가졌던 그 사람!"
그러면 난 "아! 몇 번째 그 남자?" 라고 대답을 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대화인가!
"여전히 잘 지내?"라는 물음에 "응 여전히 너무 잘 지내."
아, 이거 식상한다 이 말씀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헤어지는 것 전문인 사람은 아니다.
헤어질 당시에는 억장이 무너지고 창자가 끊길 듯한 슬픔이 있다.
밥 한 끼 정도는 울먹거리며 먹는 예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헤어지자는 남자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만큼 대한민국의 도로는 깨끗하지 않다.
옷을 버리기 십상이다. 그럴 때는 눈물 한 방을 깔끔하게 떨구고
돌아오는게 낫다. 그러면 반드시 한 달안에 "잘 지내냐"는 연락이 온다.
당연히 잘 지낸다.
헤어짐에 숙련된 조교는 감정을 정리하는데 한 달씩이나 걸리지 않는다. 길어봤자 일주일이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하루에도 수십명의 미남들이 TV속에서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길거리에는 영계들이 쏟아지는데
지 잘난 맛에 나를 찬 남자들에 미련가질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세상은 너무 질척거리면 좋지 않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죽을 것 같아요...미칠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남자랑 헤어져서 죽을 것 같았으면 미칠거면
이세상에 안 미친 여자 한 명 없으며(물론 만년 솔로는 예외라도)
한강에는 하루에도 수 백건씩 물에 빠져 죽은 시체를 건지는 전담반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나도 아주 예전에 싸가지 정말 1g도 없는 남자를 만나
하루가 멀다하고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사귀다가 "꼴도 보기 싫다."는 망언과 함께 뻥 차이고 12키로를 감량당했던(?)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분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내가 골반이 그리 넓은 인간이 아니었으며 내 어깨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나에게도 갈비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 이쯤에서 정리하자.
모든 연애는 자기자신에게는 따위가 대적할 수 없는
지상 최고의 로맨스이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영원한 것이다. 그러나 남이 봤을 때는 꼴사납고 베스트 프랜드조차도 질질거리는 모습 일주일만 보면 뒤에서 욕이 나온다. 세상에 남자는 많다. 물론 여자도 많다. 한국에 없다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보는 센스도 잊지 말자. 소문에 의하면 스웨덴 남자들이 그렇게 잘 생겼다고 한다. 어느나라 여자가 이쁜지는 관심이 없다. 연애를 조금만 단순하게 생각하는 센스를 가져보자.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시험을 개망했다고 하소연한다면, 그건 니 잘못이다. 프로패셔널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C밭을 일구는 바람에 재수강하느라 피똥싼 적도 있다) 사랑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너무 순응하는 삶을 살지 말길 바란다.
그런데 내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