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이룬 기록들은 영광보다 오욕의 역사들이다. 최다골차 패배는 물론 연속 무승 2위 기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우리도 갖가지 영광의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비록, 터키에게 최단시간 골을 허용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많은 영광의 기록들로 월드컵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기록들을 정리해 본다.
◈월드컵 최다골차 경기
한국대표팀은 54년 스위스 월드컵 2조 헝가리전에서 0대 9로 패해 기록을 가지고 있다. 74년 서독 월드컵 대회 2조 유고와 자이르전(9대 0), 82년 스페인 월드컵 대회 3조 헝가리와 엘살바도르전(10대 1)에서 타이 기록이 작성됐다.
◈월드컵 연속 경기 무승
불가리아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발칸의 강호’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월드컵 성적이 형편없었다.
본선에 처녀 출전한 62년 칠레 대회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0―1로 진 뒤 94년 미국 대회 첫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 0―3으로 패할 때까지 17경기 연속 무승(6무11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86년 대회 때 이탈리아, 한국과 1―1씩 비겨 처음 16강에 올랐지만 멕시코에게 패했다. 불가리아는 94년 대회 2차전서 그리스를 4―0으로 대파한 뒤 아르헨티나, 독일 등을 잇따라 완파하며 일약 4강에 올랐다.
연속 무승의 2위는 한국의 차지. 한국은 54년 대회 출전 이후 98년 대회까지 본선에 5회나 출전했지만 4무 10패로 1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02년 월드컵에서 폴란드를 2대 0으로 이겨 무승 터널에서 탈출했다. 연속 무승 기록 1, 2위팀이 그 기록을 깬 대회에서 4강 진출의 위업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무승
한국(54년, 86-98년 대회), 불가리아(62-74년, 86년 대회)
◈월드컵 최장 기간 무승, 무득점 국가
64년간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이 있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과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던 볼리비아다. 30년 월드컵 원년 멤버였던 볼리비아는 제1회 대회에서 유고에게 0-4, 브라질에게 0-4로 대패했고, 50년 대회에서는 우루과이에게 0-8로 졌다.
그리고 지역예선에서 브라질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키며 44년만에 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1차전에서 독일에게 0-1로 또 다시 패배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2차전인 한국전에서 무승부로 월드컵 첫 승점을 기록했고, 스페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배, 무득점에서는 벗어났지만 무승 기록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최장 기간 무승의 두번째 기록은 48년간 무승이었던 한국의 차지다. 하지만 이 기록은 두번 이상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들만 대상으로 한 기록이기에 불명예스럽다고만 볼 수 없다.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국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인기상
94년 대회 브라질, 98년 대회 프랑스, 02년 대회 한국
◈월드컵 최단 시간 골
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터키의 하칸 수쿠르(Hakan Sukur)가 10.8초만에 골을 터뜨렸다. 이전 기록은 62년 체코의 마세크(Vaclav Masek)가 기록한 15초다. 62년 6월 7일 칠레 월드컵 3조 체코―멕시코전에서 체코의 마세크는 15초만에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3―1로 역전패했지만 체코는 우여곡절 끝에 이 대회 결승까지 올라 거둔 준우승의 위업과 마세크의 월드컵 최단시간 골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 ‘번개골’ 기록은 뒤늦게 빛을 봤다. 90년 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최단시간 골은 82년 6월16일 스페인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27초만에 터뜨린 잉글랜드 브라이언 롭슨(Bryan Robson)의 골이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FIFA는 새로운 축구사료를 찾아 정밀 검토한 후 FIFA 매거진 94년 2월호를 통해 마세크의 기록을 새로 공인했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북한의 박승진이 포르투갈전에서 23초만에 선취골을 터뜨린 것으로 기록된 월드컵 사료도 있으나, FIFA는 이를 3번째 빠른 기록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4위는 베르나르드 라콩베(Bernard Lacombe, 프랑스)가 78년 대회 1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37초만에 터뜨린 골이며, 5위는 파라과이의 셀소 아얄라(Celso Ayala)가 98년 대회 D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52초만에 터뜨린 골이다.
