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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카메라의 시선과 배우의 동작, 목소리로 의미를 전달하는 감성영화

박철원 |2006.05.11 17:29
조회 49 |추천 1

 

영화 가족의 탄생은 기존 드라마의 장르가 가지는 자극적이고 감성을 쥐어짜내는 모습을 담고있지는 않는다. 이 영화를 보기전 화려한 캐스팅에서 알 수 있듯이 코믹이란 장르로 다가올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기자시사회장에서 공개된 가족의 탄생의 영화는 화면구성이나 배우들의 동작, 목소리로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찌 보면 독립영화 혹은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 나한테 왜 이러니?" 가족이건 연인이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번쯤 오고 가는 뼈 있는 질문이다.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사람들은 특별한 관계로 변할 때 억울함이 많아지고, 억울함이 복받치면 그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너 나한테 왜 이러니?"라는 대사를 자주 사용하는 울분을 토해내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세가지 이야기 중 첫번째 이야기는 분식집을 하며 혼자 살고 있는 미라(문소리)가 무신(고두심)을 만나게 된 사연. 군대 제대 후 훌쩍 사라졌다가 5년만에 갑자기 나타난 동생 형철(엄태웅)은 스무 살 연상의 여자 무신(고두심)을 아내라고 소개하며 미라에게 얹혀 살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느날은 '무신의 전남편의 전부인의 딸'이라는 꼬마까지 찾아온다. 또한, 형철은 다시 사라지고 결국 피 한방울 서로 안섞여 있는 세 여자의 동거는 시작된다. 즉,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되는 셈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관광 가이드 선경(공효진)은 가정이 있는 남자와 애틋한 연애를 하는 엄마 매자(김혜옥)가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다. 해외로 떠날 궁리를 하던 선경은 애인(류승범)과의 관계도 엉망이 돼버리고 엄마마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자 스무 살이나 어린 배다른 남동생을 외면할 수가 없어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20대 초반의 남녀 경석(봉태규)과 채현(정유미)의 연애담이다. 애정과다 여친 채현은 남자친구인 경석은 뒷전이고, 주위 남자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바쁘다. 참다못한 애정 결핍 남친 경석은 이별을 선언하지만, 채현을 따라 기차에 오른다.

 

 

영화의 후반부까지 이 세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며 결국 한가족이 될 수 있다는 모습을 김태용 감독의 탁월한 영화적 재능으로 잘 표현했다. 시사회를 마친 후 간담회에서 김태용 감독은 "소리지르고 싸워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그들 모두가 혈연 관계로 맺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애'와 '정'으로 맺어진 관계가 부각되며 '대안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때로는 떠나고 싶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용서하게 되는 현실적인 설정과 살아있는 캐릭터는 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캐릭터와 캐스팅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힌 김태용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공효진과 봉태규, 문소리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선경, 경석, 미라라는 인물을 만들었다"며 "여성적이고 상처 받기 쉬운,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도 말 한마디 못하는 미라 역의 문소리가 배역과 가장 닮았다"고 말했다. 돌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며 누나를 곤란케 하는 뻔뻔한 형철 캐릭터에 대해 "책임감이 없어서 그렇지 정이 많고 착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엄태웅은 "나 역시 한동안 누나(엄정화)에게 용돈 받아 쓰며 산 적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밝고 명랑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가족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생활력 강한 선경 역을 소화한 공효진은 "자기 방어를 많이 하는 사람, 그러나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마음이 늙어있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며 연기 포인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은 이후 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이던 김태용 감독이 오랜만에 장편 극영화로 복귀한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은 "강하고 자극적인 드라마는 없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연애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영화를 본 후 기발한 착상의 시나리오로 감동을 주는 영화도 드물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김태용감독은 가족적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주듯 연출을 해낸 것 같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 모두 영화에서 빛이 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재미와 흐믓한 미소를 띄게 만드는 영화이다. 대사의 내용 보다는 카메라의 시선과 배우의 동작 및 목소리 높낮이에서 오는 느낌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감성적인 영화임에 틀림 없다.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상의 진행이 느리다라는 느낌을 받지만 영화 후반부까지 지켜보고 있다면 기다려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듯 웃음과 잔잔한 재미를 선사한다.

 

 

 

세가지의 에피소드에 적절한 캐스팅 또한 이 영화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이다. 고두심, 문소리, 엄태웅, 봉태규, 공효진, 거기에 류승범의 특별출연까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세 에피소드에 적절히 배치시켰다. 그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연결이 되는 시나리오는 매우 특별하고 영화를 본 보람을 선사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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