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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그리고 구한말의 조선...

김범식 |2006.05.11 02:55
조회 111 |추천 2
지금으로 부터 100년 전인 1905년 7월, 당시 미육군장관이던 테프트와 일본 수상이던 가쓰라가 비밀리에 일본의 한국 지배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서로 인정하는 협약을 맺습니다. 이른바 가쓰라-테프트 밀약 (Taft-Katsura Agreement) 입니다. 그에 이어 그해 11월 일본은 강압적으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인 주권 침탈을 시작하고, 결국 1910년 한일합방으로 나라가 망하고 맙니다. 물론 그 사이에서 고종의 특사인 헐버트 목사를 루즈벨트 대통령이 면담 거부하거나, 알렌 공사의 반일적 보고사항이 미국 국무부에 의해서 거의 무시되는 등 많은 답답한 상황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떠나 결국 핵심은 세계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미국과 아시아 재패를 노리는 일본이 상호 결탁하여 세계를 자기네 품안에 넣으려 했다는 것이겠지요. 100년이 지난 오늘 저는 이곳 미국땅에서 그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재현되는 아찔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1950년 이후의 냉전기에 한반도는 미국에게 있어서 자유세계를 지키는 최 전선이었으며, 당연히 한국과의 유대관계는 자유민주체제의 수호라는 세계적 명제와 관련한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정치적 목적으로 '자유세계 수호'라는 순수한 열정으로 한국전에 참전하여 그들의 피와 땀을 바친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노고와 그들에 대한 한국의 감사가 희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일들이라면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은 국익의 극대화라는 국가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88년 이후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체제가 종식되었을 때, 미국은 그들의 패권주의를 강화하면서 급격히 세계전략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 주요 전략 중의 하나는 세계의 주요 지역에서 거점이 되는 중심 협력국(post alliances)을 이용하여 해당 지역을 장악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즉,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를 중심 협력국으로 하고, NATO를 이용하여 유럽을 통제하고자 하며, 중동에서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 협력국으로 하고, 주요 석유자원 보유국들을 통제함으로써 전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침략은 그러한 통제전략의 일환이며, 특히 아시아에서 신흥 강호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통제를 위해서도 이라크의 석유 장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입니다. 즉, 중국이 급격히 산업화하면서 석유 자급국에서 석유 수입국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석유의 수입이 없이는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침략을 통해 중동의 석유 장악권이 미국에게 넘어 감으로써 결국 미국은 중국의 목줄을 틀어쥐게 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의 통제를 위해서 중심 협력국으로 선택한 국가가 반세기 전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일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의도는 부시의 최근 발언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한국에 대서는 개 닭보듯 하는 미국 정부,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독 일본에 대해서 만큼은 'blood-alliance' (혈맹) 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극도의 친밀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미국과 유대관계의 표석이라고 하는 정상회의 방식에 있어서도 2003년 미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가 크로프트 목장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단독 회담을 가지게 됨으로써 영국에 이어 동북아시아를 장악할 post alliance으로 일본을 선택했다는 것이 명확해 진 것입니다. (기억하시죠? 그 며칠 전에 한국 대통령이 '실무방문'이라는 형태로 방미 했었고, 그 방미 협의 과정에서 우리 외교라인이 '크로프트 목장 초청 회담'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에게 묵살당했다는 사실.)

