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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사진 2월호 (고상우 인터뷰)

고상우 |2006.05.04 08:02
조회 528 |추천 0


 

필름속 뒤바뀐 색, 뒤바뀐 인종과 성
사진작가 Koh, Sang-Woo


뉴욕 첼시 중심가에 위치한 ‘2×13 갤러리’에서 2월9일부터 3월4일까지 ‘Reflection/Refraction’이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뉴욕과 파리, 이탈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6인의 국제작가의 사진과 회화가 전시되는데, 이들은 모두 국제적으로 매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중견 작가들이다. 그 작가의 틈에 한국 출신 젊은 작가 고상우의 작품이 전시된다.

2001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한 고상우는 대학에서 사진과 연극을 전공했다. 졸업작품 전시 때 자신을 여성으로 분장해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는데 이때 전시한 사진이 시카고의 칼 햄머 갤러리 대표의 눈에 띄어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칼 햄머 갤러리의 소속작가가 된다. 칼 햄머 갤러리는 시카고에서 가장 오래된 갤러리 중
하나로 Henry Darger, Lee Goldie, Phyllis Bramson, Adam Connelly 등 유명작가들이 소속돼 있는 갤러리이다. 당시는 동양인이 유명화랑에 소속작가로 발탁되는 일 자체가 드물었고, 칼 햄머 갤러리가 이제 갓 졸업한 젊은 작가에게 주목하는 일도 십수년만에 처음이었다.

같은해 고상우는 서울 인사아트에서 ‘꽃을 든 남자’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졌고, 이후 국제아트페어 아모리쇼, 시카고 아트페어, 베이징 아트페어, 로스엔젤레스 아트페어, 아모리 사진 아트페어 등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고상우는 컬러 네거티브를 반전시켜 뒤바뀐 색과 빛을 이용해 상황을 전도시키는 사진작품을 한다. 그는 대학 때 사진작업을 하면서 필름의 음화를 바꾸는 것에 매력을 느껴 전도된 필름 이미지를 그대로 뽑곤 했다. 필름을 반전하면 어두운 부분은 밝게 표현되고, 밝은 부분은 어둡게 표현되었고 백인의 흰 피부는 검은 색으로, 흑인의
검은 피부는 하늘색으로, 동양인의 피부는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고상우는 16세가 되던 해 미국 학교로 유학을 가게되는데, 처음 도착한 웨스트 버지니아 그곳에서 동양인은 자신 혼자뿐이었고, 심한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다. 그곳에서 생활하며 그는 같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동양여성과 서양남성은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으나 동양남성과 서양여성은 쉽게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같은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그는 전도된 필름을 이용해 자신이 겪은 차이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퍼포먼스 소사이어티’라는 연극 공연그룹을 이끌기도 했던 고상우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마리아, 이브, 마돈나, 미스 아메리카 등 여성으로 연출해 촬영했다. 누구나 알 법한 서양여성의 대표 이미지를 동양남성이 연기한 것이다.


촬영된 네거티브 필름을 드럼스캔해 반전한 이미지는 피부색이 뒤바뀌고,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꽃들은 극대화되어 여성인지 남성인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표현됐다. 색과 빛이 반전된 필름은 고상우 개인의 이미지를 넘어 남성과 여성,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전도시켰다.

이같은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에 이어 고상우는 최근 미국에 살고 있는 동양여성을 모델로 작업하고 있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고상우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지난해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어떻게 참가했고, 그곳의 반응은 어땠는가?

그동안 작업해온 네거티브 이미지 중 중국 의상을 착용한 중국여성과 누드로 촬영한 사진 4점을 출품했다.

‘New York Art Magazine’이라는 부스에서 전시했었는데, 재미있다거나 무섭다 혹은 웃기다 등 현지 중국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중국은 인구나 경제규모에서는 대국이지만 대중들은 아직 미술에 무관심한 듯했고, 특히 현대미술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셀프 포트레이트로 촬영해오다 2002년부터 마네킹과 여성을 모델로 작업하고 있다.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은 내 작업의 과정이었다. 작가가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 자신이 그 어떤 모델보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을 모델로 해서 찍는 셀프 포트레이트 작품들에서 감정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대학시절엔 연극공연을 주로 많이 하며 무대에서 내 자신을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만드는 훈련을 해왔고,
2001년에는 마네킹을, 200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여성모델들을 직접 캐스팅해 작업하고 있다.


초기작품은 성, 문화, 인종 등 주제였는데, 최근에는 여성으로 주제가 좁혀진 것 같다.