어네스트 레너(Ernest Lehner, 독일)가 34년 오스트리아전에서 터뜨린 25초 골과 루마니아의 안달베르트 데수(Andalbert Desu)가 30년 페루전에서 터뜨린 50초 골에 대해서 FIFA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린샤 클럽
가린샤 클럽은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후 퇴장 당한 선수의 모임이다.
가린샤(Garrincha)는 ‘작은 새(Little Bird)’, 또는 ‘지저귀는 새(song-bird)’란 뜻의 애칭으로 그의 본명은 마누엘 프란시스코 도스 산토스(Manuel Francisco dos Santos)다.
그는 소아마비를 딛고 일어선 장애선수였다. 33년 리우 데 자네이루 근교 슬럼가서 태어난 가린샤는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바깥으로 휘어졌고,왼쪽 다리보다도 6cm나 짧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라운드에선 예측불허의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골탕 먹이며 ‘드리블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주로 오른쪽 날개로 뛴 그는 환상적인 볼 컨트롤과 저돌적인 돌파력에 슈팅까지 위력적이었다.
가린샤는 58년 스웨덴 월드컵부터 62년 칠레 월드컵,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3연속 출전해 모두 5골(62년 4골, 66년 1골)을 뽑아냈다.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 개장 경기에 초청됐던 브라질의 보타포고(Botafogo) 클럽이 바로 가린샤가 뛰던 팀이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고 한다. 전혀 글을 읽을 줄 몰랐고 자기 이름조차 적지 못했다. 또 지독한 여성편력으로 4번이나 결혼해 3남 9녀를 두었다. 게다가 축구로 얻은 부와 명예를 주체하지 못하고 술과 마약에 빠져 83년 49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가린샤 클럽의 가입자는 다음과 같다.
1호-가린샤(62년 칠레대회 칠레와의 준결승에서 9분, 32분 골 기록, 83분 퇴장)
2호-하석주(98년 대회 멕시코전에서 28분 골 기록 후, 30분 백태클로 오스트리아인 군테르 벵코(Gunter Venko) 주심에 의해 퇴장 당함).
3호-호나우딩요(02년 대회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50분 골 기록 후 57분 퇴장)
◈월드컵서 강화된 백태클 규정에 의한 퇴장 1호
하석주(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백태클 퇴장 규정을 강력하게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의 첫 희생양이 한국의 하석주였다.
◈서로 다른 나라 감독으로 월드컵 4강 2회 연속 진출 감독
히딩크(98년 네덜란드, 02년 한국)
◈월드컵 한 대회 최다 길거리 응원
2193만명(한국) 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50만명, 미국전 77만명, 포르투갈전 279만명, 이탈리아전 420만명, 스페인전 500만명, 독일전 650만명, 터키전 217만명)

◈월드컵 한 경기 최다 길거리 응원
한일 월드컵 한국-독일전 650만명
◈월드컵 승부차기 최고 성공률
100%. 한국과 벨기에. 두 경기 이상 치룬 팀 중에는 독일이 14번 시도에 13번 성공해 92.9%의 성공률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 연속 본선 참가(06년 현재)
브라질 18, 독일 14, 이탈리아 12, 아르헨티나 9, 스페인 8, 멕시코, 잉글랜드 7, 벨기에 6. 한국은 독일 월드컵 진출 성공으로 6회 연속 참가함으로써 세계 9번째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 부자 출전
마틴 반톨라(Martin Vantolra, 스페인 30년 대회)와 호세 반톨라(Jose Vantolra, 멕시코 70년 대회) 부자, 차범근(한국 86년 대회), 차두리(02년 대회) 부자 등 모두 10쌍
◈비유럽, 비남미 국가로 월드컵 4강 진출
미국(30년), 한국(02년)
◈월드컵 교체 투입 후 최단 시간 경고
차두리는 02년 6월4일 폴란드전에서 교체 투입 후 20초만에 경고를 받았다.
플라마 최낙천 칼럼니스트 (http://column.eflamma.com) / 고뉴스 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