이러한 미국의 세계전략의 기본적 목적은 미국의 국익 강화와 더불어, 중심 협력국 이외의 국가가 영향력을 키워 가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킴으로써, 현 세계 질서를 유지 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한 미군 기지 전부가 평택으로 이전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주한 미군의 위상 변화와 관련한 미국의 전략이 또한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주한 미군의 변화 방향에 대하여 '첨단 무기를 갖춘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 하는 한편, '한반도에서 미해군과 미공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주요 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괜찮은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본다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력과 공군력은 주요 핵심 정보의 획득과 주변국에 대한 통제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능력이니 만큼, 한국의 영향력 강화를 막기 위해 한국이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시킬 필요가 없도록 미국이 담당해 주고, 미군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육군병력은 대폭 축소하고 첨단화 시킴으로써,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효과적으로 한국을 통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미국의 '미해군 및 미공군 역할 강화'론의 저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 해군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으며, 미해군에 의한 한반도 통제권을 일부 일본에게 넘기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미국 국방부는 '일본 자위대의 첨단 전력이 이제 세계평화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가벼이 보면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이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감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세력 균형의 일정 역할을 일본이 맡을 수 있다는 사실상의 용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보여집니다. 일본을 동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팽창할 경우 미국의 국익 실현과 동북아 기득권 유지에 방해가 될 것이 당연한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첨단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과의 유대가 강한 일본이 일정한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의 확장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그러한 미국의 전략에 대하여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미국 현지에서 저는 참으로 놀라운 많은 광경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특히 최근들어 대중문화의 상당부분이 왜색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cartoon channel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의 90%이상은 일본만화이며, 심지어 주제가가 일본어로 그대로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미국 TV에서 방영되는 영화 중의 20%가량이 일본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최근 개봉한 많은 영화들이 일본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거나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을 유발시키는 내용입니다. 'Last Samurai'를 비롯, 'Kill Bill', 'Metrix3' 등 많은 영화들이 그러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미국 지도층 가운데서 고상한 취미로 일본문화를 즐기고 따라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가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것은 일본이 문화 컨텐츠를 바탕으로 미국을 일본에 친밀하게 유도시킴으로써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유태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적어도 제 눈에는 아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 됩니다.

1941년 12월7일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던 날로써, 적어도 미국 방송들이 이날을 전후 해서 만큼은 일본의 잔학상을 많이 보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Nazi에 대한 미국의 방송태도가 냉정하리만큼 차갑고 나쁜 것을 부각시키는데 치중하고 있는 반면, 일본에 대한 방송태도는 경이로우리 만치 우호적이었습니다. 모든 방송 내용 중에서 동북아시아에서의 일본의 만행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고, 진주만 공습에 대해서도 방송의 주요 핵심은 '일본군은 훈련이 아주 잘 된 군대였고, 전략이 좋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당시에 잠수함을 동원하여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진주만 공습은 항공-수중에서 동시에 진행된 치밀한 계획이었다.' 는 것으로써 결국 일본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태도 일색이었습니다. 종전기념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는 지적된 바 없고, 오로지 핵무기 사용이 문제가 있었다거나 과잉 대응이었다는 등, 일본측 입장이 미국의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미국 장악을 통해 일본이 의도하는 것은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패권을 재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사를 묻은 채 평화헌법을 무력화 함으로써 급속한 재 무장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이라크 파병은 그러한 일본의 의도를 현실화 하는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 잇따르고 있는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은 미국과의 유대를 기반으로 한 군사, 정치외교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동북아시아 장악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한반도는 일본 야욕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록 과거와 같이 직접적인 국가 병합은 아니더라도 많은 방법을 동원하여 한국의 국익을 침탈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짓밟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일본으로써는 최대의 성과가 독도 및 남해와 동해의 어장들을 빼앗고, 한반도의 통일을 적절히 견제하면서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극대화 하는 것이겠지요.

중국이 최근 고구려사를 빌미로 한반도에 대한 장악을 기도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만약 미국의 용인하에 일본이 한반도를 통제하게 되면 이에 대한 직접적 타격은 중국이 받게 되며,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특히 중국 주요 신흥 공업지대가 우리 서해에 인접한 지역들임을 감안할 때, 그러한 해역에 대한 통제권이 일본에게 넘어 가는 것은 중국 국익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해 통제 받게 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일부 장악했던 남중국해 지역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까지 들고 나올 경우 중국으로써는 아주 피곤한 입장에 처해 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중국으로써는 한반도를 중국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적절히 일본을 견제하고, 대만에 대한 통제를 계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종국에 가서는 미국과의 양강체제를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100년 전 대한제국이 처했던 바람 앞의 등불이 된 조국의 운명을 다시 바라 보고 있으며, 자칫 잘 못 대응할 경우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도대체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것인지 자못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네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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