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 - 이세협
바람이 차가와졌음을 느꼈을 때
나무는 자신의 옷을 벗어
벌써 추워하고 있는 땅 위의 어린 것들을 덮어준다
그새 포근함에 잠드는 통에 땅도 졸음이 오는지
예전과 달리 말수가 적다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듯
나무의 맨살은 거칠고 단단하기만 하다
나무는 그렇게 오랫동안
노랗게 발갛게 공을 들인 마음을
해를 거르지 않고 주어왔다
해가 갈수록 더 춥게 느껴지는 살갗과는 달리
나무의 마음이 수놓아진 옷은 더 따스해진다
꽃을 선물했을 때도
열매를 선물했을 때도
변함없이 그는 그때 가진 전부를 주었다
올 겨울도 나무는
또 다시 맨살로 서 있으려 한다
혹 이 겨울을 무사히 지나 봄을 만난다면
다시한번 감사하며
새로 옷을 짓고 꽃과 열매를 준비하려 한다
혹 이 겨울에 잠들어 먼 길을 떠난다면
앞으로는 곁에 있지 못해주는 것을 미안해하며
지난날 뿌려둔 씨앗들이 자라 그 곁을 대신하길 기도하려 한다
오늘밤도 나무는
소리없이 기도하며
붉은 마음 하나를 땅 위에 흘리운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 아름다운 이름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