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길들임

장흥선 |2006.05.09 11:53
조회 70 |추천 1

"길들인다는 말은 무슨 말이지?"

 

"그 말은 흔히 소홀히 여겨지고 있지만, 그건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지요."

 

"인연을 맺다니?"

 

"그래요. 지금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도 또한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에요. 당신이 보기에 난 수많은 여우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나 역시 당신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거에요..."

 

"겨우 알 것 같은데," 어린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 그러나 당신이 나를 길들여 친구로 삼아 준다면 나의 생활은 햇님을 만난 것처럼 밝아질 거에요. 당신의 발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와 다를 거에요.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 땅굴로 들어가 버리지만 당신의 발소리를 들으면 음악이라도 듣듯이 굴에서 뛰어 나올 거에요. 그리고 저길 봐요. 저기 보이는 푸른 밀밭은 어때요? 나는 빵 같은 건 먹지 않기 때문에 밀은 나에게 소용이 없어요. 밀밭을 본댔자 나에게 생각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정말 슬픈 일이지요. 그런데 마침 당신의 머리칼은 금빛이군요. 당신이 나를 친구로 삼아 주면 당신의 금빛 머리칼은 더욱 아름답게 보일 거에요. 황금빛 밀을 보면 당신 생각이 나겠지요. 그러면 밀밭을 일렁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어도 즐거울 거에요..."

 

......

 

"그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되지요."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당신은 나와 좀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죠. 나는 당신을 곁눈으로 가끔 바라보죠.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말이라는 건 오해의 근원이니까. 그래서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에 당신은 조금씩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지요..."

 

.....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를 만나러 돌아왔다.

"안녕!"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을 말해 주지요. 내 비밀은 별 것 아니에요.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풀이했다.

"당신이 당신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당신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이에요."

"내가 그 꽃에 소비한 시간 때문이라..." 어린 왕자는 또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해서 말했다.

"인간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지요. 그러니 당신은 이걸 잊어서는 안돼요.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에요. 당신의 장미에게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나는 내 장미에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잊지 않도록 되풀이해서 말했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