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12월10일(헨리43세) ...지난여름에, 켄트릭의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모르는 어느 집의 어두운 복도에 놓여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어.내 주변엔 장화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고,축축한 비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았어.복도 끝 쪽으로 난 문이 열려 있어 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아주 천천히 소리를 죽여 문가로 가서 안을 들여다 봤어. 방안은 새하얗고 아침 햇살이 들어와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 였어. 창가에는 한 여인이 산호색 카디건 스웨터를 입고 하얗게 센 긴 머리를 등 뒤로 늘어뜨린 채 나에게 등을 지고 앉아 있었어. 바로 옆 탁자에는 찻잔이 놓여 있더군. 내가 무슨 소리라도 냈는지, 아니면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감지했는지...,여인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는데, 그건바로 당신이었어,클레어.먼 미래의 나이 든 당신이었던 거야. 정말 황홀했어,클레어.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당신을 안아볼 수 있고,당신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수 있다니,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느낌이었어.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 테니,당신이 상상하도록 해.그래야 때가 왔을 때,미리 다 알고 있어서 맥빠지는 일 없이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잖아.클레어,그럼 그때까지 너무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현재를 충분히 누리며 살도록 해.이젠 어두워 졌고,나도 몹시 피곤해졌어.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Henry
2053년 7월 14일 월요일(클레어 82세)
Clare 오늘도 다른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나는 새벽에 일어나 바지와 스웨터로 갈아입고 머리를 빗은 뒤, 토스트와 차를 한잔 만들어 호수를 내다보며 앉아서,오늘은 그가 올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번엔 확실한 언질이 있다는 것만 빼면 오래 전에 그가 수없이 사라져 기다렸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엔 헨리가 반드시 올 거라는걸 나는 안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린 다는 것 때문에,이런 기대감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하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올 것이고,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시간여행자의 시간여행 얘기가 아닌 시간여행자와 그 아내의 슬픈 사랑얘기다..
보는내내 또 보고 나서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마음 아프다고 해야 하는지..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
잘 모르겠다..
정말 결국 사랑은 기다림일까...