초기에는 성과 문화, 인종 그리고 여성을 다루었다. 당시 스스로가 서구 여성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마리아, 이브, 마돈나 등을 연기해 촬영했다.

한국을 떠나와 생활하며 외국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게 되었고 특히 외국에 살고 있는 동양여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페미니즘과 여성학에 관련된 책을 보고, 문화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 동서양에 관한 책을 골고루 보았다.


무엇보다도 여성이 저자가 되어 쓴 글이나 다른 작가들이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패미니즘 운동을 했던 것은 절대 아니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이론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론과 사고방식을 말하나?

동양여성과 서양여성은 다르다. 한국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분명히 사회에 남녀불평등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은 남녀불평등을 느끼지만 기존 체제에 반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사회와 미술계에서도 많은 동양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주장하는 서양여성과 달리 너무 정적이고
차분하다. 서양에서는 여성들이 오히려 남성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내 작업의 모델들은 모두 동양여성들 인데, 나는 이처럼 정적이고 차분하게만 보이는 동양여성들을 작품에서 강하고 힘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최근 작업에서 비대한 여성이 누드로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여성을 누드로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어떤 이는 너무 아름답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추하다고 말한다. 나는 작품에서 반드시 여성을 아름답게만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촬영에서 누드는 팔등신의 날씬한 여자여야 한다는 편견이 싫어 역으로 비대한 여성들을 캐스팅했고, 그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힘과 위엄을 마치 여신과 같은 움직임과 원동력으로 표현했다.


인디언들과 이집트인들도 사진에 등장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일반인을 아프라카에서 생존하고 있는 원주민과 인디언 여성들, 이집트 여신들로 설정해 촬영했다. 네거티브로 표현된 이미지는 중성적인 느낌을 내며, 문화적인 중성과 성의 중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누구나 사람에겐 고유의 성과 다른 문화들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양여성과 서양여성이라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다양한 문화에 있는 여성을 환상적인 느낌으로 재현하고 싶었다.


모델들은 어떤 사람이고,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

모델들은 대부분 한번도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는 여성들이며, 대부분 촬영주제에 맞는 아마츄어나 여성을 직접 캐스팅한다. 잘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과 작업할 때 오히려 편하다. 프로 모델들이나 배우와도 여러번 작업해봤는데 기계적인 표정들과 몸짓이 나와 자연스럽지 못해 아마추어 모델을 선호한다.

촬영 전에 모델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컨셉을 정한 후 모델에게 스토리와 함께 간단한 연기를 주문한다. 예를 들어 여신이 컨셉일 경우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어떤 인물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왜 이러한 사진을 찍는지 설명하고, 촬영중 어떤 표정과 느낌이 필요한지도 알려준다. 컨셉이 정해지면
의상과 소품 및 메이크업을 정한다.

뉴욕에서는 작품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컨셉과 과정 없이 모델을 예쁘게만 사진 찍어 전시하면 오프닝 때 평론가들이 관중 앞에서 작가를 망신 줄 정도로 심한 비평을 한다. 반면에 사진이 이상해도 과정을 보거나 작가의 철학에 감동해 큰 전시가 성사되거나 판매가 이루어질 때가 많다.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부분인가?

특별히 뭐가 어렵다기 보다 보통의 촬영과는 다른 점이 많다. 또 결과보다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비중을 두고 작업한다. 대부분의 작품을 비디오나 필름 스틸 형태로 촬영하는데 촬영하기 전 모델에게 스토리를 주고 간단한 연기나 퍼포먼스를 하게 한다. 모델이 움직이는 순간을 스틸로 포착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사진촬영과는 많이 다르다. 사진보다는 오히려 모든 과정이 영화 촬영에 가깝게 진행되며 때로는 반복되는 촬영이 많을 때도 있다.


셀프 포트레이트를 촬영할 때부터 주된 소품으로 꽃을 사용하고 있다. 꽃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사진의 주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머리를 자르거나 꽃을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꽃은 연약해보이는가 하면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강해 보인다. 꽃은 색깔이나 종류마다 제각기 다른 뜻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꽃과 여성은 흡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자주 등장시킨다.


주로 촬영하는 장소는 어디이며, 어떤 라이팅을 사용하는가?

실내 야외 어디에서건 촬영한다. 실내 촬영 때는 역광을 주로 사용한다. 모델의 뒤에서 조명을 비추기 때문에 입체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극적인 효과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라이팅 방법이다. 야외촬영을 할 때는 여러개의 엄브랠러들과 반사광막이를 사용해 빛을 부드럽게 만든다. 빛이 강하면 반전했을 때 어두워지면서 모델이 무섭게 표현된다.


