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4월 14일.
그 때 내 안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가.
그 때 나는 한 대학의 조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도끼자루처럼 삭아내릴 때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날, 나는 흑백필름을 담은 채 벚나무 그늘 아래로 갔었다. 그 곳에서 재잘대던 신입생들과 사진을 몇 장 찍고 몇몇에게는 늦게 인화한 사진을 건네었던 것도 같다.
벚꽃이 세 번을 더 피고 질 동안 나는 몇 군데의 자리를 지나 시커먼 남자고등학교로 옮아왔고, 앞줄의 셋은 지금쯤 어딘가에서 푸른옷을 입고 떨어지는 벚꽃을 부동자세로 보고 있을 것이다.
신입생이었던 뒷줄의 셋은 이제 졸업반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성수고등학교, 춘천고등학교, 성수여자고등학교로 5주 동안 출퇴근을 한다.
아이들은 그들을 '교생선생님'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