촬영이 끝난 작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이 되는가?

촬영은 시나리오 작업과 계획된 네거티브 반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포토샵이나 리터칭 등 컴퓨터 기법은 콜라지 합성작품 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네거티브 필름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미리 어느 색이 어떻게 반전될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한다.

 

뷰파인더와 비디오 카메라의 모니터를 통해 모델의 동작을 확인하며 촬영이 이루어진다.


디지털 작업은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견했는가?

대학시절부터 네거티브 반전기법을 사용했다. 처음 사진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35mm 필름을 햇빛에 비추어보니 동양인의 얼굴이 푸른색으로 보였다. 그때 현실을 환상으로 바꿔 놓은 듯한 감정을 지닌 얼굴을 발견했다. 동양여성이지만 서양여성이 될 수도 있는 그래서 현실을 환상으로 뒤바꿔 놓은 환상적이면서도 슬픈 감정의
얼굴을 발견했고, 그 느낌에 매력을 느껴 여러 인종을 테스트해본 결과 백인의 피부는 남색으로, 흑인의 피부는 하늘색으로 표현되었지만, 동양인은 파란색으로 반전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술대학 시절만 해도 암실에서 밤을 샐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졸업 즈음에 디지털사진이 곧 아날로그사진과 대등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디지털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다.


디지털 프린트를 하는데 작품당 에디션은 몇장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작품당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

한 작품당 네점을 인화해, 그중 한점을 직접 소장한다. 작품가격은 소속된 갤러리에서 정하는데, 보통 US달러 2천5백달러에서 5천달러 정도이다. 2천5백달러 작품의 경우 사이즈가 23×32인치이다.

 


아직까지 뉴욕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작가들은 많이 않다. 현재 뉴욕의 한국 젊은 작가들의 활성화된 커뮤니티가 있는가?

아주 많다. 한국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한국미술인모임이 있고, 각 미술 대학교마다 동문회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뉴욕 미술계에서 모임이나 작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뉴욕은 하루에도 수천명의 아티스트들이 전세계에서 몰려와 도전장을 내미는 곳이다. 그리고 유태인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실권을 지고 있어, 이방인들의 진입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뉴욕에서 한국 작가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백남준 작가가 독보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도전하면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작업외 다른 일도 하는가?

작업하는 시간 이외에 낮시간에는 스튜디오에서 대중들이나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전시를 앞둔 작가들에게 전시 컨설팅을 해준다. 작가들의 작품인화와 제작, 설치 등을 도와준다. 기획에도 관심이 많아 작년에는 Contemporary Art Space와 Hun Gallery에서 사진 특별전을 두번 기획했었다.


어떤 전시였는가?

뉴욕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화랑 두곳이 있다. 주로 한국작가들의 대관 전시나 행사만 열렸는데, 이곳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외국작가들의 사진을 모아 기획전을 두곳에서 두번 열었다.

그중 ‘Creative Photography’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광고사진가로 유명한 Sanjay Kothari 등 첼시에서 활약하는 광고사진가와 패션사진가 6명의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진을 소개했다. 이들은 광고와 패션계에선 알아주는 젊은 사진가들이었지만, 순수미술계에서는 그랬지 못했다.

 

갤러리에서는 상업사진을 한다고 하면 작품을 쳐다보지도 않거나 아무리 작업이 좋고 노력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상업사진가들도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작업 외에 자기 철학을 갖고 따로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공개할 기회가 없을 뿐이다. 나는 이같은 작업을 갤러리에 전시함으로써 순수미술계의 고집을 꺾고 싶었다. 그래서 동양화나 수묵화 위주로 전시하던 한인 갤러리에서 획기적이고 참신한 사진들을 선보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한국인들 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을 한인타운으로 불러 모았고, 상업사진을 또다른 관점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활동과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가?

올 가을과 겨울 즈음 뉴욕과 서울에서 각각 개인전을 가질 계획으로 갤러리와 협의중이다.

지난해 10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작품이 팔린 적이 있다. 한 유럽의 콜렉터가 작품을 구입했는데, 그 사람의 도움으로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2월 초부터 두달 정도 유럽에서 머무르며 그곳 여성들을 촬영하려고 한다. 현재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유럽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싶다.


-월간사진 2월호 인터뷰중-

 


글/진달래기자, 디자인/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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